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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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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2

잉글리쉬로즈 조회수 : 4,201
작성일 : 2013-04-07 13:35:03
이거 한 줄 쓰고 서류도 열 줄 보고 그러기로 했어요. 

다아시는 돌아와서 통한의 편지를 씁니다.
이 뇨자야 미쳤니 나랑 결혼 안 하면 너 뭐먹고 살래 내가 너랑 결혼해 주겠다는데 어서 감히 거절이래는 자기도 정신 차리고 보니 구렸던지, 엘리자베스가 오해한 부분만 설명합니다.

친구 빙리(얘 근데 좀 빙신 같음)와 언니 결혼 방해한 건 미안하지만, 그냥 한 마디 했을 뿐 그리 말린 것도 아니고 운운
솔직히 빙리는 지가 적극적이지 못했던 거죠. 아니 다아시같이 꽉 막힌 애도 좋으니까 청혼하는데
얜 그냥 줏대없이 어어어어 그러다 기회 놓치고 여자 상처 주고 그러는 애임.

그리고 위컴은, 아버지가 가엾게 봐서 데려다 길렀는데, 자기 미성년자 여동생을 재산 보고 꼬신 검은 머리 짐승임.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해명을 보고 땅을 칩니다.
에고, 왕건이를 놓쳤구나ㅠㅠ
그녀는 자신이 다아시에 대해 얼마나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습니다.
다아시도 좋은 사람인데, 오만하다고만 여겨 나쁜 사람으로만 보았다는 것을, 
그래서 남의 중상에 속고 말았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때까진 다아시를 사랑한다고 할 순 없죠.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다아시의 저택, 펨벌리를 보면서 꽃피어납니다.
펨벌리는 작품 전체에 걸쳐 작가가 묘사한 유일한 겁니다. 여주 남주는 인물 묘사도 안 하더니 부동산은 아주 제대로. 
부동산이야 중요하지만, 집 묘사할 정성으로 남주 얼굴이라도 좀 묘사해라...
엘리자베스의 몸매가 불균형했다는데, 그게 뱃살이 있었다는 거야, 어쨌다는 거야, 역시 뱃살인가? 궁금해 죽는데.

엘리자베스가 딱히 속물이라기보단, 아니 우리 모두 저택 좋아하잖아요?
이쁜 집 둘러보면서, 거기 남주의 초상화가 떡 걸려있으면, 가슴 뛰잖아요.
게다가 저걸 내가 찼지, 하면 얼마나 감회가 새로워요?
자기 초라한 집에 돌아와 이불 속에서 하이킥도 좀 하고, 거울도 맨주먹으로 깨부수고.
하지만 엄마한테 말할 순 없죠.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 그 남자가 엄마 아빠를 멸시해서 어쩌구 말해봐야
내딸이 부자를 걷어차다니 나도 내딸 좀 걷어차 보자, 뭐 이렇게... 이리 와라 머리도 좀 깎고...

드라마에선 이때 다아시가 엘리자베스 생각하며 더워지는 몸으로 연못에 뛰어들어 
수영하느라 젖어있는 모습으로 그녀와 마주치는 걸 묘사하는데, 아주 신의 한 수입니다.
나 이 저택에서 이런 꼴로 다닐 수 있는 유일한 남자, 옛날 압구정 오렌지 족이 하도 각처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니까
정말 거기 산다는 증거로 쓰레빠에 추리닝으로 다녔다는 그런 건가...
다아시가 콜린 퍼스, 콜린 퍼스의 젖은 머리칼, 이때 우리는 왜 그녀가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했는지
앞에서 칭찬했던 그녀가 이해 안 되기 시작합니다. 비주얼의 강력한 한 방.

하지만 그녀를 정말 놀라게 한 건, 다아시가 심지어 자기 부모보다도 더 신분 낮은 외숙부를 친절하게 대했단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랑 교제하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의 태도란 당시로선 용을 무찌르는 기사만큼이나 용감했 거든요. 
그렇죠. 인습이란 용을 무찔러야죠. 니가 정말 기사도를 지녔다면.

다아시의 용감성은 더 나아가, 곤경에 빠진 그녀를 도와줄 때 빛을 발합니다.
세 번째 중매쟁이 엘리자베스의 동생 리디아가 위컴과 손 잡고 도망친 겁니다.
위컴이 그런 돈 없는 여자와 결혼할 리 없고, 결혼 안 해주면 리디아의 인생은...
다아시는 위컴을 설득&협박하여 연금을 주고 리디아와 정식 결혼시켜 데려옵니다.
자신의 도움을 엘리자베스 집안에 알리지도 않구요. 

엘리자베스는 깊이 감동합니다. 내가 널 도왔으니, 이제 나와 결혼해 다오도 아니고, 다아시는 진정 그가 지키고 싶어 했던
가문의 영광, 명예로운 신사의 모습을 어필한 겁니다.

근데 이판에 다시 남자가 청혼해야 결혼하죠? 
네 번째 중매쟁이가 나섭니다. 
시모는 아니지만 시모보다 더 무섭다는 시이모? 
다아시의 아주머니 뻘 되는 귀부인이, 다아시는 내 딸과 결혼시킬 거야, 불호령을 내립니다.
하지만 다아시에게 꺾이지 않았던 엘리자베스가 꺾일 리 없죠. 
다아시는 시이모의 귀족적이지 못한 행동과 엘리자베스의 귀족적인 태도를 알게 되구요. 

그렇게, 주변 사람 모두가 등 떠밀어준 커플은 마침내 결혼하게 됩니다.

주로 다아시가 오만, 엘리자베스가 편견이라고 여겨지지만, 둘 다 오만과 편견을 지닙니다.
오만하면 편견이 생기기 십상이고, 편견이 있으면 오만해지기 십상이죠.
그러나 사랑은 그런 뿌리 깊은 오만과 편견을 제거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니 그런 사랑을 하되, 오만과 편견을 더 깊게 하는 사랑은 하지 않도록 합시다. 

오만한 청혼자는 다아시만이 아니었죠.
엘리자베스 아버지의 집을 물려 받게 될 남자 친척도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합니다.
내가 니네 집 물려 받을 거니, 너와 결혼해 줄게, 안 그럼 니가 어디로 가겠니.
엘리자베스는 거절했다가 엄마한테 다리 몽둥이가 부러질 뻔...
그리고, 미스 빙리와 환상의 커플을 이뤘을 이 미스터 콜린스는 엘리자베스의 베프와 결혼합니다.
베프는 말합니다. 노처녀로 늙기 싫었다고.
베프의 선택은 합리적입니다. 우리 모두 그녀를 이해할 수 있어요. 
가정교사의 기적, 제인 에어는 소설이니까요. 아마 그 소설을 탐독한 가정교사들도 자기들끼리
그 남자는 미친 아내랑 결혼했을 정도니까 가정교사와도 결혼한 거라고 속삭였을지 몰라요.
그러나 사랑 없는 결혼의 어두운 나날도 그녀가 고스란히 치를 대가입니다.

앞날에 대한 어떤 희망도 없지만, 용감하게 참된 결혼을, 오만과 편견으로 더럽혀지지 않은 결혼을 원한 
엘리자베스가 그런 결혼을 하듯.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의 거절 때문에 참된 신사, 좋은 남편으로 거듭날 수 있었듯. 
물론 둘처럼 될 확률은 더 적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결혼을 보여주면서도, 이상적 결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드러내면서도,
두 사람 모두 노력할 때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 소설은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귀여운 미스 빙리, 실제로 보면 속터질 테지만 글로 보니 웃기는 여자분은
엘리자베스와 화해했답니다. 그러지 않으면, 펨벌리를 방문할 수 없을 테니까요.
아, 과연 마성의 펨벌리, 부동산이 최고라는 신념이야말로 오만과 편견보다도 더 뿌리 깊은 건지도 모릅니다. 


IP : 218.237.xxx.213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맞아요...
    '13.4.7 1:49 PM (121.175.xxx.150)

    부동산 최고...ㅋㅋㅋㅋ
    난데없이 남자주인공 저택이 막 묘사되고 그래서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차피 부자라고 처음부터 그랬는데 새삼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강조할 필요 있나 하구요.
    그 장황한 묘사때문에 여자주인공이 남자의 행동을 보고 편견을 깨서가 아니라 부자라는걸 머리로만 알다가 확실히 체험하고 사랑을 느낀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어요.

  • 2. 레기나
    '13.4.7 1:54 PM (121.166.xxx.44)

    여기 소설 주변인들은 벤젠에 불을 끼얹어라하면서 말린다고 하고 있습니다.
    위의 벗님 그 때 당시 최고는 부자남편이었습니다.
    지금도 최고남편감중 하나죠 엘리자베스의 어머니인 베넷부인이 감동해서 너는 귀족들 하듯이 결혼해야 한다 할 때 왜 이렇게 웃기면서 동시에 생각나는 게 많던지.

  • 3. 골때리는 집안
    '13.4.7 2:11 PM (117.83.xxx.17)

    장모와 처제 수준이 너무 후덜덜해서.
    정말 막강 무적.
    단순한? 사회 경제적 지위의 차이와는 무관하게
    참아주기 어려운 사람들이라...;;;;

    답이 없는 장애잖아요. 킁.

    결혼후엔 그들이 다아시의 생활과 자연스레 단절될까.
    그렇겠죠?^^

  • 4. 레기나
    '13.4.7 2:18 PM (121.166.xxx.44)

    위의 분 책에서도 골때리고 단절은 안 되었답니다. 그냥 이해하고 살아가는 훈훈한 빅토리안패밀리죠

  • 5. 골때리는 집안
    '13.4.7 2:25 PM (117.83.xxx.17)

    하긴. 이해하고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그래도..결혼후 엮일 일이 많진 않겠죠? (저의 억지 바램인지 희망인지..다아시에게 애도를--)
    엘리자베스를 얻은 댓가치고는...흠.

    위컴같은 유형은 딱 선을 그으면 되는데
    장모나 처제는 딱히 악인도 아니라서.

    뭐...다아시가 역시; 관대한 신사는 신사네요.

  • 6. 딸 많은 집
    '13.4.7 2:29 PM (121.88.xxx.128)

    어머니의 혼사 걱정이 이해는 돼요.

  • 7. 우스운 얘기지만
    '13.4.7 2:39 PM (119.67.xxx.75)

    대충 둘러보고 든 생각이
    오만과 편견 안읽은 분들 혹시 이 글 읽고
    어디가서 나 오만과 편견 읽었어..하는건 아닌가 모르겠네요...ㅋ

  • 8. 레기나
    '13.4.7 2:46 PM (121.166.xxx.44)

    위의 분 책 봐야 해요 거기 코미디 담당은 베넷부인이고요 정말 가끔 웃음을 줍니다. 여러 방식으로..........

  • 9. 잉글리쉬로즈
    '13.4.7 2:47 PM (218.237.xxx.213)

    사실 빌붙어 사는 건 귀족들 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떤 귀족은 너무 많이 친척들이 몰려 오니까 성채의 한 부분을 헐 정도였다고 해요. 부자들은 그런 걸 신경쓰진 않았죠. 즉 빌붙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신분은 낮지 마라, 뭐 이런 거였어요. 어머니는 딸을 둘이나 부잣집에 시집 보내는 성공을 이루자, 행복한 나머지 성격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오히려 그런 거 신경 안 쓰던 아버지가 적적해져서, 괴짜가 되었다고 하네요.

  • 10. 레기나
    '13.4.7 2:57 PM (121.166.xxx.44)

    전 오만과 편견 진지하다가 베넷부인이 한마디 할 때마다 웃겨 혼났어요

  • 11.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13.4.7 4:00 PM (121.175.xxx.222)

    제가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는 도대체 이런 얘기가 세계 명작축에 든다는게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

    사람들이 맨날 어느 집에 모여서 하는 일이라곤 대화...그리고 결혼 결혼 결혼...이거 말고는 할일이 없나 싶었어요.

    그런데 잉글리쉬로즈님 해설을 들으니 이런 소설이 나온 이유가 이해가 가는군요.

  • 12. 잉글리쉬로즈
    '13.4.7 4:05 PM (218.237.xxx.213)

    베넷 부인은 유머를 담당하시죠ㅋㅋ 미스 빙리와 미스터 콜린스도 둘이 결혼하면 참 좋겠다 싶을 정도로 웃겼어요. 빅토리아 시대는 결혼이 참 중요했습니다. 신분 상승, 유지, 재산 불리기 등등 결혼이 유용할 뿐더러 필수적이었어요. 남자는 몰라도 여자에겐 안 하면 큰일이기도 했구요. 당시 가장 두드러진 시대상이었던 거죠. 저도 처음엔 그냥 웃기기만 했는데, 보다 보니 참 예리하게 잘 짚어냈구나 싶더라구요.

  • 13. 레기나
    '13.4.7 4:05 PM (121.166.xxx.44)

    제인오스틴의 소설의 주제 대부분이 결혼이죠

  • 14. 꾸에에엑
    '13.4.7 4:40 PM (222.114.xxx.57)

    제인오스틴소설을 보고
    헨라제임스를 읽고...
    서머싯몸을 읽어보니
    영국남자가 갑이더군요...
    어쩜 저리 아내들에게 충성하는지.
    미스터 베넷씨도 부인이 하라는데로 투덜거리며 다 하고 ㅎㅎ
    서머셋몸의 인생의베일에서는 전업주부 부인때문에 저 남자는 출세할거다.. 뭐 이러죠 ㅎㅎ
    헨리제임스는 비꼬는 문체가 좋아서 ㅎㅎ 남자주제에 꽤 예리한걸??? 하고 인정.

    하튼 영국소설은 제 취향입니다.

  • 15. 레기나
    '13.4.7 4:48 PM (121.166.xxx.44)

    헨리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 읽어보면 영화는 이 소설의 반도 묘사하지 못 했습니다 섬세하다 못해 아예 레이스같은 글이니............. 남자가 이렇게 섬세하다니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 16. 잉글리쉬로즈
    '13.4.7 5:03 PM (218.237.xxx.213)

    헨리 제임스 반갑네요ㅋㅋ 서머셋 몸도 좋아해요. 인생의 베일도 좋지만, 전 면도날과 인간의 굴레가 역시. 헨리 제임스는 형이 있었는데 심리학자였어요. 그래서 누구더라 형은 소설 같은 심리학을 쓰고 동생은 심리학 같은 소설을 썼다고ㅋㅋ 여인의 초상도 좋지만 전 나사의 회전이 참 좋고, 소름 끼쳤어요. 그런 엔딩 정말 심장에 안 좋습니다.

  • 17. 레기나
    '13.4.7 5:35 PM (121.166.xxx.44)

    헨리 제임스 집안이 당대의 대부호였죠 문화적 세례를 충실히 받았다더라구요 환경 자체가 문화적이라 나중에 재산은 없었지만 뛰어난 학자와 소설가를 배출시켰으니...

  • 18. ㅇㅇ
    '13.4.7 5:43 PM (118.148.xxx.226) - 삭제된댓글

    아주 어릴때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넘 잼나게 써주셔서 단숨에 읽었어요~~~

    어릴때 캐취하지 못한 부분들이 이제 이해되네요..
    왜저리 짝짓기에 목숨거나..남자들도 일은 하나도 여자들만꼬시러 다니나..뭐 그랬던거같아요.ㅎ

  • 19. 은근히 경멸하고
    '13.4.7 6:20 PM (121.88.xxx.128)

    무시하는 베넷씨 보면 좋아 보이지 않아요.
    베넷 부인이 불쌍하기 까지 하던데요.

  • 20. phua
    '13.4.7 6:30 PM (203.226.xxx.225)

    82 가 이상해졌어요~~ 라는 글이 올라 올때마다
    이런 글들도 많이 있다고 외쳤답니다.
    오늘도 고맙쑤^^

  • 21. 잉글리쉬로즈
    '13.4.7 6:40 PM (218.237.xxx.213)

    헨리 제임스가 그렇게 대부호였군요. 전 그냥 부자인 줄 알았는데ㅋㅋ
    네 당시는 일할 것도 없이 부잣집 상속녀와 결혼하는 게 최고의 로또ㅋㅋㅋ
    베넷씨 정말 부인 무시하고 못 알아듣게 비꼬아대고 그러죠. 오히려 말년에 인품이 성숙해진 건 부인이고, 베넷씨는 오히려 괴팍해졌는데요. 여러가지로 작가의 통찰력이 돋보입니다.
    어느 게시판이나 이상한 글 있죠ㅋㅋ 82엔 좋은 글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 22. 레기나
    '13.4.7 6:52 PM (121.166.xxx.44)

    헨리제임스는 어린 시절부터 유럽의 최고급 호텔을 여행하면서 문화적 취고급을 향유했던 사람이더라구요 할어버지가 쌓은 부를 아버지가 소진하면서 3대부터 학자와 작가가 나온 경우죠
    1대는 돈을 쌓고 2대는 발전시키고-근데 이 집은 발전 아니라 문화생활 향유에 다 썼음-3대째 뛰어난 문화적 인물 배출의 전형케이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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