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때 친하게 지내던 남자후배가 있어요.
특별한 사이는 아니고, 그 후배가 여자 선후배랑 더 잘 어울리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룹 프로젝트가 있어, 몇 번 그 후배네 집에서 모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 후배 어머니를 뵌 적이 있었지요.
환갑을 훌쩍 넘기셨다는데, 매일 미용실에서 하신단 머리와 화려한 정장차림이시라 연세에 비해 고우시구나...생각 들었습니다.
댁 1층에서 작은 업장을 하셨는데, 항상 킬힐을 신고 계셨고요.
저도 큰 키는 아닌데, 킬힐 신으셔도 저보다 작으셨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머니의 유일한 컴플렉스셔서 그 힘든 킬힐을 항상 신고 계셨나 생각들기도 합니다.
그 어머니..그냥 공주셨어요.ㅎㅎ
행동이나 꾸밈이나...
아무튼...
하루는 후배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 어머니께서 받으셨어요.
지난 번 뵈었던 누구라고 인사드리고, 전화 바꿔주시길 기다리는데, **라는데 누구니?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후배가 대충 설명드렸는지, 아, 그 못 생긴애...하시는 말씀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어요.
그 못 생긴 애, 못 생긴 애, 못 생긴 애...ㅠ.ㅠ
후배가 전화를 넘겨 받고는...
누나, 혹시 들었어? 신경쓰지마...우리 엄마가 공주라 그래...자기 말고 세상 모든 여자들은 다 못 생겼다 그래...신경뚝...
여기서 잠깐...
호랭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길 좀 하자면...
저 미용실에서 키만 좀 컸으면 대회 어쩌구 소리 가끔 듣던 뇨자였어요.
인증샷 말씀은 마세요.
지금은 그냥 중반(무슨 중반?) 아짐일 뿐이니까요.
아무튼 그 날은 후배에게 크게 재미진 얘기 들었던 것마냥 호탕하게 껄껄 웃으며 넘겼지만...
못 생겼단 소리, 머리털 나고 그 어머니에게 처음 듣고, 한동안 진지하게 고민 좀 했었네요. ㅜ.ㅜ
나 정말 못 생겼는데, 여태 모르고 살고 있었던 건가...ㅜ.ㅜ
방금 문득 거울을 보니, 갑자기 너무 못나보이면서...
그 때 후배 어머니의 말씀이 되뇌어지는 주말 오후군요. 흙.
아들만 셋 두셨는데, 그 중 둘은 마흔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노총각들인 것이...
어머니 눈에 차는 미인 며느리들을 안 데리고 와 그런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요.ㅎㅎ
이미 보신 며느리는 얼마나 뛰어난 미인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른한 오후라 잡담 좀 해 봤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