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가난과 관련하여 ‘구조’ 의 문제를 거론한 어떤 글을 읽었습니다.
또 그런 얘기야, 하시는 분들은 패스 해주세요.
그냥 저의 사견일 뿐이고, 저도 구조와 가난, 뭐 이런 것에 대해 요즘 골똘하게 생각 중에 있었거든요. 왜냐하면 말이죠. 원점으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내서 뭐해?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나하는 근본적이고도 원초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저에게는요.
역사적으로 지속되어 왔고 지속 될 구조의 문제들,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의 틀을 바로 잡다보면 어느 정도 가난에 대한 문제점들, 그것은 곧 현실과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겠죠. 이를테면 의료비나 노인 복지, 유아 복지, 청소년들 의무 교육, 연금 제도 등등.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들이 해결되면 삶이 좀 나아지는 면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인간이잖아요. 욕망은 채울 수가 없다는 데에서, 저의 문제는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실패를 했던 원인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욕망의 환유 연쇄작용이라는 말도 생겨났던 거겠지요.
일단, 저는 삽 십대 중반을 넘어가는 아직 아이 하나를 둔 주부입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고요. 남편과는 꽤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했어요. 당연히 결혼을 늦게 했던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남편과 저는 동지로서,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만났어요. 싸움도 많이 했지만요.
본론 들어갑니다. 둘 다 서울에 있던 상위권 사립대를 졸업했고 남편은 석사가 있고 저는 학사만 있습니다. 만약에 대학교 등급을 1-5 등급으로 친다면 둘 다 1.5 등급 정도의 학교를 졸업을 했어요. 그리고 둘 다 외동아들, 외동딸인데. 두 집다 가난해요. 친정은 그나마 집은 소유하고 계신데 현재 수입은 없으시고 시댁은 그나마 세를 들어 사십니다. 아버님이 간간히 돈을 벌긴 하시지만 고정적인 수입은 아닙니다. 그 가난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어찌되었든, 저희는 그래도 많이 배웠기 때문에 수입은 넉넉하지만 양가 생활비를 드리고, 저희가 사는 작은 평수의 빌라 전세금 대출을 갚고, 이것저것 생활비 쓰고, 뭐하면 남는 게 없어요. 결혼할 때, 정말이지 한 푼도 도움 받지 못했습니다. 거짓 아니구요. 학비도 학자금 대출 얼마 전에 끝난 상태구요. 그래도 열심히 살자, 살면 든든한 노후가 기다리고 있지.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자꾸 흔들려요. 알 수 없는 감정이죠.
저의 친구들. 그러니까 대학 친구들은 아니고 중 고등학교 친구들입니다.
노골적으로 전에 등급을 나눴지만 대학교가 1-5등급이라면 (전문대까지 포함해서) 그녀들은 5등급의 학교를 졸업했고 졸업 후에도 해외여행 즐겨 다니고 클럽도 자주 가고. 그러니까 그 모습이 좋아보였다는 것은 아니에요. 단지 아르바이트 하며 쉬는 날 없이 일하던 내 자신을 쪼아대었던 것이 자꾸 걸린다 이거에요.
그 친구들, 정말, 시집을 잘 갔어요. 이글의 논지로 따지자면 돈이 많은 집에 갔다는 겁니다. 그 친구들 친정은 객관적으로도 몹시 가난했구요. (구체적으로 언급을 피하는 이유는 거짓말 같아 보일까봐 입니다. 소설 쓰고 있네. 그러실까봐) 그 친구들이 행복한지는 모르겠지만요. 한 친구는 시댁이 아파트를 마트에서 옷을 사듯이 사는 집입니다. 그것도 강남 대*동에. 논*동에. 또 한 친구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안성인가, 암튼 지방 유지라 서초구의 큰 평수 고급 아파트에 바로 입주 했어요. 아들 낳자마자 연예인이 즐겨 간다던 조리원에서 3주 동안 조리하고 나와 도우미 아주머니 불러서 아직도 그러고 있구요. 물론 해외여행도 자주 가지요. 그 친구 아파트 가보고 얼마나 눈이 쓰리던지 ㅋㅋㅋㅋㅋ
속물이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저도 먹고 살만 한데, 게다가 양가에까지 생활비 드리는 보람찬 삶을 살고 있는데, 더욱이 신랑도 똑똑하고 수입이 좋은데, 기분은 왜 이럴까요.
이런 것이 구조의 문제일까요?
구조, 시스템과는 다른 맥락의 ‘가난’ 문제이죠.
아마도, 나는 복지가 매우 잘 되어 있는 선진국가에 산다고 해도 이런 꼴을 보면 참으로 멋이 없게 신경을 쓰고 살 거 같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교가 빠지고 기호에 대한 브랜드에 대한 가치 평가가 빠져버린다면, 세상은 평화로울까요?
주말 저녁, 참으로 기운 빠지는 글만 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