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범사훈 - 운명을 뛰어넘는 길
선사는 운명에 구속됨은 범인(凡人)에게만 해당되고 성인(聖人)은 그것을 자기 자신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이에 원료범이 날마다 선행(善行)하고 주문을 외워가니 그 이후는 점괘가 맞지 않고 53세에 죽는다는 운명이 빗나가고 없다는 자식도 낳았다. 일개(一個) 성(城)의 장관 직위에서 끝난다는 것도 틀리면서 더 높은 직위인 명(明)나라 군(軍)의 주사(主事)까지 올라가 임진왜란때 우리나라 함경도까지 와서 일본의 기오마사(加藤淸正)을 쳐부순 큰 수훈을 세웠다.
[요범사훈]
인간의 운명을 연구하면서 가장 당혹스러운 일은 그 사람의 타고난 운명이 좋지 않을 때이다.
사주팔자가 좋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쁜 운명을 좋은 운명으로 돌리는 방법이 있는가?
있다! 그 방법과 사례를 기술한 책을 이번에 소개하고 싶다.
명대(明代)의 학자 원료범(袁了凡.1533~1606)이 자식을 훈계하기 위해 남긴
요범 (了凡) 사훈 ' (불광출판부/ 김지수 교수 역)이 바로 그 책이다.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수백년 동안 개운서(改運書)로서 널리 알려진 명저이기도 하다. 원료범은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러한 책을 쓰게 되었는가.
[그는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생계를 위해 의학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상수역학(象數易學)에 정통한 공(孔)선생 을 만났는데, 이렇게 예언하였다.
"당신은 의학공부를 그만두고 학문을 해서 벼슬을 할 운명이다. 초시에서는 14등으로 합격하고, 그 다음 시험은 71등으로 합격한다. 마지막 시험에서는 9등을 할 것이다." 다음해 시험을 쳤는데, 세 시험의 등수가 모두 적중하였다. 그 다음에 공선생은 '모년에 공생(貢生)이 되고 공생에 뽑힌 후 모년에는 사천성의 대윤이 된다. 대윤에 부임한 지 삼년반이 지나면 관직을 사임하고 고향에 돌아가서 53세 8월 14일 축시에 거실에서 죽는다. 아깝게도 자식은 없다'고 예언하였다. ]
10대 후반에 들었던 이 예언은 관직생활을 할수록 신기하게도 다 들어맞았다. 이로 말미암아 원료범은 나아가고 물러남, 더디고 빠름도 운명에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확신하였다. 나는 53세가 되면 죽을 것이다! 그래서 매사를 담담하게 생각하고 더 이상 뭘 구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숙명론자가 된 것이다.
그러던 그가 37세가 되던 1569년에 우연히 남경 서하산(棲霞山)에 머무르던 운곡 선사 를 만나면서 인생관이 바뀐다. 사흘 밤낮을 운곡 선사와 토론하면서 운명은 바뀔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된 것이다.
운곡 선사 가르침의 핵심은
'지금 당장 생각과 습관을 바꿀 것'과 '다른 사람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할 것'이었다.
이 두 가지 가르침에 감명받은 원료범은 이전까지 자신의 호가 학해(學海)였는데, 이날 이후로 '평범을 끝마친다'는 뜻에서 호를 '요범(了凡)'이라고 바꾸었다 . 요범은 이후로 혼자 있을 때에도 항상 생각을 맑게 가지려고 노력하였고, 다른 사람들에게 공덕을 쌓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였다.
원료범에 의하면 사람이 생각을 바르게 가지려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스스로 신통한 꿈을 꾼다 고 한다. 더러운 오물을 토해 내거나 옛 성현이 자기를 손잡아 이끌어 주시기도 하며, 혹 허공을 날거나 걷기도 하고 좋은 깃발이나 보물 덮개 기타 각종 훌륭한 사물을 얻는 꿈을 꾼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은 모두 다 허물이 사라지고 죄가 없어지는 징표라는 것이다.
마음을 닦으면 꿈의 내용이 달라지고, 꿈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운명이 바뀌기 시작하는 조짐으로 해석된다 . 원료범은 또한 팔자를 고치기 위해 3천가지 공덕을 쌓기로 결심하였다. 장부책을 만들어 놓고 한 가지 선행을 할 때마다 즉시 붓으로 기록하였다. 그의 부인은 글을 쓸 줄 몰랐기 때문에 기록을 할 줄 몰랐다.
그 대신 매번 착한 일을 실천할 때마다 거위 깃대에 인주를 묻혀 달력의 날짜 위에 하나씩 동그라미를 찍었다.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을 보시하기도 하고, 더러 산목숨을 사들여 놓아주기도 하였다(放生). 하루에 많게는 10개의 동그라미가 찍히기도 하였다. 그 와중에 팔자에는 없던 아들을 낳게 되었다. 1583년에는 드디어 3천개의 동그라미가 완성되었다.
3천 공덕을 쌓은 지 얼마 후에 원료범은 벼슬이 승진하여 현감이 되었다. 현감이 된 후에는 다시 1만 공덕을 쌓기로 결심하였다. 그러나 현감이 되면서 하루 종일 관청에서 자리를 지키고 근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공덕 쌓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셈이다.
요범의 부인은 "내가 전에 집에 있을 때에는 서로 도와 선을 행하였기 때문에, 3천 가지 선행을 그런 대로 완성할 수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1만개나 발원해 놓고 관청 안에 행할 만한 일이 없게 되었으니 언제 이 공덕을 성취한단 말입니까?"하고 남편에게 상의하였다. 그러고 나서 요범은 우연히 꿈에 한 신선을 만나게 되었다. 자신이 선행 발원한 일이 완성되기 어려운 까닭을 여쭈었다.
그랬더니 그 신선이 말하기를, "그대가 현감이라는 자리에 있으니 백성들에게 물리는 세금을 조금만 감해주면 1만 가지 선행이 한꺼번에 완성될 것이다" 라고 일러 주었다. 당시 세금은 토지 한 마지기당 이할 삼푼 칠리(23.7%)를 거두었다. 꿈에 신선이 일러준 대로 요범은 이를 대폭 줄여 일할 사푼 육리(14.6%)로 낮추었다. 벼슬이라는 자리가 한방에 1만 가지 선행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찬스이기도 한 것이다.
원료범은 이러한 정신수양과 공덕으로 인하여 일찍이 공선생이 예언하였던 53세라는 운명적 한계를 훨씬 넘어 74세까지 천수를 누렸다.
팔자를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금을 막론하고 공덕(적선)을 쌓는 일 이다.
막고 푸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요범사훈'에서도 적선을 강조한다.
이 책은 옛 사람들이 공덕을 쌓았던 사례를 여러 가지 소개하고 있다.
(1) 복건성의 양영이라는 사람은 대대로 강에서 배로 행인들을 건네주는 일이 생업이었다. 한번은 비가 오래 와서 강물이 불어 넘치고, 마침내 제방이 무너져 민가가 온통 물에 잠겼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들이 물살을 따라 하류로 떠내려오자, 다른 배의 주인들은 모두 떠내려오는 재물을 건지는 데만 힘썼다. 그런데 유독 양영의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사람을 구하는 데에 힘쓰고, 재물은 건지지 않았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그들을 비웃었다.
그러나 양영의 아버지가 태어날 때에 이르러 집안이 점점 부유해졌다. 어떤 신선이 도사로 변장하여 그 아버지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그대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음덕을 많이 쌓아 자손들이 틀림없이 부귀 영달을 누릴 것이니 저 곳에 묘를 쓰는 것이 좋겠소." 그가 손가락으로 가르쳐 준 곳에 묘를 썼는데 과연 그 이후로 후손들이 줄줄이 벼슬을 하였다.
(2) 이 책에서는 어떤 사람이 착하게 살았는 데도 그 자손이 흥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진짜 선[眞善]과 가짜 선[假善]이 있다고 설명한다. 가선은 공덕이 아니다. 진선과 가선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남에게 이로운 것은 선이고, 자신에게 이로운 것은 악이다.
남에게 이로우면 남을 때리고, 남을 욕하는 것도 모두 선이 될 수 있다.
자기에게 이로우면 남을 공경하고 예의를 갖추는 것도 모두 악이라는 이야기다. 이러한 까닭에 사람이 선을 행할 때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모두 공(公)이고, 공(公)이면 진짜 선이다. 자기를 위하는 것은 사(私)이고, 사(私)이면 가짜 선이다. 또 마음에다 뿌리를 두는 것이 진짜이고, 겉으로 형식과 모양만 내는 것은 가짜이다.
무위(無爲)로 자연스럽게 행하는 것이 진짜이고, 유위(有爲)로 억지스럽게 하는 것은 가짜이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스스로 잘 살펴보아야 한다.
'요범사훈' 은 운명을 뛰어 넘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말하자면 팔자 고치는 책인 것이다. 그 핵심은 공덕을 쌓는 일이다.
사람은 사주팔자 대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믿음의 틀(고정관념)을 깨어부수면
자신의 운명을 뛰어 넘을 수 있다.
동양철학의 근본 경인 주역에도 <선한 일을 하는 집안은 복이 도래하도다.>라는 글귀가
있다.
불교에서도 <선업을 쌓으면 전생의 업으로 인한 장해가 소멸된다. 업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선업을 쌓아 자신의 업의 바람을 막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선업에는 10악을 행하지 아니하면 된다.
살생하지 말고 죽을 목숨 살려주고
도적질하지 말고, 사음하지말고, 망어하지말고, 이간질하는 말 하지말고,
꾸밈말 하지 말고, 악한말 하지말고, 탐내지 말고, 성내지 말고, 어리석은 마음일으키지
말라고 가르친다.
결국 남을 돕고 배려하며,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공익을 위해 앞장서고, 이기심을
버리고 아만심을 버리면 바로 큰 공덕을 짓게 된다.
바로 공덕을 쌓는 일이 바로 개운핵심인 것이다.
그것은 사주팔자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생각의 틀에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운을 스스로 바꿀 수가 없고
오직 운의 노예가 될 뿐이다.
그런데 사주팔자를 안다고 하더라도 고치지 못하는 이유는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사주팔자에 끌려다니게 마련이다.
(운명을 뛰어넘는길/ 모셔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