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친구 이야기입니다.
전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 적당한 거리감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구요.
그런데 이 친구는 고등학교때도 그렇지만 그런 게 없어요. 모든 감정의 찌꺼기들을 저한테 털어놓아서 그것 때문에 절 힘들게 하곤 했어요. 오지랖도 굉장히 넓어서 늘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리곤 했어요. 주로 오지랖넓게 나서서 남을 돕는 일이었는데~ 결과가 늘 안좋으니까(고맙다는 인사를 못 듣거나 아니면 말끔하게 일처리가 안되어서 오히려 안 나서니만 못하다는 소릴 듣거나, 도움을 받은 상대방이 다음에 그 친구를 모른체하거나) 그 스트레스를 저한테 말로 풀곤 했어요. ‘내가 자기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나를 안 도와줄 수 있어..... 사람이 어쩜 그럴 수 있니...’ 등등 이런 얘기들을 한두번도 아니고 대학교 들어가고나서도 한두시간 전화로 들어주려니 점점 지치고 힘이 들더군요. 나중에는 제가 그 친구한테 그랬어요. 네가 이상한 거라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베풀 수 있는 만큼만 해야지 남한테 기대하면서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건 안 하는 것만 못한거다라구요. 얘기를 해도 그뿐.... 늘 되풀이되던 레파토리. ㅠㅠ
이런 관계가 일년 전 우연한 계기로 끊어졌어요. 고등학교때 몰려다니던 멤버들 중 다른 친구 결혼식에 제가 가족 문제로 못 가게 되자 매일같이 전화와서는 인간의 도리 운운하며 이기적인 년,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년이라며 결혼하는 다른 친구 부모님께 당장 죄송하다고 전화하라고 독촉하고 그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다른 친구들이 늘어날때마다 저한테 전화해서 그 친구들을 씹어댄 적이 있었죠. 나도 그 결혼식 못 가는데.... 나한테 그 결혼 못 간다는 친구들을 씹어대면 어쩌라고...ㅠㅠ 더군다나 본인 결혼식도 아니면서...ㅠㅠ
그때 이 친구한테 너무너무 질렸어요. 저도 모르게 너 이러는 거 정말 추하니까 그만하라고 얘기하곤 전화를 끊었어요. 그러고나서 일년간 서로 연락이 없습니다. 근데 아주 속이 시원해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심성은 착한 아이이고 주변 챙기는 거 잘하고 나름 진국이었던 친구라 평생 갈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과한 오지랖과 감정표출로 인해 저를 힘들게 하던 것 빼고는 잘 맞는 친구였는데~ 어느 결정적인 게 절 힘들게 하니 더이상 관계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나봅니다.
혹시 주변 사람에게 자기 감정을 징징징징대면서 힘들게 하시는 분들 계시면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 저 이친구랑 연락끊고나니 정말 살 것 같아요. 타인을 자기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을 정말 힘들게 만드는 것 같네요.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주위에 징징대는 친구 있나요?
.... 조회수 : 3,093
작성일 : 2013-04-04 13:56:53
IP : 211.246.xxx.12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그래서 저는
'13.4.4 2:01 PM (122.36.xxx.13)징징대고 궁핍하게 사는 친구보다...
적당히 잘난척하고 자존감 높은 친구가 훨씬 낫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남의 마음 읽어주는 감정적인 친구가 아니다 보니 적당히 이성적인 성격도 좋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237432 | 햇볕정책에 대한 오해 - 최재천 민주통합당 의원 (2009) 6 | 참맛 | 2013/04/07 | 791 |
237431 | 윤후랑 민국이 나온 짜파게티 광고 보셨어요? 7 | 짜파게티 | 2013/04/07 | 4,137 |
237430 | 남북대화요구 봇물 미온적인 정부 2 | 무능정부 | 2013/04/07 | 437 |
237429 | 영화터치 2 | malver.. | 2013/04/07 | 502 |
237428 | 그것이 알고싶다 은별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 있을까요? 3 | 어쩌나 | 2013/04/07 | 3,918 |
237427 | [원전]미국 쓰리마일 섬의 원자로 철거작업보다 어려운 후쿠시마 .. 3 | 참맛 | 2013/04/07 | 900 |
237426 | 생리통이 너무 심해 잠못들고 있어요 ㅠ ㅠ 6 | ㅇㅇㅇ | 2013/04/07 | 1,528 |
237425 | 장터유감 16 | .. | 2013/04/07 | 2,572 |
237424 | 82나 레테같은 싸이트 추천해주세요 2 | 핑크티 | 2013/04/07 | 1,503 |
237423 | 머리 속 트러블 1 | 여드름 | 2013/04/07 | 643 |
237422 | 천주교 신자님들 여쭤보고싶은게 있어요 5 | 조당 | 2013/04/07 | 1,222 |
237421 | 장애우와 수업을 같이 듣는데요 43 | .. | 2013/04/07 | 4,661 |
237420 | 열이 안떨어져요 아파요ㅜㅜ 4 | 열 | 2013/04/07 | 882 |
237419 | 돈의화신 오늘 재미있네요 2 | 드라마 | 2013/04/07 | 1,695 |
237418 |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 곶감 | 2013/04/07 | 607 |
237417 | 실내자전거 안장 적정높이 아세요? 3 | 키작은여자 | 2013/04/07 | 11,401 |
237416 | 약쑥 훈증 하는거요... | ᆢ | 2013/04/07 | 686 |
237415 | 티비를 부수고싶다 3 | 그놈의 TV.. | 2013/04/07 | 1,609 |
237414 | 발레 어깨 내리는 요령 2 | 발레 | 2013/04/07 | 5,564 |
237413 | 사는게 힘들어서 그런가..잠이 안오네요 2 | ... | 2013/04/07 | 2,021 |
237412 | 배우자나 남친에게 칭찬 잘 해주세요.. 8 | . | 2013/04/07 | 3,908 |
237411 | 딸기쨈 너무 달아요..추가로 딸기넣어도 되나요? 2 | 답변 꼭 부.. | 2013/04/07 | 1,201 |
237410 | 남편 핸드폰에 채팅어플 깔려져 있으면 의심 한번 해보시길. 2 | ㄹㄹ | 2013/04/07 | 3,217 |
237409 | 중국 출장간다는데 어찌해야할지 | . . | 2013/04/07 | 930 |
237408 | 조용필님 팬클럽 운동회에 왔었네요 ㅠㅠㅠ | 미돌돌 | 2013/04/07 | 1,74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