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아들, 중간고사를 앞두고 동네 도서관이란 곳을 갔습니다.
아아! 저희 아들에게 이런 날이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습니다.
초등까진 그럭저럭 하던 공부, 중학교 입학 후,
그 커다란 노스페이스 빅샷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 거라곤 달랑 필통 하나였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프린트물, 수행평가 과제물, 등등 이런것들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하나도 모릅니다. 그저 아무런 목표없이
그야말로 공부, 하 나 도 안했습니다.
학원도 하나도 안다닙니다. 수학 학원이란델 보내놨더니, 가서 달랑 두 문제 풀고 오더군요.
본인도 안다니겠다 하니 미련없이 그만두게 하였고, 그 돈 적금 넣었습니다.
그 애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0원입니다.
여기 게시판에 학원비로 등골 휜다는 글들 보면 부러웠습니다. 하려고 하니까 보내는 거잖아요.
저희 애는 아무것도 필요없었습니다. 그 좋은 필기구들, 공책들, 파일 들, 참고서며 문제집들...
안하니까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속은 탔지만 방법이 없으니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그나마, 위안을 삼은 거라곤 크게 말썽 안피우고 반항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못된 짓 하는건 아니다,
집에 와서 tv를 보든, 컴터를 하든 밖에서 돌아다니며 밤 늦은 시간까지 노는 것보단 낫다...
공부 잘한다고 행복한건 아니다 이런생각까지 하면서
그냥 저를 위로했습니다.
지난 주말까지도 , 다른 애들은 다들 학원에, 도서관에 가서 혼자들 공부하는데
애는 집에 죽치고 있으니, 저는 꼼짝도 못하고 같이 묶여 있었지요.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공부하는 반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운좋게도 초등6학년때 같은 반이면서 공부를 아주 잘했고 친했던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고
더 운좋게 3월달에 첫 짝궁이 된거에요.
그 애가 노트정리하는 것, 수업시간에 받은 프린트물 파일에 정리하는 것,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것, 등을 가르쳐 주었고
아이는 그게 너무 신기한거에요.
3년만에 처음으로 아이가
파일과 노트를 사서 챙겨갔어요.
이번 주말에 공부한다고 어제 금요일날 처음으로 그 파일들을 집으로 가져오기까지 했더군요.
그야말로 감탄을 했고 칭찬을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는 오늘 도서관을 가기로 했다고까지 하니,
오늘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을 쌌습니다.
얼마나 싸고 싶었던 도시락이었는지요.
애들이 맘만 먹으면, 뭔가 계기만 있다면 이렇게 바뀐다는데
저희 애에게 다가온 이런 변화가 너무나 감사하기만 합니다.
아직은 가야할 길이 너무 멀지만 그래도 첫걸음을 뗀게 어딘가 싶네요.
자식들 공부안한다고 애태우시는 어머니들께는 죄송하지만
- 저도 자랑글들 항상 부러웠고, 자식 맘대로 안된다 하면서 욕했고, 심지어사교육비로 등골 휜다는 글도
부러웠던 사람입니다.
이상 중3아들 도서관 간게 너무나 기쁜 바보 엄마의 자랑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