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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의 도덕관념이 궁금해요 (결혼과 관계에 대한)

birds 조회수 : 2,326
작성일 : 2013-03-31 11:55:14

 

제가 지금 '천국에서 지옥까지' 라는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관계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요. 제가 이전에 대략 들어왔던 이들의 '계약 결혼' (저는 단순히 관계를 결혼이라는 자유를 억압하는 무덤으로 끌고 가지 않고 스스로의 커리어와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자는 취지라고 생각했음) 과는 차원을 뛰어넘는 뭔가 이상한 실험장처럼 보이고 있어요. 저에게는... 가치관의 혼란이 오네요.

 

이들은 처음엔 2년간 계약결혼을 하기로 했다가 그 계약 기간이 지난 후, 다시 평생 계약 결혼을 유지하기로 결정해요. 조건은 서로 자유로운 사생활을 인정하고 단 비밀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고요. 그러나 책을 읽다보니 이들도 서로에게 완벽하게 정직 할 수는 없었어요. 되도록 많은 얘기를 숨기지 않고 했지만 이성관계의 문제에 있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나 일부러 얘기를 하지 않은 경우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들과 연애관계에 있었던 제 3자들에게는 적어도 서로 정직하겠다는 조건조차도 적용되지 않아요.  

 

그리고 긴 인생이 한권의 책에 요약되어 있으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르트르의 경우에는 그냥 모든 여자를 사랑하는 것 처럼 나와요. 누군가 소개시켜주기만 했다하면 유혹하려고 노력하고 보부아르가 아끼는 제자에게도 (보부아르도 그냥 제자로 아끼는 것만은 아니고 이들과 종종 성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해요) 접근하고 둘이서 함께 그 제자와 이상한 삼각관계를 이루어 가족처럼 지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러 여자를 관리하느라 일주일에 며칠은 a라는 여자와 그 나머지 오후 시간은 b라는 여자와 시간을 보내고요. 자기 말로는 그렇게 시간을 쪼개서 자기 주변에 사는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것을 두고 동네에 왕진 도는 의사같다고 표현했다는데 제 느낌으로 이 사람도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어 보여요.(정신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_-) 보부아르도 자기 제자의 남자친구와 오랜 시간에 걸쳐 비밀리에 성적인 관계를 맺고요. 제자들과도 종종;; 이런 일이 생겨요. 뭔가 책을 읽다보니 이들의 관계를 맺는 방식조차 정신분석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그런데 그들이 끊임 없이 인생 전반에 걸쳐 철학을 논하고 사유하고 습관처럼 관성으로 살지 않으려고 애썼다는 점을 생각해볼때 그냥 되는대로 본능적으로 살았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렇다면 이러한 관계들은 관습적인 결혼과 사회적인 규칙에 대한 의도적인 그리고 실천적인 반항이었을까요? 아니라면 프랑스 사회의 그 당시 성 해방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을까요? 그냥 우리가 보통 얘기하듯이 도덕심이 부족한 인간들이 저지르는 짓이라고 하고 말기엔 좀 궁금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아무리 일반적인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생활방식으로 인해 상처 입고 정신적으로 피해를 받는 주변 사람들이 분명 있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그 쪽 사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 지나요? 자기가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만큼 상대방들 역시 나로 인해 상처받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 뭐 그런 것쯤은 자유라는 가치에 비하면 감수해야만 할 부분으로 이해되나요?

 

요즘 불륜과 관련해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는 배우커플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어요. 관계에 대한 문제는 사회적인 도덕률과 그 분위기 그리고 개인의 가치관이 혼재되어 양상이 복잡해지는 것 같아요. 전 프랑스의 영부인이었던 카를라 부르니의 경우만 해도 관계를 맺고 있던 남자의 아들과 바람을 피워 아이를 낳았지만 사회적으로 매장당하기는 커녕 오히려 다른 요소들로 더 추앙받는 분위기이더라구요. 그 사회에서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이해받기 힘든 케이스로 분류되어 지나요? 아니면 도덕적인 비난을 마음속으로는 하지만 타인의 사생활 문제를 내가 간섭할 이유는 없다라고 생각하나요? 저라면 그런 전적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 깊은 마음을 내어주지 못할 것 같은데 다시 또 한 국가의 대통령의 부인이 되고 하는 과정들을 보면 참 사람들은 다양하다 싶네요.

 

요즘에는 우리 사회에도 결혼하고서도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들도 많은 것 같고, 어떻게 보면 우리 부모님 세대의 가정을 지키려는 노력이 그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참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때는 결혼식만 하면 다들 행복하게 사는 줄로 알았는데 말이죠. 정말 한 사람과 결혼이라는 계약을 맺고 30년 이상을 그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제도적인 장치일까요? 결혼과 관계에 대한 건강하고 유연한 가치관을 정립시키고 싶어요. 무조건 어느 나이때가 되면 결혼해서 애 낳아라 이런 강제적인 분위기보다 결혼이나 가정생활과 관련해 사람들의 행복을 고려할 수 있는 논의가 사회적으로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IP : 125.128.xxx.6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소한 관찰
    '13.3.31 12:14 PM (67.87.xxx.133)

    프랑스친구들과 얘기해보면, 개인의 사생활 부분에 성생활 및 애정생활을 둡니다. 우리처럼 도덕이란 영역에 드지도 않고 남들이 제단할 수 없는 영역에 둬요. 근본철학이 달라서 입니다, 우리랑.
    여성정치가가 사생아 낳아도 아무도 지탄않고, 미테랑 대통령의 사생아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지탄받지 않아요.
    그거나 공적인 도덕, 정치가가 뇌물을 조금이라도 받았거나 부정축재를 하거나 등등은 가차없이 매장됩니다.

    클린턴 르완스키때 프랑스인들은 클린턴을 비난하는 미국여론을 마구 비웃었죠.

  • 2. &&
    '13.3.31 12:35 PM (121.131.xxx.250)

    전 그렇네요. 저도 살만큼 살다보니, 사람을 볼 때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충돌하는 경우가 생겨요. 쉽게 말해, 나무랄때 없는 훌륭한 리더인데, 사생활은 정말 난잡 or 그 반대의 경우를 종종 봅니다. 저의 경우는 공적인 영역에서 보여주는 그사람의 모습에 대해 인정하고, 사생활은 혹여 봤더라도 덮어줍니다. 전혀 논외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그분의 가족이 아닌 단지 일/공적으로 만난 사람이니까요.

  • 3. 출처가 어딘지는 기억 안나지만 프랑스인들에겐
    '13.3.31 10:20 PM (121.133.xxx.34)

    친구의 딸과는 안된다는 것이 불문율이라더군요.
    그렇담 친구의 아내와는 가능하다는 얘기가 되잖아요.

    미드만 보더라도 우리보다 성관념이 자유로운데
    앵글로색슨의 성도덕에 대해 위선적이라고 비웃는 게
    프랑스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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