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라도 누군가와, 어디에 접속해 있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때로는 가장 가까운 데 있는 그 사람과 이 곳에는 또 무심해지는...
먼 곳을 가깝게 느끼고, 가까운 곳과는 데면데면해지는 일도 벌어지구요.
타자와의 모순된 관계 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깊이 대면할 기회 역시 줄어들기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애니팡이라도 한 판 해야 안심이 되더라구요.
예전엔 공상이라도 골똘히 하던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이른바 접속 증후군.
네~ 제 얘기입니다 ^^
뉴스, 정보 사이트와 달리, 커뮤니티 사이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 가장 안 좋은 점이,
워낙 글이 많이 올라오다 보니까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거, 댓글 하나 하나 몰입할수록 더 빠져든다는 거,
하루 종일 같은 드라마를 연속적으로 보여주는 '나인 데이'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ㅋ
특히 남들보다 중독증이 강한 성향이라서 이번 기회에 디지털 간헐적 단식을 시도했습니다.
물론 컴퓨터 앞에서 일을 할 때가 많으므로, 완벽한 디지털 단식은 아니고,
82와 디씨만 사이트 차단을 실시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해서 '82와 디씨 간헐적 단식'
(2주차 보고서 참조
원칙은 오전 9~12시, 오후 1시~5시까지는
82와 디씨 접속을 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원천 봉쇄하는 방법을 택했기에 성공률 90% 이상
(10% 실패는 이 시간 외근 등 이동 시간에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ㅋㅋ)
1) [성과]
2주차와는 또 다르게 몸과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첨엔 사이트가 생각 나다가도,
어느새 '어차피 못 들어가잖아?' 이런 포기 심리에 잊어버리게 되더군요.
'그곳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적당히 분리되는 느낌입니다.
아침, 밤 이동 시간에 복습할 때도 핫이슈가 한창 벌어지던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그냥저냥 몰입하지 않고 패스~
2주차 보고서에 밝힌 대로, 귀가길에 단편 소설 한 권씩 읽기로 했는데,
이번 주에는 정말 정말 오랜 만에 시집을 꺼내 들었습니다.
디지털 정보와 온갖 글을 폭식하면서도, 정작 짧고 깊은 힘을 가진 시는 언젠가부터 읽지 않았거든요.
클릭과 F5의 속도전을 잠시 멈추고, 아주 천천히 글자 하나, 이미지 하나에 머무르는 시간이 좋네요~
우리가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듯이, 디지털, 접속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필수가 되었죠.
그렇지만 과식, 폭식하지 않고 적당히 쉬어 가며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2) [부작용]
2주차에서 말한 대로, 저같은 중독 성향자는 중독증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기에,
접속이 가능한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번 주도 페북에 열심~~
근데 친구가 몇 명 없는 거의 일기장과 다름 없는 곳이라서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할애하진 않더라구요.
예상치 못하게,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할 상황이 벌어져 디지털 단헐적 간식에 빨간불이 켜졌....는데,
다행히 글이 많이 올라오는 동네가 아니라서 건강을 해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보렵니다 ㅋㅋ
허나,
홀로 단식도 좋지만,
동무들과 여럿이 모여 질펀한 잔치를 벌이는 것 역시 생활의 낙이거늘,
역시 나누고 싶은 얘기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ㅠㅠ
예를 들면,
-필경사 바틀비와 미스김 : '안 하고 싶습니다' & '그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만!'
-나인나인나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5월 말 손예진 & 김남길 드라마 컴백!
-봄이 사라진 봄날씨, 이대로 좋은가
등등 ㅠㅠ
다이어트 와중에 못 참고 폭식하는 날이 오듯,
디지털 단식에 있어서도 접속 폭주하는 날을 주의해야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