(전주=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관심을 모은 천안함 사건을 다뤘다는 점과 함께 지난해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정지영 감독이 기획·제작한 작품이어서 더 관심을 모았다. 80분 분량의 이 다큐는 백승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날 공개된 영화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많이 멀어졌지만 의문이 해소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천안함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다시 돌아본다.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폭침했다는 정부 발표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의 의견을 담고 몇 가지 실험을 통해 이들의 주장이 근거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다큐 제작진이 새롭게 발견하거나 확인한 내용은 없지만, 천안함을 둘러싼 논란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정부의 발표를 주로 접한 일반인들에게는 이 사건을 다시 새로운 시각으로 돌아보고 의혹을 느끼게 할 법하다.
영화는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 씨와 선박 구조·구난 잠수 전문가인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 두 사람의 의견과 그 근거가 되는 내용들을 주로 소개한다.
특히 앞부분에서는 천안함 침몰이 '좌초'일 가능성이 있느냐, 어뢰 공격이 가능한 것인가를 파고 들어간다. 천안함에 긁힌 자국이 있다는 것과 어뢰 추진체라고 정부가 밝힌 사진이 서로 다르다는 것, 어뢰 추진체 부위에서 나온 참가리비가 서해안에서는 잡히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편다.
또 어뢰가 폭발했을 경우 해수 온도의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사건 당시 찍힌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에는 해수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어뢰 폭발 가능성을 반박한다.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박사의 의견은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어뢰가 수중에서 물체를 탐지해 추적한다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하며 미국 해군도 이런 기술은 없다는 것.
이어 영화는 '폭발이 없었다면 왜 반파가 됐을까?'란 질문에 두 가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종인 씨는 천안함이 암초에 바닥이 긁힌 상태에서 벌어진 틈으로 바닷물이 들어갔고 무게 때문에 한쪽이 해저 바닥으로 쏠리고 다른 쪽은 물 밖으로 떠오르면서 중력의 영향으로 두 동강이 났을 거라고 추측한다. 신상철 씨는 천안함이 좌초된 뒤 표류하다가 어떤 잠수함과 충돌해 두 동강이 났으며, 이 잠수함은 북한이나 미국 것이 아닌 제3국의 잠수함일 거라고 주장한다.
영화 후반부는 '고소, 그리고 고발'이라는 키워드로 정부 발표와 다르게 이런 의혹을 제기한 신상철 씨가 해군에 의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내용을 전한다. 실제로 있있던 공판 내용을 재연해 보여준다. 전체 내레이션을 맡은 배우 강신일이 변호사 역할을 연기하고 국방부 측 증인들은 대역을 썼다. 공판 과정에서는 특히 해군이 떠오른 함수 부분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인명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 지적한다.
또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된 조용환 변호사가 천안함과 관련해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만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이유로 격렬한 공격을 받은 사례를 꼬집으며 "정부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 종북주의자로 몰리고 있다. 의심은 소통의 출발점인데 우리 사회는 소통이 부재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