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시키러 갔었습니다.
오늘 놀이터에서 뒹구르고 놀다가 들어와서
일단 겉옷 벗고 집에서 어마어마하게 바르면서 먹었기때문에 목욕은 필수입니다.
남편이 늦을 것 같다고 해서
기다리는거 포기하고 쿨하게 목욕시키러간거죠.
머리엔 삶은 계란부터 덕지덕지 속눈썹위엔
밥알하나 얹어주고...
물속에 넣어놓고 거품을 내서 머리부터 감기기 시작합니다.
때좀 뿔리게 물속에 좀 앉아 있으라고 해도
요지부동 서있기만합니다.
몸에도 거품을 묻혀놓고
샴푸모자를 씌워서 머리를 헹궈주려고 합니다.
실패율이 높아서 이미 빈 스폰지로 닦아내주긴 한 상태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물을 붓는 순간 샴푸 모자를 샤샤샥! 벗겨내버려서
온 몸의 거품까지 다 닦여 나갔습니다.
물은 거품으로 넘실거리고
머리는 덜 닦인 것 같아서 샤워기로 살짝 뿌리려고 합니다.
울 애는 이거 싫어합니다.
그렇지만 어쩔수가 없습니다.
머리에 물을 붓자 애는 뛰쳐나오려고 합니다.
앉혀도 안안고...
그저 서서 나오려고만하고...
안되겠다 싶어서 옆 목욕 바구니에 물을 받으면서 아가의 주위를 돌려봅니다.
시간이 가다보니 거품도 가라앉았습니다.
장난감을 하나둘 먼저 옆 바구니로 옮겨봅니다.
그러다가 바닥에 가라 앉은 놈을 보게됩니다.
저게 뭐지 첨보는건데???
손으로 집는 순가... 헉! 나는 알아버렸습니다.
그것은 장난감이 아니었습니다.
흑흑흑
얼렁 애를 빼서 물이 덜 받아진 새 바구니로 옮깁니다.
내손 으로 애를 씻기겠다고 문질러보지만
내 손이 젤로 더러운것 같습니다.
울 애는 지금까지 X물에 빠져있었습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깨끗이 헹구겠다고 샤워기를 여러번 껐다 키며 닦이자 애는 싫다고 도망가려고 합니다.
이게 다 너때문이라며
정신을 잃은채 마구마구 큰소리로 말하며
애를 씻깁니다. 어떤 것이 깨끗해지고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아까 아가가 있었던
내가 장난감을 잡겠다고 휘저은 물을 다시 차분해져갑니다.
다시 한번 그 속을 보고는 경악을 합니다.
울 애는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세번째입니다.
두번째는 거의 작년 여름즈음이라서 이제 커서 안그러는줄 알고
추억속의 해프닝으로 회상하며 웃었던 적이 최근 몇개월전에 있었던것 같습니다.
아...
ㅡ.ㅜ 울고 싶습니다.
도박도 한적 없는 손목을 잘라내고 싶습니다.
술이 필요합니다.
감기가 심하지만
오늘밤 술로 잊고 잠들어야 하지 않나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술이 필요해서 이러는게 아닙니다.
그전엔 그냥 보기만 했지만,
손으로 건지려 해보지는 않았습니다.ㅡ.ㅜ
기저귀에서 어쩌다 묻은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
오롯히 내 손안에 쥐었었기 때문입니다.
눙물이 앞을 가립니다.
이 또한 시간이 가면 잊혀지길 빌어봅니다.
그래도 먹고 살겠다고
차디찬 김밥을 입에 쑤셔넣으며 이 글을 씁니다.
내 신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