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를 키우고 있는 40대 초반 아짐입니다. 사연이 길지만...암튼 둘째는 아직 모르겠고 큰애가 참 힘듭니다.
아주 어릴때, 예를 들면 유치원때부터 상처받으면 오래 가는 편이었고 지금 초등 고학년, 예비중인데 애가
공부도 그만그만...수학은 그쪽 머리는 없는 것 같은데 꾸준히 해요. 성실하게 하는데 못 하는 아이...ㅠㅠ
부지런하지도 않고 정리정돈은 책상만 깔끔하게 해요. 다른 곳은...뭐, 저도 비슷하니 가끔 치워줍니다만...
문제는 애가 아이돌에 빠져서 쇼프로그램은 공중파부터 섭렵하더니...이젠 케이블에 아이패드로 동영상도
챙겨서 봅니다. 다 뺏으면 그냥 자거나...음악 듣거나...친구도 거의 없고 요리는 잘해서 잘 챙겨먹어요.
상담도 심리검사도 정기적으로 했었고 지금 제가 아파서 쉬는 중입니다. 대학부설이라 오가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학기 중에는 학원시간에 아이도 피곤하다고 해서요. 저도 좀 이젠 지치고 힘들어서 안 하고 싶습니다.
제 선입견이나 편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젠 아이도 스스로 설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반년을 상담받았고
저도 사람인데 매주 가면서 질책? 받고 죄책감 느끼는 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거든요. 너무 화가 날 정도로요.
딱히 진단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병원 갈 정도는 아니라는데...애가 맘 둘 데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돌에
목을 메는데...팬클럽 따라가고 콘서트 가고 이런 지경은 아니고 한심해서 제가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음악 듣는 건 좋은데 한참 공부할 나이에 이어폰 꽂고 흥얼흥얼...쇼프로그램 할때는 외식도 마다해요.
신도시 외곽인데 수준이 서울하고도 차이가 나지만 여기서도 잘 하는 편도 아니예요. 수학이 아주 그래요.
다른 과목은 알아서 공부 계획표 짜고 잘 하는데 학교 성적은 만점 가까이 나옵니다. 문제는 학원을 싫어해서
영어학원도 4학년까지 다니고 1년은 쉬었어요. 작년에 정말 학교 자퇴 소리 나올만큼 힘들게 다녔거든요.
반에서 조직이라 싶을 정도로 다른 애들 괴롭히는 남자애들 때문에 겨우 겨우 나갔고 담임선생님도 그 애들
다스리느라 혈압올라 쓰러지실 정도로 전교에 유명한 애들이었어요. 담임샘하고 학교폭대위에서 열받아
이번 학년에는 그 애들을 아예 각반으로 다 흩어놔서 그나마 다행인데 저희 애는 그때 이미 균형을 잃은 것
같았어요. 부모로서 직접 나서본 적도 있고...5학년 담임샘이 배려해줘서 지금도 간간이 지금 담임샘과
교류하면서 저희 애를 들여다보고 계세요. 아이에게 직접 문자도 보내시는데 작년에 이어 꾸준히 오구요.
중학교 가면 더하겠지만...아이가 제발 그만 좀 알아서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베스트 글 보면 동질감 느껴요.
동네 엄마들은 정말 이해 못하고 애가 우울한 성향을 타고난 듯하니..엄마가 감수해야 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건 남의 아이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지요. 밝고 쾌활한 자식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정말 부럽다 못해 눈물납니다.
여자아이니 외모도 신경쓰여서 이래저래 돈도 들여서 가꿔주는데 청바지 같은 스키니 스타일은 싫다고 하고
폼 안나고 유행 떨어지는 옷을 입고 다녀요. 사줘도 안 입고 처박아둬요. 비만이나 그런 건 아니고 보통 체격이고
키는 큰 편인데 그냥...애가 자신감이 없는 것 같아요. 타고난 외모가 그래요. 못 생긴 건 아니고 제눈에는 귀엽고
이쁘지만 남들이 호감가질 서글서글한 인상이 아니고 집에서는 아이돌에 빠져 살고 학교에서는 말 안 붙이면
하루종일 말을 안 해서 어떤 선생님은 애가 선천적으로 말을 못 하는 줄 알았다고 상담시간에 그러시더라구요.
아이를 체벌하거나 잔소리하거나 이런 일은 별로 없어요. 야단칠 일이 있으면 야단치는데...아이돌에 미쳐서
저러는 것과 외모로 이유없이 욕 먹을 일은 없게 하고 싶은데 제가 노력한다고 달라지기 어렵겠죠?
부모나 조부모...그러니까 친정, 시댁에 그런 유전자가 있거나 하진 않아요. 다만...지금 저희 애가 저러는 게
화가 나고...제가 감당하기 어렵고 그래요. 학벌도 양가 좋은 편이고 대부분...유학을 가든 여기서 대학을 가든
자기 좋아하는 전공 찾아서 잘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직계 가족은 다 명문대 나와서 자리 잡고 여유있게
살구요. 남편도 성향은 안 맞고 힘들었지만 의사가 인정할 정도로 아이하고 잘 지내게 만들었어요.
저 나이에...애가 어둡게 자라는 게 싫어서 신앙도 권하고 그래봤는데 그때뿐입니다. 방법이 달리 없을까요?
정말 저러다가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서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방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습니다. 지혜롭게 키우고 싶어서 부모학교도 다녀보고 상담도 받고 제가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애가 한살 두살 성장할 수록 힘들다보니 저도 이젠 갈길을 잃은 것 같아요. 부디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