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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드디어 다모았어요!

잇힝잇힝 조회수 : 1,718
작성일 : 2013-03-18 21:35:36

결혼한지 2년 하고 1개월!

드디어 빚없이 들어갈 전세금을 다 모았습니다!

 

 

저랑 남편은 5년정도 사귀고 결혼했어요.

대학시절 후반부와 사회 초년생 시절을 서로 공유했기에,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 라는게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군대 다녀오느라 나보다 사회경험도 부족한데 집살돈이 어딨어요 ㅋㅋ) 일찍부터 계획을 짜기 시작했네요.

결혼의 기본 모토는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자!"

둘이 합쳐 5천이면 어떻게든 시작할 수 있으니 그것만 죽도록 모아보자 하고

연애시절 영화도 정말정말정말 재밌는 거라야 보러가고 나머지는 전~부 집에서 볼정도로

악바리 같이 모았어요 'ㅅ'ㅋ

그리고 아주 일~찍부터 결혼할거라는 이야기 양가 부모님들에게 공공연히 하면서

"최소비용으로 할거고 둘이 합쳐서 할거다! 대신 부모님께도 받지 않겠으니 너무 과한거 바라지 말아주시라!"

라고 떠들고 다녔죠.

물~론 기본적으로 남편이 시부모님을 제가 저희 부모님을 전담마크 하면서 미리미리 사전작업을 했구요.

남편이 다행히 졸업과 동시에 취직이 되고 저도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찾아줘서

돈도 차곡차곡 모이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순탄하면 인생일리가 없겠죠?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고모들이 갑자기 그래선 안된다 뭐가 어쩐다 훼방을 놓고,

엄마를 설득하려고 하는 등등의 고비가 왔습니다.

고모 두분의 서라운드 설득작업에 엄마도 결국 그래도 남자가 집은..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대판 싸웠네요.

 

"엄마는 동생 (남자) 결혼할 때 집해줄 돈 있냐고 아니면 쟤가 집해갈 돈 있냐고,

그러다가 엄마 며느리한테 집도 못해주는 남편 집안에 실망했다 소리 들으면 어떨거 같냐고!"

 

결사항전을 한 결과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한고비 넘었나 했더니.. 남편 아버님께서 쓰러지셨어요.

다행히 보험에서 어느정도 금액이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돈이 안들어갈 수는 없었죠.

결혼 목돈에서 돈이 또 빠져나가고..

그 뒤에도 이런 고비 저런 고비 정~말 험난했습니다 ㅠㅠ (물론 다른 82님들에 비해선 새발의 피일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넘고 넘고 넘다보니 드디어 결혼에 골인!!

(저희 모토대로 주지도 받지도 않았어요.

대신 양가 부모님들 옷한벌 씩이랑 4박5일 제주도 여행권으로 퉁쳤습니다.)

결혼식 비용도 참 걱정을 많이했었는데, 남편이 저 모르게 친구들끼리 계를 했더라구요.

결혼할 커플들만 모아서 만든 계라던데 그쪽에서 계에서 처음으로 결혼하는 사람이라고

남편 밀어주기로 해서 밥한끼 거하게 사고 낼름 받아왔어요 ㅋ

 

 

주지도 받지도 않자는 1라운드를 완료하고 나니,

신혼살림 이라는 2라운드가 시작되더라구요.

결혼을 앞두고 남편이랑 머리를 맞댄채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5천 가지고 남들 다하는 신접살림 따라서 꾸몄다가는 죽도 밥도 안된다!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신혼집 꾸미는거 여자의 로망인데 괜찮겠냐"

저 왈   "안그래도 짜증나니까 닥쳥"       "응.."

다행히 집은 남편 가족분들중에 한분이 20년경력에 부동산 업자 출신이셔서 굉장히 잘 마련했어요.

저희 돈 3500에 대출 2000 받고 최대한 조건 맞춰서 15평 아파트로 전세를 잡았어요.(아참 저 서울 아니에요 ㅋ)

그런데 그 집을 채우는게 보통일이 아니더라구요.

 

 

참 많은걸 포기했네요.

이런저런 비용 전부 제외하고 (사실 웨딩사진 조차도 사진과 나온 친구한테 할 정도였어요 ㅋ

신부화장은 저희 엄마랑 10년 단골인 분께 정말 저렴하게 받았구요!) 집값 3500 빠지고 나니까

수중에 딱 1500 남더라구요. 그 중에 1000만원은 다시 굴리기로 하고 500만 가지고 살림장만을 시작했습니다.

"가구 특히 장롱이나 침대는 이사한번 하거나 애생기면 싹 다 바꿔야 한다!" 라는 조언 그대로 받아들여

침대 대신 라텍스 침구, 장롱대신 완전 밀폐되는 커튼형 5단 행거!

(사실 진짜 슬펏네요 ㅠㅠ 남편도 제 눈치 엄청보고 .. 그래도 독하게 마음 먹었어요)

드럼 대신 통돌이! 오븐 대신 전자렌지! 3구 대신 2구 가스렌지!!

메이커 그릇 세트는 필요없다 동대문 그릇도매상가! ...

전자제품은 남편의 10년지기를 통해 온갖 할인에 직원할인 붙여서 엎어왔습니다 ㅋ

마지막으로 냉장고는..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활동을 했던 친구들이 십시일반해서

축의금 대신 이라며 선물을 해주더라구요.

냉장고를 공짜로 엎어오면서 예상외로 돈이 좀 남아 일할 책상과 의자만 좀 비싸게 주고 사왔습니다.

(둘 다 컴퓨터 자주 쓰고 집에서도 처리할게 많은 전문직종이라 필수였어요 ㅋ)

 

 

500으로 살림 채우고 결혼하고.. 좀 쉬려는 제 앞에 남편이 들이민건

전세가 끝나면 어떻게 살것인가! 라는 3라운드 스케쥴표..!!

저희는 쏟아져야 할 깨대신 계산기를 깨부수며 3라운드를 준비했습니다.

결혼전부터 지금 들어가는 2년전세가 끝나야 2세계획을 새우겠다 - 라고 공언을 했기에

그 부분에 대한 압박은 적었지만, 말 그대로 전세가 끝났을 때의 상황은 암담하더라구요.

3500에.. 굴리는 돈 1000.. 거기에 아이까지 생기면 사실상 돈을 모으는건 거의 불가능하다! 라는 생각에

2년 동안 딱 5000만 더 모으자 ! 라는 쪽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에어컨 대신 찬물에 발을 담그고.. 난방 대신 히트텍이를 입으며 (고맙다 히트텍 ㅜㅜ)

맞아떨어진 눈탱이를 억지로 떼내면서 버텨버텨 오다가 드디어 오늘! 부은 돈으로 목표금액이 달성됐네요!

 

 

물론 완전히 빚없이 전세를 시작하더라도.. 다시 4라운드가 시작될거에요.

그땐 둘이 아니라 셋일거고.. 아이가지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외벌이로 버텨야 할거구요.

그래도 뭔가 하나를 또 이뤘다는 생각에 마냥 좋기만 좋습니다!!

매일 집에서 밥만 먹다가 (정말 맹세코 2년동안 저희 돈으로 외식 한번도 안했어요!)

남편이랑 무려 패밀리 레스토랑 가서!!!! 배터지게 먹고왔습니다 ㅋ(그런데 이것조차도 쿠..쿠폰)

당장 내일부터 남편 손잡고 집보러 갈려고 해요.

사실 기한 만료가 됬는데 사정사정해서 딱 한달만 연장한거라 방뺄날도 얼마 안남았구요.

4라운드 잘 시작할 수 있게 좋은집 구하길 빌어주세요!!

IP : 119.197.xxx.155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벅차게
    '13.3.18 9:51 PM (24.241.xxx.82)

    읽는 내내 제 가슴이 벅차올랐네요.
    짝짝짝!!!
    기립박수 보냅니다.

    20년 전,부모 등꼴빼서 결혼한 제 모습이
    지금도 죽을만큼 부끄러운 사람입니다.
    제가 그 시절로 돌아가면 꼭!!
    원글님 처럼 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부자 되실겁니다.
    절대 흔들리지 말고 반듯하게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여기 82에 명품가방.그릇....이야기
    홍수로 쏟아지는데
    다~~~ 소용 없는 짓 입니다.

    나중에 하셔도 충분히 시간 넘칩니다.

    10년 고생한다 생각하면
    앞으로 70년이 편해집니다.
    당당하게 살 수 있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칭찬합니다.
    축하합니다.

    집 장만도 곧 하시리라
    축복합니다.

  • 2. 아이고...
    '13.3.18 9:55 PM (122.35.xxx.66)

    이렇게 기특하고 축하할일이 또 어디있을까요???^^
    너무너무 대견하고 제가 다 자랑스럽고 마음이 풍족해집니다.
    덕분에 좋은 문화 만드는데 이바지 하셨습니다.
    앞으로 사시는 데 기필코 좋은 일만 생길 것이에요..

    지금 그 다짐과 각오로 살면 야무지게 재미나게.. 잘 사실겁니다.
    정말 축하합니다. 애쓰셨습니다. ^^

  • 3. 인우
    '13.3.18 10:11 PM (222.237.xxx.237)

    정말로 장하고 멋지시네요
    목표를 향해 곁 눈 안팔고 정진하는 모습에서 배워 갑니다.
    행복이 원글님 가정에 또아리 틀기를 희망할께요^^*

  • 4. 와우!!!
    '13.3.18 10:29 PM (211.234.xxx.176)

    브라보!!!! 넘 멋진분들이에요..듣는 저도 뿌듯하네요.님앞날에 행복 가득하길바래요.♥♥♥

  • 5. 똑부러지는
    '13.3.18 10:32 PM (1.247.xxx.247)

    부부네요. 부러워요....
    멋진 부모가 되실거라 확신합니다...^^

  • 6. 축하하고
    '13.3.18 10:57 PM (218.54.xxx.60)

    부럽기도 해요.사랑하고..살고..
    근데 저는 그냥 잘버는 남자 만나 이럭저럭 편히 살아왔어요.이것도 나쁘진 않공..

  • 7. 나나
    '13.3.19 3:46 AM (175.223.xxx.199)

    저도 부모 도움 없이 하느라 결혼반지도 안했어요
    예물 예단 전혀 없었구요
    시댁에서 도와주기는 커녕 오히려 남편이 시댁 빚을 떠안고 장가든 상황이었지만 덕분에 저도 친정에 부담 안주고 허례허식 없앤건 잘 했다 싶어요

  • 8. 기쁜날
    '13.3.19 11:24 AM (121.187.xxx.208) - 삭제된댓글

    이렇게 기특하고 축하할일이 또 어디있을까요???^^
    너무너무 대견하고 제가 다 자랑스럽고 마음이 풍족해집니다.
    덕분에 좋은 문화 만드는데 이바지 하셨습니다.
    앞으로 사시는 데 기필코 좋은 일만 생길 것이에요.. 22222

    양가 부모님께서 자식들 참 잘키우셨네요.
    두분 앞날에 축복만이 가득할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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