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저도 40이란 나이가 되어요.
김연수작가의 수필집을 읽던중에 40이란 나이가 되어보니, 그동안 남의 가슴아픈 말한마디에도 전부다 아파하고 전부다 기뻐하며 희노애락의 온갖 감정을 다 느꼈었는데 정작 이나이가 되고보니 그런 감정도 학습된 감정이 아니었나 싶을만큼 살아가면서 무미건조해지는 감정을 느낀다는 글을 봤어요.
아. 그래서 작가들은 글을 쓰는거였구나.
그런 모든 감정들을 9미터짜리 창자들이 차곡차곡 모아진 작은 몸으로는 전부다 넣을 주머니가 없어서 글을 낮에도 쓰고 밤에도 쓰는거였구나.
그런 작고 소소한 감정들을, 타인들중 누가 알아주지못하니까 그렇게 글을 쓰는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저도, 글을 좋아하고 책도 많이 읽고 글짓기공모전에도 제법 많이 참가하고 작은 상도 여러번 타기도 하면서 소소한 일상속에서의 기쁨과 슬픔을 글로 풀어내곤했었어요.
그런데 제가 좀 주변사람들에게 웃음거리도 많이 사기도 하는데 그건 너무 말이 문어체라 그렇다고도 하고,
또 제가 주변 사물들도 무척 주의깊게 보는편이거든요.
길가에 핀 달개비꽃의 모양새라던지, 담장위의 고양이가 졸고있는 모습이라던지.
그리고 그런 모습에 대해 한마디를 해도 사람들이 전부다 시큰둥한 반응이거나..
그런 제가 어느날 달라진것을 느꼈어요.
무미건조해진 감정이 이런거구나. 하는 것.
그리고 예전엔 제 주변의 사람들에게 최대한 마음을 기울였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뜻과는 다르게 멀어져가는 그들을 타인으로 담담히 바라볼줄 알게 되었을때,씁쓸함을 느꼈었어요.
결국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그리고 이 나이가 되어보니 저절로 알게된게 사람들의 눈빛속의 공허함을 알아차릴수 있어요.
얼마전 아동복가게에 들어가서 딸아이의 상의랑 바지를 한참 고르느라 정신이 팔려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그 가게에 놀러온 아줌마 둘이 다리를 꼬고 앉아서 저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보고있더라구요.
저랑 눈이 마주치자 그 아줌마중의 하나가 얼른 다리를 내리고 당황한 눈으로 시선을 돌리던데 그 눈빛속에 깃든 공허함이 보이더라구요.
나이를 먹고보니, 친구들은 다 하나둘씩 떠나가고
아내의 자리에서, 또 동서라는 자리에서, 또 아이엄마란 자리에서 동분서주하는동안
점점 무미건조해지는 나라는 사람이 이젠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