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 살다가 이혼한 남자랑 연애하고 있어요.
아이는 전 부인이 데리고 있고... 그분이나 제 애인이나 둘 다 아이한테는 각별한 것 같아요. 당연하겠죠.
그래도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씩 애인이 자기 아이 얘기를 할 때
아이한테 좋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하고 상처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자책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에
당신은 그렇게 나쁜 부모가 아니다. 계속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계속 신경쓰고 있고 최대한 잘해주고 있지 않냐
우리 엄마 아빠는 이혼할 때 서로 나를 맡기 싫어서 싸웠었다.
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애인은 제가 불쌍하다고 토닥토닥 해줬었죠.
어제 같이 저녁을 먹다가 TV에 누가 이혼했네 어쩌네 하는 얘기가 나와서 그런 얘길 하게 됐는데
애인이
"여자들은 아이가 생기면 남편보다는 아이를 훨씬 소중하게 여기는 게 본능인 것 같더라." 라길래 제가
"그래도 남편도 소중하죠" 라고 대답했는데
"아니다. 이혼을 하게 되는 경우 여자들은 남편 따윈 필요없어도 아이만은 어떻게든 자기가 키우려고 하지 않냐"
하길래
"아니 내가 말했잖아요. 우리 엄마 아빠는 서로 나를 맡지 않겠다고 싸웠다니까요. 그런 나한테 그런 얘길 해봤자"
하고 웃었어요.
애인이 많이 당황해하더라고요. 자기가 그걸 생각 못했다고.. 그리고 화제 전환했어요.
친구랑 카톡하다가 그 얘길 하게 됐는데 친구가 절 나무라네요.
너는 그게 뭐 좋은 얘기라고 애인한테 그런 얘길 하냐고 상대방이 부담스러웠겠다고..
안 그래도 본인이 이혼남이라 신경쓰일 텐데 제가 피해의식 있는 걸로 느껴질 수 있대요.
저는 그냥 상대방도 저한테 지난 힘들었던 가족사 같은 거, 지금 아이한테 느끼는 미안함 같은 거 다 얘기하니까
저도 제 속내 다 털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친구 말처럼 상대방한텐 피해의식 있는 여자로 느껴질 수 있고 부담을 줄 수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