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연세대 국문과 마광수 교수어제 하루 종일 가장 뜨거운 뉴스의 주인공은 연세대학교 마광수 교수였습니다. 마광수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저서를 구입한 후 구입 영수증을 리포트에 첨부해야만 학점을 주겠다. 이렇게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게 과연 부당한 강매인가? 아니면 교수로서 정당한 요청인가?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건데요. 한 신문이 보도하면서 지금 굉장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마광수 교수의 입장을 직접 들어보면서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시죠. 연세대학교 국문학과 마광수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IMG0]
◇ 김현정> 이런 논란이 있는 것에 대해 심기는 불편하시죠?
◆ 마광수> 네.
◇ 김현정> 이 강의는 어떤 강의였습니까?
◆ 마광수> 제가 두 과목을 해요, 하나는 '연극의 이해'이고, 하나는 '문학과 성'.
◇ 김현정> 몇 명이나 듣는 강의인가요?
◆ 마광수> 합쳐서 한 650명 듣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그 강의에서 교수님의 저서를 반드시 구입해 읽고 영수증을 내라, 그래야지만 점수를 주겠다, 아니면 무효다. 이렇게 학생들한테 말씀을 하신 거예요?
◆ 마광수> 저는 수업을 내가 직접 쓴 학술서적 가지고 읽어가면서 해요. 하나가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이게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연극론의 요점이거든요. 그걸 가지고 하고, 그 다음에 '문학과 성'이라고 정말 우리나라 유일무이한 제 저서가 있어요. 그래서 그걸 읽어가면서 하기 때문에 책을 안 갖고 오면 안 되는 과목인데. 수년 전부터 "읽어보라" 그러면 다들 "집에 놓고 왔어요", "두고 와서 그래요". 그래도 내가 참았는데, 오해 살까봐. 지난 학기가 최악이었어요. 600명 중에 교재를 산 애가 50명밖에 없어요.
◇ 김현정> 그 강의에 반드시 필요한 교재인데, 600명 중에 50명만 샀다?
◆ 마광수> 그리고 또 한 권은 리포트 내지 독후감으로 한 학기에 한권. 하버드대학 같은 데에는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힙니다. 그런데 마치 전쟁터에 갈 때 총 안 들고 가겠다고 하는 것하고 똑같은 거고. 정말 솔직한 내 심정을 얘기하자면 학생들한테 정말 애정이 안 가고 적반하장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 김현정> 적반하장이라고까지?
◆ 마광수> 학생이 교재 사는 건 의무입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아예 등록금에 포함돼서 교재를 사요. 초등학교 때도 그렇고요. 그거 가지고 불평합니까? 게다가 또 기가 막힌 게 가짜 영수증 만드는 방법까지 서로 알려주고 있어요.
◇ 김현정> 가짜영수증 만들어서 붙이는 방법을요?
◆ 마광수> OO일보는 그것까지 내면서 학생들을 마치 두둔하는 것처럼 썼다고. OO일보 가 이걸 큰 특종기사로 다뤘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언론이 저열한 상업주의냐, 이걸 보여준 겁니다. 교육철학이라는 게 있는 건데 교육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잘 가르치고 싶고, 오죽하면 제가 이렇겠어요?
◇ 김현정> 교수님, 그 교재가 얼마짜리 교재인가요?
◆ 마광수> 책값이요?
◇ 김현정> 네.
◆ 마광수> 합쳐서 2만원.
◇ 김현정> 두 권에 2만원?
◆ 마광수> 네. 2000년대 들어와서 아이들이 좌우지간 인터넷 그다음에 통신비 게다가 최근에는 특히 스마트폰 거기다가 데이트 비용, 영화 비용, 커피값 한 잔이 얼마인지 아세요? 그건 안 아까워해요. 그런데 그냥 책도 아니고 교재, 이걸 사기가 억울하다? 물려받아 쓰면 어떠냐고? 물려받을 수가 없어요. 지난 학기에도 50명밖에 안 샀거든요.
◇ 김현정> 600명 중에 50명?
◆ 마광수> 그걸 600명이 어떻게 물려받아요? ◇ 김현정> 그러면 교재가 없는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나요?
◆ 마광수> 그러니까 한마디로 제 과목이 널널해서 그런 거예요. 공대나 수학과처럼 이렇게 교과서로 수식을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인문과목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습니까? 시험을 볼 때 뭐에 대해서 논하라, 이런단 말이에요. 게다가 저는 더 자율성을 주기 위해서 각자가 문제를 내고 각자가 답을 쓰기, 이런 식으로 냅니다. 그러니까 커닝페이퍼 적발도 많이 돼요, 미리 써오는 거. 불성실한 건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가짜 출석도 너무 많고 거짓말도 많이 하고, 제가 학생을 굉장히 사랑하려고 애를 쓰고, 정말 학생들 덕분에 복직도 되고 그랬는데. 요즘 학생들은 진짜 얌체예요. 그리고 또 그러고 다닌다고요.
◇ 김현정> 그런데 학생들이 얘기하는 여론을 취합해 보니까, 학생들 등록금도 비싼데 책까지 사야 하면 이거 뭐 말하자면 등골이 휜다.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마광수> 아니, 대학을 다닌다는 게 공부하려고 등록금 내는 거고, 강의를 하면 교재는 필요한 건데 그게 무슨 논리가 됩니까?
◇ 김현정>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던데요?
◆ 마광수> 도서관에 세 권밖에 없어요. 거기 기증을 해도 안 받아요, 연대도서관에서. 왜냐? 책이 너무 많아서 꽂아둘 데가 없다고 합니다. 600명이 3권을 어떻게 빌려옵니까? 그거 다 거짓말이지.
◇ 김현정> 복사를 해서 쓴다는 친구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 마광수> 복사비가 더 들어요.
◇ 김현정> 책값보다 더 듭니까? 결국은 교재 없이 그냥 시험 대충 보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는 말씀이세요?
◆ 마광수> 한마디로 우습게 아는 거예요. 나는 평소 소신이 그래도 많이 쓰고 첫 시간에도 학생들한테 하는 얘기가 ‘너희들한테 자유를 주겠다, 자유를 주면 자율이 생길 거라고 믿는다.’ 이래요. 저는 자유주의자니까요. 그런데 요새 절망하고 있어요. 난 옛날부터 신세대는 달라질 줄 알았고, 사람한테 잡혀갈 때도 인터뷰할 때 신세대들이 이제 달라지게 될 것이다, 20여 년 전에 그런 얘기를 했는데. 요새 아이들은 90년대 학생들이나 또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학생들과 달라요. 그러면 학점에 신경을 또 안 쓰냐? 그것도 아니야. 나중에 또 온갖 거짓말을 다 하는 거예요. 집이 가난해요, 아파서 못 왔어요. 학점 올려주세요. 이건 완전히 사기극이에요.
◇ 김현정> 학점이 안 나오면 또 와서 호소하는 학생도 많다구요?
◆ 마광수> 그러니까 제가 오죽하면 이랬겠어요? 이런 게 처음이라고요. 오죽하면.
◇ 김현정> 오죽하면 영수증 붙여라 한 게 처음이다, 이런 말씀. ◆ 마광수> 이것도 교육방침이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대학생들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교재 문제뿐만 아니라, 평소에 속상한 점이 많으셨던 모양입니다. 이게 마 교수님만 느끼는 상황이 아니라 다른 교수님들도 전반적으로 느끼는데 다만 말을 못하고 실행을 못하고 있단 말씀인가요?
◆ 마광수> 그게 어제 언론에도 보도가 됐어요. 내가 1979년부터 전임이 됐어요. 강의는 1975년부터 했고. 오랫동안 해 봤어도 이런 건 없었어요. 특히 제가 대학 다닐 때 교재 안 산다는 건 꿈도 못 꿔요. 게다가 이건 싼 편이에요. 이공대라든가 아까 말한 경제, 경영 이런 데는 얼마나 비싼 줄 아세요, 교재가?
◇ 김현정> 그러면 그런 교재는 사나요?
◆ 마광수> 선생이 엄하게 하면 꼼짝 못하고 사는 거야. 나는 자유를 줬는데 자율이 안 오고 방종이 온 거야.
◇ 김현정> 그렇다면 세태가 왜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하시나요?
◆ 마광수> 요새 얘들이 많이 변했어요. 지독한 이기주의에다가 얌체주의에다가 너 죽고 나 살자 주의예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거예요. 학점도 리포트 하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제 리포트를 엄청 팔고 있어요. 짜깁기가 수두룩합니다.
◇ 김현정> 리포트 파는 사이트도 있군요?
◆ 마광수> 네. 이게 소위 명문대학에서 이래요. 그리고 그걸 자기네들이 정당하다고 난리친 걸 보면 이건 선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 김현정> 교수님, 지금 찬반논란이 이렇게 상당히 일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수증 첨부 방침은 고수하실 건가요?
◆ 마광수> 영수증도 얘네들이 가짜로 낸다고 저희들끼리 그걸 다 얘기했더라고요. 예를 들면 카드로 사고서 일단 영수증 받고 나중에 결제 취소하면 된다. 그래서 조교를 동원해서 한 서너 번 완전히 책 검사를 해서 실물 책을 보여주어야만 가지고 온 걸로 인정하려고요.
◇ 김현정> 더 강화하실 생각이시군요? 영수증 첨부뿐만 아니라 책까지 가져와라?
◆ 마광수> 가짜 영수증 만드는 것도 당연한 것처럼... 기가 막혀요. 가짜영수증, 거짓말 하는 걸 당연하다고 얘들이 지금 떠들어대는 거예요.
◇ 김현정> 아니, 교수님, 그러다가 교수 평가에서 하위 점수 받으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세요?
◆ 마광수> 그럼 할 수 없지. 교수평가제도가 문제야, 이게. 저는 사실 정교수라서, 정교수는 이미 정년퇴임까지 보장되는 계약을 했어요. 그런데 그전까지는 강사로부터 시작해서 전부 학생평가가 반영됩니다. 그래서 제일 선생님들이 괴로워하는 게 이 겁니다. 지 멋대로 평가를 하거든요.
◇ 김현정> 단점도 분명히 있지만, 장점도 있을 수 있죠,.
◆ 마광수> 학생들을 위하는 건 좋은데 저희 대학 때는 학점 항의기간도 없었어요. 학점 주면 그냥 받았지. 그런데 그때 되면 또 빗발치듯 전화를 하는 거야. 거짓말이 많아.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연세대학교 마광수 교수의 교재영수증 첨부논란, 해명 들으시면서 애청자 여러분도 아마 찬반의견들을 정리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