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일부러 나 엿먹으라고 그런건 아니겠지만 남편한테 너무 야속해서..

너무해남편 조회수 : 767
작성일 : 2013-04-26 14:22:13

시댁 식구들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마침 큰 아들이 견학날이라 아침부터 저도 바빴고,

언제나 시간 닥쳐서야 일어나는 남편은 오늘도 여지없이 약속시간 다 되어 헐레벌떡 준비하고.

돌쟁이 작은 아들 준비시키고 저도 준비하고 그렇게 정신없이 약속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해서

집안 일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들린 식당에서 남편이 자켓을 벗는데............ 아.. 미치겠어요.

하고 많은 옷 중에서, 정말 일부러 구겨도 그렇게까지 구겨지진 않을 것 처럼 구겨진 그런 와이셔츠를 입었네요.

 

제가 너무 당황해서 아니 왜 그런 옷을 입은거야............... 라고 말을 꺼낸 순간,

맞은 편에 앉으신 시부모님 이하 네분 시누이들, 시매부들 잔소리 화살이 쏟아지는데..

아무리 애 챙기기 바빠도 그렇지 남편을 왜 저런 옷을 입히냐, 옷 다릴 줄도 모르냐,

평소에 살림은 어떻게 하냐, 저런 줄은 몰랐네, 여편네들이 집안에서 뭐하냐, 남자는 돈버는 기계고.. 등등등..

 

결혼해서 한 2년 정도, 큰애 돌 무렵까지도 칼같이 와이셔츠 다려놓기는 했었죠.

그런데 남편이 땀이 많아 어떨 땐 하루에 두번씩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하루 놓치니 빨래 챙기는게 일이고.

그러다 둘째 들어서고 입덧 하면서 자연스레 옷 다리기는 남편 몫이 되었고.

대충이라도 펴면 될텐데 제 성격이 또, 제대로 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아예 안건드리는 편이라

마음에 안들어도 좀 구겨진 상태로 있어도 남편이 다려 입는 쪽으로 되었어요.

대신 음식이나 청소 아이들 챙기기는 정말 남부끄럽지 않게 하는 편인데..................... ㅠ.ㅠ

제가 입덧이 너무 심해 아무 것도 못하겠을 때 두어달 도우미 이모님이 오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이모님이 오로지 옷 다리기만 하셨던 것 같아요. 그 와중에도 음식 만들기 이외의 다른 살림은

제 손을 거쳐야 속이 시원해서 이모님 불러놓고도 국 끓이기랑 옷 다리기만 부탁드렸었거든요.

 

아이들이 깨어 노는 낮 동안엔 옷을 다리지 못하고 주로 애들 자는 밤 시간에 다려야 하는데

애들 재워놓고 밤 되면 어디 집안 일이 손에 잡히나요, 이래저래 손에서 놓으니 그냥 옷 다리기는 포기하고 살았죠.

일주일에 두어번 남편이 날잡고 방문 닫고 들어가(애들 있는 시간이니까요) 옷을 다려입곤 해요.

세탁소에 맡기는건 어떨까 여러번 말해봤지만 그 돈이 어디냐며 자기가 다려입겠다고 그래놓고는......

하필 시댁 식구들 죄다 모이는 오늘같은 날, 남편은 하필 옷장 구석에 아주 꽁꽁 숨겨놓은 듯 구겨진 옷을....... ㅠ.ㅠ

 

그런데 그 잔소리들 받아들으면서도 억울한게,

저희 시누님 네분도 다림질 안하고 사시거든요. 세탁소에 맡기거나 시매부들이 하시죠.

간혹 저희 시어머님이 누님들 집에 가 계시면 그때는 어머님이 다리시구요.

그러면서 왜 그토록 심한 잔소리들을 하시는지....... 정말 제가 옷 다리는거 말고 다른건 뭐 하나 안빠트리고 하는데요.

 

몰라요 몰라요.. 하필 그 와이셔츠를 입은 남편도 밉고,

당신 따님들도 그러는데 남편 와이셔츠 한장 안다려주는 팔자좋게 푹 퍼진 며느리 취급하시는 시부모님도 밉고..

죄다 미워서 내일은 제 비자금 털어서라도 옷장의 와이셔츠 다 걷어서 다림질 맡길까봐요.

오늘 이렇게 잔소리 듣고 오늘 밤에 불켜고 옷 쌓아놓고 다리고 있으면 그것도 또 좀 웃기겠죠.

애써 웃는 표정으로 씹어삼킨 밥이 명치 끝에 걸렸는지 어쨌는지 탁 얹힌 기분이에요.

IP : 121.147.xxx.224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61162 안정기 교체 정도는 세입자가 자비로 하는 거죠? 3 전세 2013/06/11 5,864
    261161 푸켓질문이요 2 짐톰슨 2013/06/11 611
    261160 전업님들 집에있으면 하루일과를 어떻게 지내나요? 8 멘붕올판 2013/06/11 2,027
    261159 빈혈이면 유제품은 못먹나요?? 2 asdf 2013/06/11 1,290
    261158 서초동 유원 아파트 알려주세요. 6 이사 2013/06/11 3,908
    261157 진미령씨 쌍커플 하셨네요 1 ᆞᆞ 2013/06/11 2,747
    261156 책을 빌려달라고 7 뭥미? 2013/06/11 1,019
    261155 속옷 사이트? .. 2013/06/11 370
    261154 박원순 시장과 주민과의 청책토론회 garitz.. 2013/06/11 309
    261153 7세 5세 아들형제들.. 끊임없는 싸움... 아드님어머님들 알려.. 17 .. 2013/06/11 2,349
    261152 남편이 바빠서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적은경우.. 1 아빠의빈자리.. 2013/06/11 425
    261151 김한길 ”황교안 법무, 해임건의안 제출 검토”(상보) 4 세우실 2013/06/11 721
    261150 세안시 클렌징로션써주는게 폼클보다 피부에 좋나요?? .. 2013/06/11 676
    261149 젊은 엄마가 애봐주면 어떨까요 15 나중에 2013/06/11 2,575
    261148 여름 휴가 호텔 다 잡았어요~ 4 휴가 2013/06/11 1,548
    261147 걱정많은 초등1아이...성격이겠죠? 에휴 3 .... 2013/06/11 625
    261146 영화관에서 자기 자리에 안 앉는사람 2 ... 2013/06/11 717
    261145 시부모님 부부싸움 이야기 며느리한테 하시나요? 6 며느리 2013/06/11 1,309
    261144 경기외고 수원외고 7 딸맘 2013/06/11 3,900
    261143 직장이 장지역(가든파이브), 방배역 이라면 신혼집 어디로 구하면.. 6 curing.. 2013/06/11 1,357
    261142 초등4학년 이게 애 잡을 정도로 공부시키는 건가요.. 객관적으.. 21 의견부탁드려.. 2013/06/11 6,493
    261141 이 한문장만 자연~스런 대화체 영어로 만들어주실런지요? 이 한문 2013/06/11 462
    261140 임대소득자 내는 문제 10 임대소득자 2013/06/11 1,900
    261139 중딩 봉사활동 질문요 2 ᆞᆞ 2013/06/11 881
    261138 힙업운동 최고가 뭘까여, 5 운동 2013/06/11 3,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