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 눈팅만 하다가 용기내어 글을 올려요.
저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취직을 한 신입사원입니다.
제가 일하는 분야가 어딘지는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죄송합니다 좀 독특한 동네에요)
평소에 저와 친분이 있는 교수님께서 이쪽 분야의 분을 소개, 또 그분이 사장님을 소개해서 취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취직한 곳은 크진 않은 회사인데 이쪽 분야에서 굉장히 잘 나가는(매출이 높은) 곳으로, 교수님은 직접 모르시지만
어쨌든 결과(매출)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니 가서 일하면 분명 배울 것은 많을거다. 단, 일하다 나가 떨어진 사람도 많고
사장님이 괴팍하기로 유명. 일하기에 굉장히 혹독할텐데 할거냐? 이런 오퍼가 와서 전 '어차피 일 배우는 거 편한 곳 찾지
말고 제대로 하는 곳에서 혹독하게 배우는 편이 낫겠다' 싶어 소개해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뭐가 얼마나 힘들지는 아무것도 몰랐지요.
근데 교수님이나 소개해주신 분 모두 하시는 말씀이 일단 사장님 눈에 잘 드는 게 중요할 것 같다며,
이 사장님이 한번 마음에 들면 끝까지 그 사람을 쭉 믿고 좋아하는 편이며 그 사람한텐 모든 걸 해주는데
한번 눈밖에 나면 끝. 이런 스타일이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사장님 마음을 한번 얻어 놓으면 그분의 노하우나 기술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자랑같지만...제가 어른들한테 인기가 참 많은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다들 넌 문제없을거라며 열심히만 하라고 하셨지요.)
면접을 처음 보러 갔을 때 사장님이 이것 저것 물으시더니 3월부터 나오라고 하시더라구요. 너무 기뻤지요.
그리고 두 번째 뵜을 때, (아직 일하기 전) 저보고 '네가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 넌 좀 소극적인 것 같아' 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제가 성격이 좀 낯을 가리고 차분한 편인데 그래도 일하는데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그렇지 않다고, 면접 때 일러주신 준비할 것(앞으로 일본 쪽과 거래하신다고 일본어 배우라고)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제가 얼마나 의욕적으로 임하고 있는지를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나서 첫 출근. 여기 저기 가서 인사를 했지만 거기까지 끝. 다들 눈 딱깔고 자기 일만 보더군요.
사장님이 출근하시고 나서 인사를 드렸더니 '어' 하시곤 자기 방으로 들어가버리심.
전 직원들한테 인사를 시켜준다거나 업무를 안내해준다거나 그런 걸 기대했었는데 이건 뭐지 벙쪘어요
근데 여기 저기 가서 두릿거려도 어색하기만 하길래 일단 제 자리에서 대기를 했습니다.
잠시 후 사장님이 제 자리에 오시더니 '너 이러고 있으면 어떡하냐'면서 야단을 하시더라구요.
그때부턴 사장님을 쫓아다녔어요. 어떻게 일처리를 하시는지 보고 배우기라도 하려고요...
근데 제가 어느 정도까지 참관을 하면 될지, 그것도 명확하지 않고 (분명 너무 가까이서 개입하면 불편해하시는 분도 계시니까, 전 안그래도 출근 첫날인데 조심스러웠죠)
그런데 사장님께서 남의 일처럼 그렇게 보고 있으면 뭘 배우겠냐면서 또 막 뭐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장님이 저를 본인 방으로 부르시길래 '저 오늘 여기 처음왔고 무슨 일부터 해야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하니
혀를 쯧쯧 차시면서
공부만 잘 한 사람은 융통성이 없고 시키는 일만 해서 현장 일을 잘 못한다면서...
이러니 갓 졸업한 애들을 *00만원(이 바닥에서 거의 주는 일 없는 초박봉 월급) 주고 일시키는 거라면서...
이런 말씀을 하신게 제가 첫출근한 날 아침 11시입니다.
일이나 뭘 좀 시켜보신 후에 이런 말을 들으면 억울하지도 않았겠어요..
근데 저는 소개해주신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이때부터 닥치고 회사의 모든 일을 도왔어요.
직원들이 하는 일 눈치껏 보고 정리, 청소부터 해서 제가 해야할 일이 아닌 일까지도요.
(자세히 얘기하긴 그렇지만... 예를 들어 의사가 병원에서 간호사가 하는 수납.간호.물리치료.등의 일을 한다면 이해가 빠르실 것 같아요)
지금 일 시작한지 딱 일주일 되었는데
여전히 제가 해야할 일은 별로 하질 않고 있고
(보통 신입사원이 복사,심부름 부터 해서 밑바닥 일부터 시작한다고 하지만 이 바닥에선 보통 그렇진 않아요.
좀 전문적인 일이기 때문에 바로 제 업무를 시작하는게 보통이죠.
제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다... 는 걸 동기한테 말하니 왜 그런 일을 하고 있냐면서 길길이 화를... ㅠㅠㅠ)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직급의 사원이 두어명 더 있는데
사장님은 이 사람들만 데리고 점심을 드시러 나가시고 저는 경리들과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시켜먹어요.
회사 업무도 가르쳐주시는 거 전혀 없고 제가 물으면 오히려 귀찮아 하시든가 짜증을 내는 기색이 역력하더라고요. ㅠ
회사가 앞으로 해외와 거래를 틀 예정이라 무지무지 바쁜데
제가 거기에 대해 여쭤보면(분명 저도 참여를 해야할 일이거든요) 별로 대답도 안 해주시고
아까 그 사원들과만 모여서 사장실에서 회의하고 논의를 하세요.
아무리 제가 신입이라 아무것도 모르고 배우는 중이라 해도
그 사원들도 들어온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거든요... (저보다 한달, 열흘 정도?)
사장님이 절 이렇게 대하시니 경리들도 본인들이 해야할 일을 저에게 미루거나 지시를 내린다거나 이런 식인데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간호사가 의사한테 지시하는 그런 수준이라고 보시면 되요. ㅠㅠ)
제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저 정말 흠 안 잡히려고 누구보다 일찍 출근해서 오픈 준비했구요.
쉴 틈도 없이 하루종일 눈치보면서 여기 저기 돕고 사장님이 하시는 거 보고 연구하고 질문도 많이 하구요.
저 정말 어디가서도 일 잘 하고 성실하다는 평만 들어왔는데 여기서 이런 대접 처음이에요. ㅠㅠ
제가 좀 낯가리는 편이고 신입이라 긴장해서 사장님께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래서일까요..
저랑 같은 직급의 사원은 싹싹하고 적극적이더라고 저한테 비교하면서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차라리 일적인 면에서 지적을 하시면 모르겠는데 ㅠㅠ (다시 말하지만 일적인 면에서는 저 정말 부끄럼 없이 했어요)
사장님이 '얘가 좀 소극적이라 마음에 안 든다'는 식으로 교수님한테 언질을 하셨나봐요.
교수님 쪽에선 '좀 더 싹싹하고 애살있게 굴어보라'는 식이시고...
제가 처한 자세한 상황을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힘들다 얘기해봤자 '사회 생활 다 치사하고 더러운거. 어딜가도 그렇다'
고 하실게 뻔하거든요...
직장 생활 경험 있으신 고수분들.. 조언 좀 해주세요.
이제 일한지 일주일인데 매일 울면서 퇴근하고 있어요. ㅠㅠㅠ
벌써 그만두고 싶은 생각만 간절한데 여기서 못하겠다고 나가면 애써서 연결해주신 분들한테 죄송하고
저의 참패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사회생활 어디서나 힘든건데 제가 유약해 그걸 못이기는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