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노무현대통령 헌정시집이 발간된다고 하네요.
시인과 시민참여 120분 정도 했다는 군요,
도종환, 안도현, 이창동, 유시민, 김정란..... 등등
맛보기로 이창동 감독의 시를 공개합니다.
이 시는 헌정시집을 주관하고 있는 시민광장에서 퍼왔습니다.
아네스의 노래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랫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주:
‘아네스의 노래’는 애초에 영화 <시>의 시나리오를 위해 이창동 감독이 직접 쓴 작품이어서, 개별적인 시로서 의도된 작품은 아니다. 또한, 영화의 전개상 ‘아네스의 노래’는 아마추어 시인이 쓴 것처럼 쓰인 시임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