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부러 나 엿먹으라고 그런건 아니겠지만 남편한테 너무 야속해서..

너무해남편 조회수 : 1,006
작성일 : 2013-04-26 14:22:13

시댁 식구들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마침 큰 아들이 견학날이라 아침부터 저도 바빴고,

언제나 시간 닥쳐서야 일어나는 남편은 오늘도 여지없이 약속시간 다 되어 헐레벌떡 준비하고.

돌쟁이 작은 아들 준비시키고 저도 준비하고 그렇게 정신없이 약속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집안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들린 식당에서 남편이 자켓을 벗는데............ 아.. 미치겠어요.

하고 많은 옷 중에서, 정말 일부러 구겨도 그렇게까지 구겨지진 않을 것 처럼 구겨진 그런 와이셔츠를 입었네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아니 왜 그런 옷을 입은거야............... 라고 말을 꺼낸 순간,

맞은 편에 앉으신 시부모님 이하 네분 시누이들, 시매부들 잔소리 화살이 쏟아지는데..

아무리 애 챙기기 바빠도 그렇지 남편을 왜 저런 옷을 입히냐, 옷 다릴 줄도 모르냐,

평소에 살림은 어떻게 하냐, 저런 줄은 몰랐네, 여편네들이 집안에서 뭐하냐, 남자는 돈버는 기계고.. 등등등..

 

결혼해서 한 2년 정도, 큰애 돌 무렵까지도 칼같이 와이셔츠 다려놓기는 했었죠.

그런데 남편이 땀이 많아 어떨 땐 하루에 두번씩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하루 놓치니 빨래 챙기는게 일이고.

그러다 둘째 들어서고 입덧 하면서 자연스레 옷 다리기는 남편 몫이 되었고.

대충이라도 펴면 될텐데 제 성격이 또,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아예 안건드리는 편이라

마음에 안들어도 좀 구겨진 상태로 있어도 남편이 다려 입는 쪽으로 되었어요.

대신 음식이나 청소 아이들 챙기기는 정말 남부끄럽지 않게 하는 편인데..................... ㅠ.ㅠ

제가 입덧이 너무 심해 아무 것도 못하겠을 때 두어달 도우미 이모님이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모님이 오로지 옷 다리기만 하셨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음식 만들기 이외의 다른 살림은

제 손을 거쳐야 속이 시원해서 이모님 불러놓고도 국 끓이기랑 옷 다리기만 부탁드렸었거든요.

 

아이들이 깨어 노는 낮 동안엔 옷을 다리지 못하고 주로 애들 자는 밤 시간에 다려야 하는데

애들 재워놓고 밤 되면 어디 집안 일이 손에 잡히나요, 이래저래 손에서 놓으니 그냥 옷 다리기는 포기하고 살았죠.

일주일에 두어번 남편이 날잡고 방문 닫고 들어가(애들 있는 시간이니까요) 옷을 다려입곤 해요.

세탁소에 맡기는건 어떨까 여러번 말해봤지만 그 돈이 어디냐며 자기가 다려입겠다고 그래놓고는......

하필 시댁 식구들 죄다 모이는 오늘같은 날, 남편은 하필 옷장 구석에 아주 꽁꽁 숨겨놓은 듯 구겨진 옷을....... ㅠ.ㅠ

 

그런데 그 잔소리들 받아들으면서도 억울한게,

저희 시누님 네분도 다림질 안하고 사시거든요. 세탁소에 맡기거나 시매부들이 하시죠.

간혹 저희 시어머님이 누님들 집에 가 계시면 그때는 어머님이 다리시구요.

그러면서 왜 그토록 심한 잔소리들을 하시는지....... 정말 제가 옷 다리는거 말고 다른건 뭐 하나 안빠트리고 하는데요.

 

몰라요 몰라요.. 하필 그 와이셔츠를 입은 남편도 밉고,

당신 따님들도 그러는데 남편 와이셔츠 한장 안다려주는 팔자좋게 푹 퍼진 며느리 취급하시는 시부모님도 밉고..

죄다 미워서 내일은 제 비자금 털어서라도 옷장의 와이셔츠 다 걷어서 다림질 맡길까봐요.

오늘 이렇게 잔소리 듣고 오늘 밤에 불켜고 옷 쌓아놓고 다리고 있으면 그것도 또 좀 웃기겠죠.

애써 웃는 표정으로 씹어삼킨 밥이 명치 끝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탁 얹힌 기분이에요.

IP : 121.147.xxx.22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98259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 신앙이 없으면 “양심에 따라 .. 6 세우실 2013/09/12 2,145
    298258 사법연수원 불륜남녀 결혼하면 재미있을거 같아요 5 2013/09/12 3,932
    298257 딱 십년 고생해서 여유좀 가지려구요 3 텐인텐 2013/09/12 1,928
    298256 국내소설인데 내용 보시고 제목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책제목좀 2013/09/12 1,250
    298255 조선일본의 마지막 히든카드.. .. 2013/09/12 1,313
    298254 가격 비교 사이트 추천해주세요. 5 비교 2013/09/12 1,212
    298253 머리 속 여드름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요? 5 마이어스 2013/09/12 12,725
    298252 하얏트 호텔 침구, 소셜에서 파는데 아기침구로 어떨까요? 3 궁금 2013/09/12 2,559
    298251 경찰의 어린이집 3개월 특별단속 작전...결과는? 샬랄라 2013/09/12 1,334
    298250 저도 체지방좀 봐주세요 2 통통아줌마 2013/09/12 1,532
    298249 미술학원에서 각종대회 참여 많이 하나요? 3 미술 2013/09/12 1,059
    298248 당일 이사나간후 도배여부결정하면 바로 업체구할 수 있을까요?(저.. 4 도배스트레스.. 2013/09/12 1,941
    298247 국내 최대 남성 동성애 커뮤니티서 난리났다 2 호박덩쿨 2013/09/12 3,230
    298246 3살어린 동네엄마가 저에게 ㅇㅇ엄마라고 불러요 94 .. 2013/09/12 15,289
    298245 홍대에 외국인친구들 어디를 데려가면 좋을까요? 2 dma 2013/09/12 2,284
    298244 생리고민이에요 2 고민녀 2013/09/12 1,083
    298243 같은 생선이라도 왜 동태, 생태가 더 위험한가요? 4 궁금 2013/09/12 3,389
    298242 문재인 스토리 2 참맛 2013/09/12 1,539
    298241 세빛둥둥섬 드디어 운영 정상화!! 그 첫 시작의 현장!! 현장시장실 2013/09/12 1,210
    298240 학교 미술 시간에 그림 못 그렸다고 혼나는게 당연한건가요? 17 초등고학년 2013/09/12 3,190
    298239 중딩아이 무단으로 결석하면... 3 남일걱정 2013/09/12 1,640
    298238 밖에 나가면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 많은데... 정말 2013/09/12 922
    298237 [대기]저 담주 태국가는데 면세점에서 뭐 살까요?(화장품,지갑,.. 5 면세점쇼핑 .. 2013/09/12 2,399
    298236 [치과] 크라운 비용 질문이요 11 앤티 2013/09/12 4,315
    298235 체지방 31%, 몸무게는 정상 - 체지방 어케 줄이죠? ㅠㅠ 15 41살입니다.. 2013/09/12 7,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