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저런 생각에 잠도 설치고 잠자리도 뒤숭숭한데,
잠시 주절거려 봅니다.
이혼한 아버지와의 관계 문제에요.
제 아버지란 사람은 제 입장에서 존경할만하거나 훌륭한 분은 아니세요.
가난한 집의 9남매 장남에,
저희 엄마한테 시댁 식구가 되는 할머니와 고모 편만 주구장창 드는,
아무 것도 없는 집안의 장남으로서의 우월감과 의무감에 가득 차
본인 가족들은 힘들게 하는 전형적인 옛날 아버지였죠.
저희 집은 저랑 제 여동생, 딸만 둘인데
엄마한테 아들도 못낳고 키도 작고 배움도 짧다고
친가 식구들과 합세해서 들들 볶고 못살게 굴었어요.
(아버지도 많이 배우시거나 한 건 아닙니다)
저는 잘 기억이 안날 만큼 어릴 때도
이혼하라고 고모들이 엄마 머리채를 잡았다는 얘기도 좀 커서 들었어요.
참... 쓰고 있는데도 울컥합니다.
나이도 이제 예순 채 못됐는데
근대기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 같기도 합니다.
인물이 좋아 여자가 많았고 여자 문제로 항상 엄마가 속을 끓이셨어요.
제 안사람에 대한 배려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고,
걸핏하면 윽박지르고 강압과 폭력을 행사했죠.
결국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두분은 이혼하셨는데,
그것도 저희 엄마 의지는 아니었고
(엄마는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하셨구요 ㅠ.ㅠ)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이혼을 하셨어요.
30년 가까이 같이 살았는데 위자료도 없었고,
그 동안 잘못에 대해 미안했다는 사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다른 분과 재혼하셔서 지금 살고 계시고,
저희 엄마는 여전히 혼자시고 식당일 하시면서 힘들게 사세요.
엄마는 계속 '그래도 아빠한테 잘 해라. 아빠가 너한테는 잘 했다.
아빠도 참 불쌍한 사람이다...' 라고 이야기 하는데,
아빠에 대한 감정과 상관없이 제가 걱정돼서 하는 얘기라는 건 알지만
그럴 때마다 엄마한테도 화가 나요. ㅠ.ㅠ
그런 식으로 20대 때는 몇년동안 연락도 잘 안하고 찾아뵙지도 않았는데,
저도 나이를 먹었고, 어쨌든 아버지고
아버지가 나이를 먹으면서 약한 모습 보이는 것에
저도 마음이 약해지다,
제 결혼을 계기로 해서 일종의 평화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어요.
저희한테 잘 해주려고 하십니다.
그러다 작년 가을에 제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이사오시면서
부쩍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 하세요.
근데 제 동생이 몇 달 후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걸 계기로 해서 다시 갈등이 폭발했어요.
본인이 아직도 우리 엄마 남편인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불만을 늘어놓거나
조율(이라고 쓰고 간섭이라고 읽죠)하려고 하는 모습에
(자리 문제, 한복 문제, 이동 문제...)
그나마 추스려왔던 감정이 마구 마구 다시 올라온달까...
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한테 진절머리가 나거든요.
엄마에 대한 것도 그렇지만,
(사실 제 동생 태어나고부터 한 10년 정도는 덜 해서
동생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저 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없이 사니까 어쩔 수 없어'라며
소소하게 편법을 써서 이익을 도모하는 모습들이 참 싫었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자긍심에 상처받은 적 많았구요.
나름 다독다독하면서 여기저기 꼬매고 살고 있지만
제 혼자 문제가 아니라 엄마도 얽혀 있어서 참 마음이 그래요...
근데 이제 와서 가족인 척 코스프레 하는 걸 보면 참을 수가 없어요.
제가 전화를 잘 받지 않으면 제 남편에게 전화해서
용건을 이야기하거나 전화하도록 지시합니다.
그래서 요 며칠 골머리를 앓고 속이 시끄러워지면서,
어릴 때 아버지가 밥상을 엎거나 젓가락으로 밥상을 내리찍어
밥상이 못쓸 정도로 패였던 기억,
엄마한테 하던 행동들, 그런 모습들에 겁먹었던 어린 나,
아들이 아니라고 대놓고 싸한 눈으로 나를 보던 고모들, 할머니
(동생 결혼식 때 보게 될텐데,
또 이런 저런 참견하면서 큰 소리로 떠들면
결혼식이고 뭐고 엎어버릴 것 같아요)
왜 우리 엄마는 내가 이혼하라고 그렇게 울면서 애원할 때
안한다고 버티다가 결국 이혼당했나.
내가 지금 화가 나는 건 엄마한테서 감정적으로 분리가 안돼서인지,
아님 여러 번 비겁했던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인지...
이런 저런 생각이 뒤죽박죽 돼서 막 소리내서 울고 싶어요.
난 왜 이렇게 미성숙한가,
과오가 있는 부모를 용서할 줄 알아야 정말 어른이 된다는데
여기서 아버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혹시 정작 우리 엄마는 용서했는데 나만 괜히 이러고 있는 건가.
나나 엄마한테 잘 하면 되는 거지, 엄마한테 잘 하지도 못하면서
아버지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거 아닌가...
쓰다 보니 너무 긴 글이 된데다,
제 감정에 대한 변명과 투정이 되어 버렸네요.
그래도 이런 얘기 한번도 안해 봤는데
막 얘기하고 나니까 이제 진짜 울어도 될 거 같아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