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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나를 잊고 출근버스에 올랐다
어리둥절해진 몸은
차에서 내려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방문 밀치고 들어가 두리번두리번
챙겨가지 못한 나를 찾아보았다
화장실과 장롱 안까지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집 안 그 어디에도 나는 없었다
몇 장의 팬티와 옷가지가
가방 가득 들어 있는 걸로 봐서 나는
그새 어디인가로 황급히 도망친 게 분명했다
그렇게 쉬고 싶어하던 나에게
잠시 미안한 생각이 앞섰지만
몸은 지각 출근을 서둘러야 했다
점심엔 자장면을 먹다 남겼고
오후엔 잠이 몰려와 자올자올 졸았다
퇴근할 무렵 비가 내렸다 우산이 없었지만
내가 없는 몸이 우산을 찾지 않았다
음악이 없다는 이유로 단골이 된
순댓국밥집에 들러 소주를 들이켰다
서너 잔의 술에도 내가 없는 몸은
너무 가벼워서인지 너무 무거워서인지
자꾸 균형을 잃었다 금연하면
건강해지고 장수할 수 있을 것 같은 몸은
마구 담배를 피워댔다 유리창에 얼핏
비친 몸이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옆에 앉은 손님이 말을 건네왔지만
내가 없는 몸은 대꾸하지 않았다
우산 없이 젖은 귀가를 하려 했을 때
어덴가로 뛰쳐나간 내가 막막하게 그리웠다
- 박성우, ≪건망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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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26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3년 4월 26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3년 4월 26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584664.html
2013년 4월 26일 한국일보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1304/h2013042520324075870.htm
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나아지려는 의지라도 좀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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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도 때로는 우리를 다치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머지않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벼운 상처이다.”
- 앙드레 폴 기욤 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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