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40대 중반 결혼한지 17년됐구요, 형제관계는 남동생이 하나 있어요.
남동생은 어려서부터 공부도 별로 안 하고, 말썽도 좀 피는 아이였고, 저는 어렸을적부터 공부 잘하고
얌전하고 똑똑한 아이였어요.
부모님께서는 편애는 전혀 없으셨으나 공부쪽으로는 제게 편파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셨어요.
제게 교육비를 주시느라 남동생을 못 가르치신 건 아니고, 동생 본인이 대학을 안 가겠다고 하니 그렇게 된거구요.
저는 공부 욕심이 많아 유럽쪽으로 유학도 다녀오고, 전문적인 직업도 갖고,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딸이었어요.
그리고 저희 부모님은 제가 딸이지만 맏이라서 아들과의 차별은 커녕 저를 장남처럼 키우셨구요.
그래서 지금도 남동생은 저를 마치 형처럼 대해요. 절대 기어오르려는 노력 조차를 안 하고, 제 말을 잘 들어요.
이렇게 저를 물심양면으로 잘 키워주신 부모님을 제가 결혼으로 배신을 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신 부모님 때문에 사춘기때 폭발하여 고등 2,3학년때 심하게 반항하여
공부를 안 하는 것으로 부모님께 복수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하지 않아 내신이 좋지 않아 재수까지 했는데도
지방 후기대학을 갔어요.
고 1때까지 전교 상위권이었던 저라 우월의식이 있어 제가 간 대학이 아주 우스워보여 학교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 저와 비슷한 처지의 예비역 선배와 친해졌어요. 그 선배는 저를 좋아했는데 그 때는 그런걸 몰랐고,
저는 제 인생이 망쳐진 것 같아 누구를 좋아하는 감정은 전혀 들지도 않았을 때고, 그 선배도
그런 저를 알아서 그때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밝히지 않고, 그냥 도서관에서 만나면 밥 먹고, 술 마시는 친한 선배로서만
지냈죠.
그러다 저는 유학을 갔고, 소귀의 목적을 달성하여 전문직에 종사하고, 그 선배는 국가고시 준비 때문에
알바로 학원강사 하다 거기에 적성이 있었는지 많은 돈을 벌어 고시 2번 떨어지자 미련 없이 학원계로 뛰어들어
돈을 많이 벌어 학원을 차리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여 모은 돈 다 날리고 다시 학원 강사로 전락하여 월급 받으며
근근히 살아갈 때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어요.
그래서 결혼 한다고 하니 저희 부모님은 목숨을 건 결사반대를 하셨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했어요.
저와 남편은 뭐랄까요... 둘 다 인문학적 소양이 강한, 좋게 말하면 마음이 따뜻하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성이 좀 떨어지는 타입들이예요.
결혼을 위한 최후의 조건으로 내미신 공무원 이라도 해야 한다는 부모님 말씀에 남편은 서른에 공무원을 준비해서 됐어요.
저는 아이들 낳으며 프리랜서로 일하며 푼 돈 정도 벌다 말다 하고요.
그래도 저희 가족은 참 행복해요.
딸이 둘이고, 사교육 없이 공부부터 운동까지 가족이 항상 같이 하고, 남편 월급 쪼개가며 칼국수 같은 싼 거
외식하러 다녀도 저희 가족 넷만 같이 있으면 매우 행복해요.
저는 이런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남편은 천성이 다정하고 자상한 사람이예요. 목소리를 크게 내는 적도 별로 없고, 아내와 자식들만을
위해 사는 보기 드문 남자거든요. 그에 비해 저는 다혈질이고, 목소리도 크고, 외모도 77이 꽉 끼는
완전 아줌마 스타일인데 남편은 저를 항상 예뻐하고, 잘해줘요.
아이들도 엄마는 정말 아빠 잘 만난줄 알아라, 자기들도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데 아빠 같은 남자는
없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할 정도예요.
그.런.데. 문제는 저의 친정 부모님이예요.
재벌집에서 평민 며느리 얻고 대하는 양상이예요. 82에도 몇 번 올렸었는데 남편을 보호해줘야 한다,
친정 부모님과 뜸하게 만나라, 심지어 인연 끊으라는 댓글들도 많았어요.
사위를 무시하고 하대하는 양상들을 이제는 다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예요. 남편은 기질이 약하니
이런 친정 부모님을 무섭고 두려워 해서 만나면 주눅이 잔뜩 들어있구요.
저는 저대로 부모님이 원망스럽지만 제게 돈이면 돈, 마음이면 마음 모든 것을 바치신
부모님을 등한시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불편했구요.
그래서 제가 짜낸 고육지책이 남편 빼고 저만 효도한다 였어요. 남편은 생신이나 명절, 어버이날 정도에만 뵙게 하고,
중간중간 저 혼자, 또는 아이들과 함께 밥도 사드리고, 바닷가로 여행도 가고 그랬어요.
저와 아이들, 동생네 가족들까지 있는 데서 사위를 쥐 잡듯이 잡거나 무시하는 부모님의 행동들을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다 남편 빼고 저만 부모님을 만나니 그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저는 효도는 할 수 있으니 저도 기분이
좋았아요.
그런데 이제는 우리끼리만 있을 때도 제게 남편 험담을 하세요.
어제도 만나서 맛있는 점심 사 드리고, 저희 집에 와서 커피를 마시는데 엄마가 또 *서방은 내가 해다준 김치는 한 번도
맛있다는 소리 못 들어봤는데, 지 엄마가 해준 김치는 맛있다며 드셔보시라고 하더라, 그리고 왜 매일
바쁘다고 하냐? 이제 그 바쁘다는 소리 좀 하지 말라고 해라, 저만 직장 다니냐? 누가 장인장모한테 오라고 했냐?
안오면 그냥 안 올 것이지, 맨날 바쁘다는 얘기 지겹다... 라고 하셔서 제가 또 폭발을 했어요.
*서방 만나면 맨날 쥐잡듯 하고, 무시하는거 못 참겠어서 나만 부모님 만났더니 이제 *서방 없어도
욕하시냐? 나 너무 힘들다, 17년동안 하셨으면 이제 좀 덜 할때도 되지 않았냐? 내가 *서방 그렇게 사랑하고, 불쌍하게
여기고, 듣기 싫다고 자식이 애원 하는데도 이렇게 효도하러 만날 때마다 *서방 욕을 꼭 해야겠냐? 자식을
사랑한다면 자식이 이렇게 싫다는데 조금만 덜할 수는 없냐?라고 울며 말씀드리니 하시는 말씀이
저와 제 남편은 죄인들이라네요. 열심히 자식 가르쳐 놨더니 조건도 안 되는 놈 만나 이렇게 평범하게 사느라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았으니 저희 부부는 죽을 때까지 제 친정 부모의 욕을 달게 받아야 한다네요.
저는 제 부모지만 저런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지 몰랐어요. 그동안은 그냥 사위가 성에 안차니 모든게
미워보여 욕 하시는 것으로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제 보니 친정 부모님이 제게 마음으로 돈으로 투자한 거에 대한 기대애 현저히 못 미치는 결혼을 했으니
이 정도는 너희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제가 이혼했으면 좋겠다네요.
부모님이 저렇게 강하게 소리소리 지르시며 한 두해도 아니고 17년을 저러시니 이제는 부모는 다 저러나,
저게 맞는건가, 나도 우리 애들이 기우는 결혼 하면 당연히 저럴까? 이런 생각들이 드네요.
실제로 친정 부모님이 제 딸들이 이런 경우가 되면 너는 더 할거라고 장담을 하세요.
모든 걸 바쳐 키운 딸이 기우는 결혼을 했을 경우 장인 장모가 사위를 무시하는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게 자식의 도리인가요?
이제는 너무 오랜동안 이 일로 친정 부모님과 부딪히니 저는 몸에서 진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고,
세뇌를 당했는지 그 말이 맞나? 하는 생각도 들다가, 보모님이 한없이 밉다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내가 죽어야 이 일이 끝날테니 죽을까? 라는 무서운 생각마저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