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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들이 첨으로 도서관엘 갔습니다.

축하 조회수 : 2,878
작성일 : 2013-04-27 12:53:54

중3 아들, 중간고사를 앞두고 동네 도서관이란 곳을 갔습니다.

아아! 저희 아들에게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초등까진 그럭저럭 하던 공부, 중학교 입학 후,

그 커다란 노스페이스 빅샷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 거라곤 달랑 필통 하나였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프린트물, 수행평가 과제물, 등등 이런것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그저 아무런 목표없이

그야말로 공부,  하 나 도 안했습니다.

학원도 하나도 안다닙니다.  수학 학원이란델 보내놨더니,  가서 달랑 두 문제 풀고 오더군요.

본인도 안다니겠다 하니 미련없이 그만두게 하였고,  그 돈 적금 넣었습니다. 

그 애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0원입니다.

여기 게시판에 학원비로 등골 휜다는 글들 보면 부러웠습니다.  하려고 하니까 보내는 거잖아요.

저희 애는 아무것도 필요없었습니다.  그 좋은 필기구들, 공책들, 파일 들, 참고서며 문제집들...

안하니까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속은 탔지만 방법이 없으니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은 거라곤 크게 말썽 안피우고 반항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못된 짓 하는건 아니다,

집에 와서 tv를 보든, 컴터를 하든 밖에서 돌아다니며  밤 늦은 시간까지 노는 것보단 낫다...

공부 잘한다고  행복한건 아니다 이런생각까지 하면서

그냥 저를 위로했습니다.

지난 주말까지도 , 다른 애들은 다들 학원에, 도서관에 가서 혼자들 공부하는데

애는 집에 죽치고 있으니, 저는 꼼짝도 못하고 같이 묶여 있었지요.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공부하는 반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운좋게도  초등6학년때 같은 반이면서 공부를 아주 잘했고  친했던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고

더 운좋게 3월달에 첫 짝궁이 된거에요.

그 애가 노트정리하는 것,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 파일에 정리하는 것,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 등을 가르쳐 주었고

아이는 그게 너무 신기한거에요.

3년만에 처음으로 아이가

파일과 노트를 사서 챙겨갔어요.

이번 주말에 공부한다고 어제 금요일날 처음으로 그 파일들을 집으로 가져오기까지 했더군요.

그야말로 감탄을 했고 칭찬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오늘 도서관을 가기로 했다고까지 하니,

 

오늘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습니다.

얼마나 싸고 싶었던 도시락이었는지요.

애들이 맘만 먹으면, 뭔가 계기만 있다면 이렇게 바뀐다는데

저희 애에게 다가온 이런 변화가 너무나 감사하기만 합니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너무 멀지만 그래도 첫걸음을 뗀게 어딘가 싶네요.

 

자식들 공부안한다고 애태우시는 어머니들께는 죄송하지만

- 저도 자랑글들 항상 부러웠고, 자식 맘대로 안된다 하면서 욕했고, 심지어사교육비로 등골 휜다는 글도

부러웠던 사람입니다.

 

이상 중3아들 도서관 간게 너무나 기쁜 바보 엄마의 자랑글이었습니다.

 

 

 

IP : 120.29.xxx.208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4.27 12:56 PM (119.71.xxx.179)

    ^^기특하네요~ㅎㅎ 기다려준 엄마도 훌륭하시구요.

  • 2. @@
    '13.4.27 12:58 PM (211.36.xxx.146)

    참아주신 원글님이 더 대단하신거 같네요
    달랑 필통 하나^^
    의외로 애들이 공부방법을 몰라서 포기하는경우가 많던데
    좋은짝지가 저화위복이 된거 같네요
    저건보다 더 나은결과 기대되고요
    앞으로도 수직상승 할거에요^^

  • 3. 찰떡
    '13.4.27 12:59 PM (182.212.xxx.232)

    님 때문에 로긴했어요~~ 읽는 내 맘이 더 좋아서요 축하드려요 앞으로 아이땜에 웃을일만 있을거에요~

  • 4. 지금 저희 집도^^
    '13.4.27 1:06 PM (183.102.xxx.20)

    애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조용히 공부하고
    남편만 혼자 강아지와 거실에서 놀고 있어요.
    그런데 남편과 강아지를 보면
    소리를 죽인 동영상같습니다.
    남편의 손과 강아지의 꼬리를 선풍기처럼 돌아가고 있는데
    사람이나 개나 소리가 없어요 ㅋ

  • 5. 유지니맘
    '13.4.27 1:11 PM (203.226.xxx.97)

    제 딸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그리곤 보여줬지요
    이런오빠들이 서울대 갈꺼야 하면서
    배시시 웃고 들어가네요
    공부좀 할랑가봅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드님 될겁니다
    마음껏 기뻐하세요
    보는 내내 기분 좋네요

  • 6. 푸하하
    '13.4.27 1:12 PM (58.236.xxx.74)

    글이 너무 생생하고 재밌어요.
    사교육비 0원, 그토록 싸고 싶었던 도시락.
    나중에 또 올려주세요.

  • 7. ...
    '13.4.27 1:30 PM (1.241.xxx.27)

    그러나 일단 공부 좀 해보더니 성적이 빨리 안오르면 포기할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한번 떨어진게 올라가기 힘드니까요.
    그런경우 꼭 이런 이야기 해주세요.
    내가 아는 어떤사람은 꼴등을 했었다.
    하지만 6개월을 바지가 뚫어지게 앉아 공부를 했다. 다음학기엔 2등이었다.
    너도 지금 한번에 되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말자.

    아이에게 꼭 이런식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도움이 됩니다.

  • 8. ..
    '13.4.27 1:56 PM (223.62.xxx.97)

    친척 생각나네요
    고2올라갈때까지 반에서 꼴등 언저리 돌던분
    사고뭉치는 아닌데 공부 안하는 성격 좋은 남자애
    고2되니 애들이 열공부 분위기
    전문대라도 가야하나?싶어서 공부한다고 정석을 폈는데 명제부터 막히는거죠.아는게 없으니
    그래서 앞에 앉은 사촌에게 물었대요.
    다른 애들은 대충 설명하고 귀찮아하는데 착한 사촌은 3,4번 물어도 답해주더랍니다
    괜찮은 녀석이군 싶어 모를때 묻고 사촌이 하라는 방법대로하고 친구가 된거죠.
    꼴등 언저리니 조금 공부했더니 성적이 쑥 올라가고
    그 이후 재미붙여 공부 파더니 지방대지만 그 도시에선 나름 괜찮은 그것도 공대 붙었어요. 그 당시는 인기학과
    전문대도 가망없다던 남자애가 500명이 넘는 공부 좀 시킨다는 학교 전교 80등안에 졸업.전설이 되었죠
    매년 명절이면 사촌네 인사오던 그분 생각나네요.
    아들분도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친구와 우정도 잘 쌓아가길 기원할께요.

  • 9. dlfjs
    '13.4.27 2:05 PM (110.14.xxx.164)

    아이고 축하드려요
    비슷한 처지로서 ..언제 정신차릴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ㅠㅠ
    이래서 친구가 중요한가봅니다
    이번 시험에 좋은 성적나오면 아마도 더 가열차게 공부할거에요

  • 10. 아..
    '13.4.27 2:06 PM (27.118.xxx.118)

    이런 글 너무 좋아요.
    저도 희망이 생기는것 같아서요.
    속태우고 있는 중1 아들맘 입니다. 며칠전 가방 정리 안된다던,그 많던 프린트들 뒤죽박죽이라고 속태우던..
    축하드려요.
    이 기세를 몰아 내내 열공하는 아니 목표가 생기는 아드님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님도 너무 고생 많으셨구요.
    종종 글 올려주세요.

  • 11. ,,,,
    '13.4.27 2:14 PM (110.8.xxx.23) - 삭제된댓글

    이래서 좋은 친구 옆에 두려고 그렇게 혈안 인가봐요.

    그 친구에게 고맙다 해야 할듯~^^

  • 12. 아이사랑
    '13.4.27 2:41 PM (121.134.xxx.145)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깨닫게 하네요

  • 13. 울딸
    '13.4.27 5:49 PM (118.216.xxx.254)

    중3 가방에 필통하나
    여기까지 울딸이랑 똑같네요.
    저두 이런 자랑글 올릴날 오겠죠?
    저두 대인밴데..ㅠㅠ
    좋으시겠어요. 화이팅!

  • 14. 오늘하루
    '13.4.27 6:19 PM (124.50.xxx.210)

    아드님한테 이제 인생의 하나의 기회가 온듯합니다. 저도 공부 진짜 못하는 아이였는데 공부잘하는 짝을 만나는 덕분에 지금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친구는 저에게 공부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고 대학은 제대로 못간 걸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꼴찌에서 놀던 저에게 인생의 전환점을 선사한 고마운 친구죠...원글님 아드님도 이제 비상의 날개를 단 거나 마찬가집니다. 인생의 첫번째 기회를 꼭 잡으라고 말해주세요 아드님께..축하드려요~

  • 15. 축하
    '13.4.27 9:16 PM (120.29.xxx.208)

    댓글 달아주신분들 다들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주셔서 감사해요.
    실은 오늘 도서관도 그 친구가 가자고 하고 해서 간거거든요.
    저녁 어두컴컴해질때까지 안와서 - 애가 정말 공부를 하는건지, 노는건지 걱정을 했는데
    의기양양하게 와서 가방 부려놓고 게임 몰두 중입니다. 아직 철들려면 멀었죠?
    도시락도 깨끗이 먹었고 친구가 반찬 맛있다 해서 기분도 좋습니다.
    그렇게 숨막히는 공간은 처음이었답니다. 어련하겠어요?
    집에서 겨우 글적글적 자유롭게 하던 영혼이.

    내일은 어쩔거니? 했더니 마음이 반반인것 같습니다.
    가고싶기도 하고 가자니 얽매어 있는게 힘들기도 하고,
    그래도 살살 잘 구슬려서 보내봐야 겠어요.
    제가 얼마나 편하던지요. 정말 오늘은 살 것 같았습니다. 82도 맘대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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