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에 대한 미성숙한 감정. 주절거려 봅니다.

느느니한숨 조회수 : 883
작성일 : 2013-04-16 17:43:01

요즘 이런 저런 생각에 잠도 설치고 잠자리도 뒤숭숭한데,

잠시 주절거려 봅니다.

이혼한 아버지와의 관계 문제에요.

제 아버지란 사람은 제 입장에서 존경할만하거나 훌륭한 분은 아니세요.

가난한 집의 9남매 장남에,

저희 엄마한테 시댁 식구가 되는 할머니와 고모 편만 주구장창 드는,

아무 것도 없는 집안의 장남으로서의 우월감과 의무감에 가득 차

본인 가족들은 힘들게 하는 전형적인 옛날 아버지였죠.

저희 집은 저랑 제 여동생, 딸만 둘인데

엄마한테 아들도 못낳고 키도 작고 배움도 짧다고

친가 식구들과 합세해서 들들 볶고 못살게 굴었어요.

(아버지도 많이 배우시거나 한 건 아닙니다)

저는 잘 기억이 안날 만큼 어릴 때도

이혼하라고 고모들이 엄마 머리채를 잡았다는 얘기도 좀 커서 들었어요.

참... 쓰고 있는데도 울컥합니다.

나이도 이제 예순 채 못됐는데

근대기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인물이 좋아 여자가 많았고 여자 문제로 항상 엄마가 속을 끓이셨어요.

제 안사람에 대한 배려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고,

걸핏하면 윽박지르고 강압과 폭력을 행사했죠.

결국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두분은 이혼하셨는데,

그것도 저희 엄마 의지는 아니었고

(엄마는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셨구요 ㅠ.ㅠ)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이혼을 하셨어요.

30년 가까이 같이 살았는데 위자료도 없었고,

그 동안 잘못에 대해 미안했다는 사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른 분과 재혼하셔서 지금 살고 계시고,

저희 엄마는 여전히 혼자시고 식당일 하시면서 힘들게 사세요.

엄마는 계속 '그래도 아빠한테 잘 해라. 아빠가 너한테는 잘 했다.

아빠도 참 불쌍한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

아빠에 대한 감정과 상관없이 제가 걱정돼서 하는 얘기라는 건 알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한테도 화가 나요. ㅠ.ㅠ

그런 식으로 20대 때는 몇년동안 연락도 잘 안하고 찾아뵙지도 않았는데,

저도 나이를 먹었고, 어쨌든 아버지고

아버지가 나이를 먹으면서 약한 모습 보이는 것에

저도 마음이 약해지다,

제 결혼을 계기로 해서 일종의 평화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어요.

저희한테 잘 해주려고 하십니다.

그러다 작년 가을에 제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이사오시면서

부쩍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세요.

근데 제 동생이 몇 달 후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걸 계기로 해서 다시 갈등이 폭발했어요.

본인이 아직도 우리 엄마 남편인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불만을 늘어놓거나

조율(이라고 쓰고 간섭이라고 읽죠)하려고 하는 모습에

(자리 문제, 한복 문제, 이동 문제...)

그나마 추스려왔던 감정이 마구 마구 다시 올라온달까...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한테 진절머리가 나거든요.

엄마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사실 제 동생 태어나고부터 한 10년 정도는 덜 해서

동생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저 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없이 사니까 어쩔 수 없어'라며

소소하게 편법을 써서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들이 참 싫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자긍심에 상처받은 적 많았구요.

나름 다독다독하면서 여기저기 꼬매고 살고 있지만

제 혼자 문제가 아니라 엄마도 얽혀 있어서 참 마음이 그래요...

근데 이제 와서 가족인 척 코스프레 하는 걸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제가 전화를 잘 받지 않으면 제 남편에게 전화해서

용건을 이야기하거나 전화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래서 요 며칠 골머리를 앓고 속이 시끄러워지면서,

어릴 때 아버지가 밥상을 엎거나 젓가락으로 밥상을 내리찍어

밥상이 못쓸 정도로 패였던 기억,

엄마한테 하던 행동들, 그런 모습들에 겁먹었던 어린 나,

아들이 아니라고 대놓고 싸한 눈으로 나를 보던 고모들, 할머니

(동생 결혼식 때 보게 될텐데,

또 이런 저런 참견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면

결혼식이고 뭐고 엎어버릴 것 같아요)

왜 우리 엄마는 내가 이혼하라고 그렇게 울면서 애원할 때

안한다고 버티다가 결국 이혼당했나.

내가 지금 화가 나는 건 엄마한테서 감정적으로 분리가 안돼서인지,

아님 여러 번 비겁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인지...

이런 저런 생각이 뒤죽박죽 돼서 막 소리내서 울고 싶어요.

난 왜 이렇게 미성숙한가,

과오가 있는 부모를 용서할 줄 알아야 정말 어른이 된다는데

여기서 아버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혹시 정작 우리 엄마는 용서했는데 나만 괜히 이러고 있는 건가.

나나 엄마한테 잘 하면 되는 거지, 엄마한테 잘 하지도 못하면서

아버지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거 아닌가...

쓰다 보니 너무 긴 글이 된데다,

제 감정에 대한 변명과 투정이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이런 얘기 한번도 안해 봤는데

막 얘기하고 나니까 이제 진짜 울어도 될 거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220.80.xxx.248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oo
    '13.4.16 6:09 PM (182.218.xxx.145)

    어머니는 용서하지 않으셨을 겁니다
    단지 운명이다 하며 체념하셨을 것 같아요
    아버지에 대한 원글님의 감정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요
    용서가 쉽습니까?

    가장 좋은 건 아버지와의 단절이지만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
    될 수 있는 한 얼굴 보는 시간을
    줄이는 수 밖에요
    아버지의 요구에 너무 순응하지 마시고
    원글님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걸
    아버지에게 환기시킬 필요는 있다고 봐요
    글고 어머니에게 더욱 더 잘해드리세요
    가장 상처입은 분은 어머니이시니까요

  • 2. 느느니한숨
    '13.4.16 6:30 PM (220.80.xxx.248)

    답변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희 엄마 얘기도, 정말 감사해요.

  • 3. 느느니한숨
    '13.4.16 6:33 PM (220.80.xxx.248)

    사실 아버지도 일이 잘 안되고,
    함께 사시는 분과 관계나 건강 문제...
    이런저런 것들이 겹쳐서 우울해 하시는데,
    왜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은지
    앞으로 관계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게 좀 겁이 나요...
    그리고 루님 말씀대로 죄책감 같은 것도 있구요...
    하지만 잘 추스려야 겠죠. 하아...

  • 4. ...
    '13.4.16 7:17 PM (118.218.xxx.236)

    용서하려고 노력할 필요 없습니다.
    성숙해지려고 억지로 할 필요도 없구요
    사연을 읽어보니
    용서하거나 감싼다는게 불가능한 상황같아요
    먼저 반성하고, 수그러드는게 있어야 용서고 뭐고 있는거니까요.
    오히려 본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게 먼저 일거 같아요
    어머니가 미처 준비도 안된 딸에게 '그래도 아버지다..' 는 식으로
    감정적 억압을 한 것이 나빴던 거 같군요.
    그래서 원글님은 자기 감정에 충실할 기회가 없어서 성숙도 못하고 그저 정체되기만 한 거 같아요.
    죄책감 가질 필요 없구요. 먼저 자기 감정에 충실해 보세요. 아버지에 대해 원망할 건 하구요.
    어린 시절에 기억들.... 아버지가 잘못한 거 다 이야기 하세요
    터트릴건 터트려야 아뭅니다. 종기가 그대로 둔다고 살 되지 않아요. 터트려야 살이 되지요

  • 5. be happy
    '13.4.17 5:19 AM (220.125.xxx.243) - 삭제된댓글

    미성숙한 분이 아니세요.

    오히려,
    이제야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신 거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마음의 정리..랄까... 그런 거.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앞으로 살아갈 때 뭔가 힘이 되지 않을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1821 이것도 피싱일까요? 2 이것도 2013/04/16 677
241820 양배추로 며칠사이 1킬로 뺐어요..ㅋ 2 양배추 2013/04/16 3,511
241819 잠깐만 나갔다 와도 몸이 아파요 6 바람바람 2013/04/16 1,935
241818 작년 김장속이 있네요 9 말할수있는비.. 2013/04/16 1,144
241817 전교임원하면 수백깨진다는데 8 yaani 2013/04/16 2,695
241816 무관사주여도 결혼생활 행복하신 분 계신가요?? 2 갑갑 2013/04/16 8,428
241815 MBC에서 가정성교육 나오네요. 2 ㅇㅇ 2013/04/16 1,111
241814 토오픈구두 신을 때 스타킹 신으면 패션테러리스트일까요? 12 이런고민 2013/04/16 5,879
241813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 누가 있을까요? 8 유명한 시인.. 2013/04/16 6,348
241812 이 경우 제가 아이들을 봐줘야 하는건가요???? 31 난감 2013/04/16 5,714
241811 김장양념으로 4 김치 2013/04/16 894
241810 급)제주 유채꽃 2 ^^* 2013/04/16 576
241809 신랑이랑 함께하는 태교 ^_^ 나만의쉐프 2013/04/16 470
241808 두유 많이들 드시나요?? 20 두유 2013/04/16 5,815
241807 빵집에 파는 빵중에 달걀 안들어간거 뭐있나요? 4 달걀 2013/04/16 1,011
241806 요즘 김밥이 심하게 떙깁니다. 7 힐링이 2013/04/16 1,746
241805 화났을때 스스로 처방하는 신경안정제 공유해봐요~ 26 후아 2013/04/16 5,362
241804 가벼운 썬크림의 갑은 뭘까요? 32 ... 2013/04/16 6,241
241803 멀티쿠커 쓰시는분?? 3 .. 2013/04/16 2,066
241802 사람 싫은티를 면전에 대놓고 하는 사람을 어찌 대해야할까요? 8 비밀 2013/04/16 4,877
241801 엄마혼자 미국가시는데요..미국입국심사 질문이 있어요 21 노모걱정 2013/04/16 16,980
241800 어디로 갈까요 3 쇼핑고민 2013/04/16 590
241799 매일 화장 하시나요? 5 전업 2013/04/16 2,132
241798 오늘아침, 삼생이가 얄미웠어요. 8 봄꽃 2013/04/16 1,828
241797 서대문구 마포구 중등 수학학원 2 ** 2013/04/16 1,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