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2500&g_serial=734146
기사보고 참 공감이 가서 가져왔어요.
말이 나온 김에 그동안 수많은 논의만 오고 갔던 훈련장 추진 과정에 대해 풀어놓을까 합니다.
아~ 뭐 다른 분들은 모르는 무슨 대외비를 알고 있어서 폭로한다~ 이건 아니고요.
제가 알고 있는 것에다가 다른 곳에서 본 것들을 합쳐서 코멘트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얘기일 뿐이에요. ㅎ
(김연아를 여신처럼 떠받들자는 팬성 영업글이 아니라, 현실에 대해 얘기하자고 하는 것이고,
일부러 부풀릴 생각은 없지만 제가 혹시나 잘못 알고 있거나 과장해서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김연아가 활약을 하고 더군다나 올림픽에서 우승까지 한 뒤에 빙상장을 건립하겠다고 경기도, 군포시,
그리고 서울시 지자체에서 논의된 적이 있지만 그때 잠시 뿐 줄줄이 무산됐어요.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그 중 김연아가 현역에서 물러나면 빙상장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죠.
근데 애초에 "빙상장 건립"이라는 취지 자체가 수익성 보다는 선수 전용 빙상장이 전무한 시점에서,
스포츠 인프라를 구축하여 제 2의 김연아와 같은 인재를 양성하고 육성하여 "투자"하는 의미가 더 깊다고 생각했는데,
지자체에선 그것을 단지 "돈줄"로 인식했고, "김연아가 곧 은퇴하면 누가 써? 누가 관심가져?" 이 수순이 되어버린 겁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다 좌초되고 무산되자 김연아가 스스로 직접 사비를 투자해 빙상 훈련장을 건립하겠다고 계획했어요.
2010년 11월에 서울시 마포구청과 논의를 했고 2011년 4월에는 계획서까지 다 제출했습니다.
그 계획에 따르면 김연아는 총 1,200억을 들여서 도화동 마포 주차장 부지에 선수들을 위한 빙상 훈련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고, 일차적인 건립 목적은 "후진 양성을 위한 연습장 용도"였어요. 그리고 그 외에 마포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스포츠 센터도 함께 8층 규모로 조성해서 단순한 훈련장이 아닌 복합 문화 스포츠 메카로
키우려고 했었고, 구성은 2개의 아이스링크를 건립하고 그 외에 다양한 문화 운동시설을 종합적으로 할 수 있는
훈련장을 만들 계획이었죠. 그리고 김연아의 이 계획대로라면 2012년 9월 착공해서 올해 9월에 완공되는 것이었어요.
근데 서울시에서 이 김연아의 계획을 승인해주지 않고 보류해 버립니다.
이유는 순수한 공익목적이라기보다 수익성을 위한 사업에 가깝다는 것으로,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어요.
거기다 서울시는 만약 짓는다면 빙상 훈련장이 아닌 국제경기가 가능한 "아이스링크 경기장"을 건립하라고 요구합니다.
개인적으로 이게 참 뻔뻔한 부분...
그런데 당시 이런 논리를 내세운 서울시는 SH 공사, 효성계열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여 한강에
바로 그 문제의 1,000억짜리 세빛둥둥섬을 지어냈고 거기서 가장 처음 한 행사도 명품 모피쇼였고요.
이 외에도 오세훈의 서울시가 민간 사업자들을 끌어들여 얼마나 다양한 전시행정을 펼쳤고,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에 치중한 사업을 많이 벌였는지는 다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런 서울시가 김연아의 후진 양성을 위한 빙상 연습장은 수익 사업이라고 결론 짓고 안 된다고 무산시킨 거.
대한민국에 선수 전용 빙상장이 하나도 없어서 쇼트트랙 - 아이스하키 - 피겨선수들이 한 링크장에서
일괄적으로 운동하는 이 열악한 상황에서 나라에서도 하도 무관심이어서,
선수 본인이 후배들을 위해 건축하겠다고 한 훈련 인프라가 과연 "세빛둥둥섬"보다도 공공성이 없었는지는 의문입니다.
또한 서울시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운동 시설과 문화 시설을 함께 개장하려 했던 것도
"명품 모피쇼"를 여는 플로팅 아일랜드보다 공공성이 없었는지도 또한 의문이지요.
여튼 결론은 이렇게 모든 선수 전용 빙상 훈련장 건립은 좌초되어 버렸고, 여전히 한국 빙상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 중이라는 건데, 심지어 김연아 마저 태릉 선수촌에서 허용된 훈련시간은 고작 4시간 뿐이고,
이마저도 지상 훈련과 병행하면 사실상 빙상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2시간 좀 넘는 상황입니다.
이유는 아까도 말했듯이 한 빙상장에서 쇼트트랙, 아이스 하키, 피겨 선수들이 다 훈련을 해야 하다보니
국가대표 선수들이 하루동안 시간적으로 넉넉하게 훈련을 매진할 수가 없는 상황인 거예요.
때문에 그 외에는 선수 본인이 롯데월드나 화성 빙상장이나 과천 빙상장 같은 곳을 대여해서 사용하거나 하는 것이고요.
한국 선수들이 유독 해외 선수들에 비해 부상이 잦고 한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게 참 답답한 현실이에요.
김연아가 자기 좋자고 사비 들여 저거 짓는 것도 아니고, 넓게 보자면 저건 피겨 후배들 뿐만 아니라
쇼트트랙이나 아이스 하키 선수들한테도 좋은 것이고, 오죽하면 하다 못해 자기가 돈 들여서 짓겠다고 했을까 싶은데,
뭐 결국 거부돼서 무산됐으니 어쩔 수 없는 것이 되었고요.
암튼 작년부터 김연아가 한국에서 훈련을 하니까 한국 훈련 환경이 예전보단 좋아졌나보다 하실 수도 있는데,
좋아진 건 하나도 없고 다 똑같습니다.
김연아가 주니어 세계 선수권에서 우승하면서부터 벌써 이런 얘기 나온 지도 햇수로 8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똑같아요.
제가 오세훈을 정말 지지리도 싫어하지만 비단 오세훈의 서울시만을 까자는 건 아니고요.
이건 현재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면 같아요.
미래를 더 보지 못하고 당장의 수익성만 보려 하는데 무슨 노벨상이 나오고 천재가 계속 명맥을 이어가겠어요?
IT 정책부터 시작해서 이런저런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사람을 좀 보자"는 것인데 그게 없습니다.
또한 다른 종목들은 하찮고 김연아가 제일이다 피겨가 제일이다 다른 종목들은 김연아를 막는 걸림돌이다?
이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도, 노파심에서 재차 말씀드리자면 절대 아닙니다.
쇼트트랙도 효자 종목이라고 말만 하지 패갈려서 싸우는 건 둘째치고 환경이 열악한 건 사실이에요.
같은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이라고 해도 종목에 따라 서로 빙질이 다른데 한군데 몰아넣고 연습시키고
그러면 된 거 아니냐고 하는게 현실인데요... 우리나라 평창에서 곧 "동계 올림픽"이 열릴텐데
올림픽 앞둔 시즌에도 아직도 전용 빙상장 하나 없어서 또 같이 연습해야 할 걸요?
지금은 아니라고 알고 있지만 예전에 태릉 빙상장에서는 포름 알데히드까지 검출돼서 난리났었어요.
그리고 작년이었던가요? 내셔널에 이상할 정도로 따뜻해서 알고 보니 대회 기간 중 난방비는 올댓 스포츠에서
부담한다고 해서 피겨 팬들이 개탄한 일도 있었어요. 피겨... 진짜 김연아 하나만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 심각해요.
그런데 말은 잘하죠.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 특유의 근성으로" "투지로" "승부욕으로" "정신력으로"........
갖춰진 환경보다 못한 환경에서 열라 고생하면서 성공해야 그 성공이 진짜 값진 거라고 생각하나...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 그 자체이나 마찬가지인데...
http://cfile207.uf.daum.net/image/1114AC415154F36F2C9A43
이게 일본에서 지어준 아사다 마오 개인 빙상장인데, 이걸 보라고 다른 곳에 올렸던 글에도 "마오는 이렇게 지어줘도
못하고 김연아는 열악하게 연습해도 잘하는데 그럼 된거 아니냐?"는 식으로 댓글 달리는데 할 말 없더라고요.
이 상황에서 김연아 이후에 해진이나 소연이, 진서, 그리고 민정이 같은 선수들이
이름이라도 올리고 있는 건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정말 대단한 거예요. ㅠㅠ
제가 평소에 코멘트는 짧게 다는 편인데, 다소 생소하셨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평소처럼 "코멘트 짧겠지" 하고 들어오셨다가 예상 외로 시간을 소비하게끔 했다면 죄송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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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말라. 저 모퉁이만 돌면 희망이란 녀석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사이토 시게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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