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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홀시아버지와 며느리-그래도 그냥 살아집니다

아~며느리 조회수 : 8,130
작성일 : 2013-04-02 10:41:35

주위에 제 경우가 없어서 저만 이러고 사나~ 싶은때가 많았는데,

요즘 베스트글에 저랑 비슷한 경우가 올라와서 저도 글 올려봅니다

시어머니가 하루종일 집에 함께 계셔 답답하시다는분,

늦은 나이에 사람을 사귀는데, 몸 편찮으신 홀시어머니를 모셔야할 상황이라는분...

저는 오랜시간 연애했었구요 지금은 결혼 4년차입니다.

홀로되신지 오래되신 홀시아버지, 외동아들(울신랑), 결혼한 시누이들

제 신랑도 처음 저 사귈때 자기는 꼭 아버지를 모셔야한다고 먼저 얘기했었고,

자신 없다면 미리 얘기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분들의 댓글처럼 식모가 필요하다는 말로 듣진 않았구요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정 많이 들기전에 미리 얘기해서 내가 결정해 달라는 말로 들었어요

제가 많이 사랑했고, 어렸던 나이여서 제가 모두 감당할수 있을꺼란 무모함에 오케이했고,

오래 연애하고 결혼했네요

결혼후 바로 임신, 그리고 몇달후 아버님 지병으로 병원입원/수술..

짧은 2~3달의 신혼뒤에는 그야말로 고통의 시간만 있는것  같았어요

병원 입퇴원의 반복.. 집에 계실때는 하루종일 저만 쫓아다니는 눈길..

(TV소리는 하루종일인데, 왜 저만 보시는지...)

그리고 병원에 계실때는 지루한 보호자 생활.

새댁이라 살림에 익숙치 않은데, 세끼를 꼬박 차려내자니.. 하루가 그냥 밥상 차리는것만으로 흘러버리고

저는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하나 없이 지내느라 우울증이 올 지경이고,

갓난쟁이는 꼭 할아버지 밥상 차려드리려고만 하면 여지없이 깨서 울어버리고,

멀리 시집와서 친정은 멀고, 도와줄 사람은 없고..

시누이들은 착해서 저를 위해주지만,

그래도 온다고 하면 저는 밥걱정부터 앞서고,, 그러다 보니 오는것도 반갑지 않고..

신랑이랑 그런것들 때문에 트러블도 있었습니다

평생 이러고 살아야하나 생각도 들고, 친정엄마에게 얘기하면 속상하실것 같고

친구에게 전화로라도 좀 풀고 나면 속이 진정되는 것 같았는데.

그나마도 그런 말들이 나중엔 화살이 되서 날아오더라구요

시어른 모셔본적도 없으면서~

정말 집안에 환자가 있으면, 아니 환자가 아니라 어른이 계시면 가까운 곳도 맘 편히 다녀올수 없더군요

점심 차려드리고, 아기랑 공원이라도 나가면 금방 저녁.. 저녁시간 늦을까봐 부랴부랴 와야하고,

국 끓여서 차려드리고 나면 넉다운되어 버려 나갈 계획 자체를 잘 안세우게 되고..

집에 있으면 우울한 생각만 들고.. 거실로 나가면.. 또 나를 따라다니는 시선..

그러다 시누네가 어디 놀러갔다 왔다는 말만 들으면 불쑥 불쑥 나오는 시샘과 원망

나는 이러고 사는데, 다들 잘 다니는구나~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니, 아버님 몸도 좀 괜찮아지시고,

다행이 이사 온곳에 잘 적응하셔 노인정에서 친구 사귀시고 외출도 하십니다

숨통이 확 트입니다

그래서 신랑이랑 지금은 이런 말도 합니다

나: 예전에 아버님 많이 편찮으셔서 거동못하시고 대소변 받아내야 했을때

병원 가는 차안에서 내가 뭘 빌었는지 알아요?

신랑: 뭘 빌었어?

나: 제발 나 아기 낳아서 똥기저귀 갈때까지는 아버님 변 안받았으면 좋겠다고..

내 평생에 남자중요부위는 신랑이랑 아들꺼외엔 누구도 보고 싶지 않지만,

세상일 내 뜻대로 되는거 아니니.. 아기 변 먼저 연습해보고 아버님 기저귀도 갈아드리고 싶다고

매일 기도했어요

신랑:나도 그때 매일 빌었었어

나: 뭘?

신랑: 제발 내가 간병할때만 큰일 보시라고..

너나, 누이들(시누이들) 있을때는 큰일 보시지 말라고 매일매일 간절히 기도했어

아~ 내가 이래서 울신랑이랑 결혼했구나 했네요

어떻게 사람이 조건만 보고 결혼할수가 있나요

사랑도 있어야하고, 그 사람 됨됨이도 꼭 보셔야죠

그리고, 숨도 안 쉬어질것 같던 날들도.. 시간이 지나니 조금의 변화도 생기고

그러다보니 또 살아지더라구요

저는 또 언젠간 아버님 변 치워야할일도 생기겠죠

다행히 울아기 똥기저귀로 연습 많이 해봤으니.. 좀 더 노련해질테죠

P.S

참.. 제 평생의 소원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고 ^^;

다행히 아기 낳고 살짝 익숙해진 손길로 한번 갈아드렸네요

저랑 비슷하신 분들 이글 읽고 조금이라도 기운 내셨으면 좋겠어요

시댁일이라 어디 풀데도 없고, 저는 82가 도움이 되더라구요

주옥같은 댓글들 읽고 으샤으샤 힘도 내고, 나만 이리 사는것 아니구나 싶고..

지나고 후회할일 하지 말자 싶고.. 모두 기운내세요~

IP : 1.231.xxx.5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3.4.2 10:52 AM (116.127.xxx.25)

    원글님은 착하셔서 아마 너무 좋은 신랑 만나신듯..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랑과 정으로 이루어진 부부가 아닐까요??
    저도 연애를 오래했고.. 물론 원글님보다는 훨씬 편한 상황이긴 했지만,
    계산없이 결혼했어요.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여기에서 남자가 집을 해오니 마니... 예단을 얼마를 해야하니 말아야하니..
    계산으로만 결혼을 생각하는 분들은..이 완벽하게 채워지는 평온함을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꺼에요.

    원글님 앞으론 더 행복하세요!

  • 2. !!!
    '13.4.2 10:54 AM (1.238.xxx.132) - 삭제된댓글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겠죠?
    행복하게?! 불행하게?!

  • 3.
    '13.4.2 11:04 AM (210.90.xxx.75)

    세상이 계산처럼 딱딱 떨어지지 만은 않지요..
    아마 이글에 나같으면 이혼하겠다느니 온갖 소리들이 들끓을지 몰라 기우차원에서 미리 글남겨요..
    여기서는 좀 착한 행동도 용납이 안되더라구요...다들 극악스러워야 나의 극악스러움이 용인된단건지 남의 일에 도의 넘게 길길이 날뛰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원글님의 마음 씀씀이 예쁘고 그 맘이 단기간에 보상받지는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복으로 돌아갈거에요..
    세상 이치가 내가 주변에 야박하게 구는 만큼 내게 야박함이 돌아오고 선의를 베푸는 만큼 복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그떄 돌아오는것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거쳐 결국 총량이 맞아 떨어진단거죠....
    좋은신 분이라 꼭 복 많이 받을거에요...

  • 4. ..
    '13.4.2 11:05 AM (121.138.xxx.76)

    원글님 대단하셔요.
    저는 홀시아버님 모신지 17년째인데 어느 정도 포기가 되다가도 한번씩 뭐가 올라옵니다.
    저보다 어리신거 같은데 마음이 참 예쁘네요.

  • 5. ..
    '13.4.2 11:06 AM (175.253.xxx.11)

    아오~~~보기만 해도 답답하다는...저도 홀시아버님
    모시고삽니다..아니 같이 삽니다...

    어디 나가시지도 않고 1년365일중364일을 집에서 삼
    시세끼 밥드셔야합니다...

    아직 아프신데는없지만 제가 간병은못할것같아요..
    원글님은 복받으실꺼예요...

    전 자신이 없네요..휴~~~

  • 6. 그리고
    '13.4.2 11:10 AM (210.90.xxx.75)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홀시아버지 오래 모셔야 한다면...
    처음부터 너무 정성을 쏟지는 마세요...가사도우미도 중간중간 쓰고 본인의 시간을 딱 정해놓고 그 시간만은 밖에 나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해서 탈출구를 만들어 놓으세요...
    그리고 몇개월에 한번씩은 시누이들이나 다른 아들네 있으면 한 일주일씩 모시라고 보내드리구요..
    안그러면 쉽게 지치지 싶어요

  • 7. :-)
    '13.4.2 11:37 AM (175.212.xxx.22) - 삭제된댓글

    착하시네요. 마음이 참 이쁘셔요....이런 글 읽을 때마다 감동도 받지만 한편으로는 노인층에 대한 국가의 보편적 복지가 아쉬워요.

    늙는 것도 서러운데 젊은 자식세대와의 갈등, 노년기 부모를 모셔야하는 자식들의 고충. 결코 남의 일이 아니죠.ㅠㅠ

    노인들에 대한 양로 시설과 인력의 확충, 이를 위한 재정지출만이 해결책인데 정부는 손을 놓고있고 책임은 오롯이 가족들에게만 있으니 참 답답합니다.

  • 8. 아~며느리
    '13.4.2 11:47 AM (1.231.xxx.56)

    아니에요 저 절대 착한 며느리 아니에요~
    결혼후부터 지금까지.. 아직도 아버님 속옷 갈아입는 문제로 싸우고,
    점점 대화도 줄고, 같이 외출하기 싫어지고 점점 못된 며느리가 됩니다

    그리고 친정아버지나 엄마 편찮으셨단 말 들으면..
    없던 효성이 솟아올라 남편을 달달 볶아요 ^^;;
    저한테 더없이 자상한 신랑이지만, 제 친정쪽은 완전 무관심이거든요
    생사를 넘나들만큼 편찮으셨던 아버님 때문에 친정쪽엔 관심둘만한 여력이 없었단걸 저도 알지만
    한번 심통이 생기면 제 심통이가끔 하늘을 찌르네요~ㅎ
    어휴~ 울신랑이 젤 불쌍하다 하면서도 조절이 안되네요

  • 9. 사람됨됨이..
    '13.4.2 1:05 PM (183.101.xxx.43)

    글에서 님의 성품과 남편분의 성품이 느껴져요. 님처럼 좋은마음으로 인생을 채워가신는 분들이 진정한 위너인거 같아요. 남들볼때 폼나게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봐 비교하고 살다보면 언젠가 분명 후회하는 날이 오더라구요.

  • 10. 흠..
    '13.4.2 1:36 PM (202.30.xxx.114)

    저희 엄마 친구분 집은요..
    홀시아버지를 30년간 모셔왔어요..
    중간에 남편이 갑자기 죽고.. 결국은 엄마 친구분도 시아버지 모시는 것도 힘들고 그래서인지.. 사실 밥때문에 아무데도 못나갔고.. 남편까지 없으니..
    췌장암 걸리셔서 결국 돌아가셨어요..
    그런 후 그 시아버지 손주네 집에서 한달간 있다가 다 손들고 요양원 가셨네요.

    자식 며느리 앞세우고. 지금 90이 넘으셨는데.. 결국은 요양원에서 지내고 계시네요..
    재산도 꽤 되시긴 하시는데.. 아뭏든.. 참.. 나이드신 분 모시는 게 정말 힘든 일인 것 같아요.

  • 11. 님은
    '13.4.2 1:41 PM (119.70.xxx.194)

    그릇이 되네요. 참 이쁘네요. 맘이 곱네요.

    그런데 그릇안되는 사람은 섣불리 들어가면 안되어요.

    그나저나 님글 읽으니 맘이 정화되는거 같아요. 행복합시당.

  • 12. ...
    '13.4.2 4:26 PM (115.89.xxx.169)

    이런 분은 복받으셔야 함... (하지만, 남자들, 이런 분에 기준을 맞추면 안됨. 그것은 로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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