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모니터...자질구레한 주방용품 안쓰는 것들을 들고 가까이 있는 고물상에 갔다왔어요.
헌옷도 얇은 이불도 다 된다고 해서 정리해서 또 와야지 하고 있는데...짐을 실은 트럭이 고물상에 들어오네요.
주인 아주머니 보자마자 "아이고 골치아픈 거 들어온다." 그러네요.
트럭 주인이 돈을 천만원을 빌려줬는데 받으러 갔더니 야반도주 했대요.
채무자는 당장 필요한 것들은 다 싸가고 채권자는 남은 것들 고물상에 가져와서 얼마라도 건질려고 하는데..
궁금해서 제가 살펴보니 살림을 야무지게 살았나봐요.
속옷 정리하는 칸칸으로 된 부직포 함, 의류들은 바퀴달린 프라스틱 상자와 락앤락 부직포 정리함들에...
여름이불과 여름 물놀이용 큰 타올들은 모두 압축이불팩에 넣어 두었고 외투들은 부직포 커버에 씌워서 잘 정리했더군요.
돈떼인 사람은 "천만원어치가 이렇다."고 실소하고...
고물상 주인 아주머니는 "오늘 심심했는데 잘 되었다 옷이나 정리하자." 그러시고..
마대 자루에는 냉동실 정리용 칸칸으로 된 플라스틱통들, 보온도시락, 냄비와 프라이팬들.
저렇게 살뜰히 정리 잘 하던 사람이 그것들 다 두고 야반도주할 때는 마음이 어땠을까 싶더군요.
아이들 신발과 좀 오래된 동화책들.
학교에 다닐만한 아이들 신발이던데 학교는 전학했을까?
아이에게는 어떻게 말하고 떠났을까?
가족 중의 누가 영화를 좋아했는지..오래된 '아라비아의 로렌스' 두개짜리 비디어 테잎이 있고...영화에 대한 책들도 좀 보이고...
남편의 실직이 길어졌나?
앞으로 이런 광경이 더 늘것인가? 줄 것인가???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