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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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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영교수 책을 읽었어요

..... 조회수 : 4,566
작성일 : 2013-03-09 00:34:11

서점에서 우연히 펼쳐 봤는데 앞에 1/3 읽는 동안 사실 좀 괴로웠어요.

자의식 과잉이 느껴져서 좀 괴로웠고. 

열렬한 교육열을 가진 어머니에 대해  너무 솔직하게 묘사해서 쪼금 불편했고.

아버님이 개업의셨는데 그렇게 고학력에 안정적인 부를 쌓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배타적인 써클을 맺는 것이 책에서 너무 자연스러운 거예요,

악의 없는 자연스러움.

하지만, 결과적으로 읽을 가치는 있었어요.

제가 음악에 흥미를 느껴 머릿속이 온통 음악으로만 가득차고 음악에 몰입해 가는 과정인데요,

중간부터 석교수 본인이 애착을 느꼈던 발레나 음악에 대한 묘사는 너무 좋더라고요,

자신은 어떻게 처음 몰입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는지,

약간 속물적인 관점을 가지신 어머니가 현실적인 이유로 제시해준 음악이나 발레가 

어떻게 나중에 자기 안에서는 진짜 보석으로 변화하게 되는지, 그 과정이 너무 생생해요.

 

애착의 절정까지 갔다가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발레를 못하게 된 이후,

열심히 몰입하는 걸 두려워하게 되고 자기방어때문에 모든 걸 끝까지 밀어부치지 않고

대충대충하는 습관이 들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요.

이분이 발레 예비학교에 있다가 아메리카 발레단의 입단을 코앞에 두고 딱 발레 그만두게 되는데,

너무 혼란스럽고 무기력하니까 긴 슬럼프를 겪는 동안 엄마와의 불화도 되게 심했어요,

너무 무기력한데 엄마도 본인도 처음엔 이유를 알수 없어  답답하고 복장 터지는 거죠.

그럴 때 사려깊은 선생님들이 조건없이 믿어주고 격려해 줘서 느긋이 기다려주고 그래서 

결국 자기방어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는 묘사도 참 좋았고요.

엄마랑 싸운 얘기도 많이 나오고 너무 솔직해요.

( 10대 후반부터는 엄마의 영향력은 완전 약화되더라고요..)

 

 

남들이 보기엔 다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극도의 내성성이나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에너지가 자기 안쪽으로 모이는 스타일이라, 명성을 쫓아가는게 아니라,

내부의 치열한 고민을 하다보니 그 자리까지 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6세에 이미 옥스퍼드에서 문학박사학위까지 받고, 저서 출판이란 무기까지 들고 귀국했는데,

자신은 시를 읽는 건 좋아하지만, 철저히 분석하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진 못한다는 걸 깨닫았대요.

그래서 좀더 현실적인 분야로 진로를 바꾸어요, 이루어 놓은 것을 모두 포기하고요.

( 물론 음악, 무용, 문학의 강인한 토대가 좀더 독특한 법학자로 만들어주긴 했겠지요.)

 

 

배움에 있어 어떻게 몰입이 진행되는지, 어떻게 배운 것들이 나중에 그물을 형성하는지

그런 것에 관심있는 분들에겐 유익할 거 같아요.

청소년기에 발레를 쉽게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이미 초딩 때의 피아노, 바이얼린이란 토대가 있었기때문에 가능한거였고요.

발레를 좀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었던 이유가 어릴 때 독서광이었기 때문이예요.

이렇게 앞에 열심히 쌓아 놓은 것이 뒤에 분야의 든든한 토대가 되어요.

중요한 것, 이 분이 이렇게 예술하고 또 거기서 좌절하느라, 입시준비를 제대로 못했지만,

늦게 시작해도 빨리 흡수하고, 어쨌든 입학사정관이나 교수들이

자기를 받아들이게 만드는 유니크한 저력을 가지게 돼요.

미국이라 우리실정과는 조금 다르지만 ^^

이분의 결론은, 어릴 때 미치도록 흥분하고 몰입하는 경험을 아이에게 주는게 가장 좋은 교육이라고.

IP : 58.236.xxx.74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
    '13.3.9 12:44 AM (121.130.xxx.7)

    예약 판매 떴을 때 부터 관심 있었는데 아직 안 샀어요.
    원글님 글 보니 꼭 딸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네요.

  • 2. ~~~
    '13.3.9 1:30 AM (61.247.xxx.205)

    우리와 180도 다르게, 미국은 저렇게 다양한 학문적 기반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죠.
    우리는 같은 대학, 같은 학과로 쭈욱 나간 사람을 선호하는데 (대학 전공과 대학원 전공이 다르면 천대/홀대 받는데), 미국은 그렇지 않고 오히려 주목 받지요.
    전혀 다른 학문적 기반을 가진 사람이 특정 학문에 새롭게 들어와 새롭게 보고 새로운 시각으로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길 기대하죠.
    그래서 학문이 새롭게 발전하고 그러는데, 우리는 (교수진 가운데) 다양성/모험성을 죽여서, 진부함만 가득하고, 새로운 실험이 없어, 국내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세계적인 학자가 나올 수 없어요.

    어쨌거나 저도 책 사보려 하고 있는데 -- 저는 원서로 읽어보려고요 (원서로도 나와 있데요) --
    이 달 말쯤이나 시간이 나면 사서 읽어 볼까 하네요.
    저도 읽어보면 느낌을 간단히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 3. sadpianist
    '13.3.9 1:48 AM (66.168.xxx.12)

    원서 제목이 뭔지 혹시 아세요.

  • 4. .......
    '13.3.9 1:54 AM (58.236.xxx.74)

    a light inside
    그분이 쓴 영어원문을 우리나라에서 출간한다는 거 같아요.
    미국에 원서가 있는게 아닌거 같은데요.

  • 5. sadpianist
    '13.3.9 2:01 AM (66.168.xxx.12)

    그러게요.여기서 찾아봤는데 그 분 책은 법학 저서밖에 없더라구요.

  • 6. ㅋㅋ
    '13.3.9 2:04 AM (58.236.xxx.74)

    한국은 책값이 싸고 제가 며칠전에 책 배송해 봤는데, 예스24
    미국배송비 3만원이더라고요.
    미국출간되는 거랑 책값은 크게 차이 안 날 듯. ^^

  • 7. sadpianist
    '13.3.9 2:13 AM (66.168.xxx.12)

    여기선 출판되지 않을것 같네요. 우리가 아는만큼 석지영씨를 여기선 잘 모르쟎아요. 에이미 추아는 많이 알려졌는데 The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 로 여기선 센세이션을 일으켰었쟎아요.

  • 8. ......
    '13.3.9 2:25 AM (58.236.xxx.74)

    그러게요, 에이미 추아 보다는 석교수책이 훨씬 깊이있고 나은 거 같은데 제 보기엔.
    에이미 추아에 대해선 한국에서도 비판적인 견해도 많더라고요,

  • 9. 전 실망했어요
    '13.3.9 2:39 AM (119.18.xxx.58)

    옥스포드 문학 박사던가요??
    글발 기대했는데
    번역의 오류인지
    ㅡ,,

  • 10. sadpianist
    '13.3.9 2:40 AM (66.168.xxx.12)

    여기서도 환영보단 비판을 많이 받았죠. 동양인들의 아이비 리그에 대한 열의, 하루하루 전투적으로 사는 모습들.
    물론 보고 배우자하는 견해도 있었지만 뭘 그렇게까지 해야하냔 의견이 다수였던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한국에선 거의 다 에이미 추아처럼 아님 그보다 더 공부시키쟎아요.
    우리에겐 당연한 이야기인데
    ..

  • 11. 흐흐
    '13.3.9 2:41 AM (58.236.xxx.74)

    좀 오글오글 ^^
    과잉 수사.
    근데 본인이 글쓰기를 편하게 여기게 된 거 자체가 최근이래요.
    글쓰기에 대한 중압감은 되게 심했나봐요,
    옥스퍼드에서도, 하버드 법대에서도.

  • 12. 더하죠.
    '13.3.9 2:44 AM (58.236.xxx.74)

    맞아요, 말콤 글레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보면, 동양인들이 공부에 열올리는 걸
    새벽 5시면 일어나서 일손 드럽게 많이 가는 벼농사 짓던 몇 천년전 습성에서 찾더라고요 ^^
    문화적으로 풍부하고 여유있는 서구인들이 부럽지만, 아웃라이어보고나서 동양인의 근면함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도 느끼겠고..

  • 13. sadpianist
    '13.3.9 2:56 AM (66.168.xxx.12)

    여기도 처음 정착 당시. 초기엔 근면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히피 문화 생기고 흑인들(다는 아니지만) 특유의 게으름 등이 더해져 많이 나태해진 것 같아요. 한국엔 정말 게으른 사람을 못 본것 같은데 여긴 정말 상위 10%를 제외하곤 좋게 말하면 삶을 느긋하게 즐기며 사는거고 나쁘게 보자면 나태하 사는거고.
    여기서 느꼈던 문화 충격이 여기선 웬만해선 뛰는 사람이 없어요. 운동하거나 도망가거나 뭐 그런 이유 이외에는요. 저 혼자만 이리저리 뛰어다녔더니 하이퍼한 사람으로 보더라구요.

  • 14. 저도
    '13.3.9 8:45 AM (69.117.xxx.101)

    저도 그거 완전 동감이에요. 심지어 아침에 월스트릿에서도 뛰는 사람이 아주 아주 아주 간혹있어요. 서울 광화문 출근길 생각하면...여기가 시간관념 철저하긴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늦을텐데 왜 안뛰는걸까...너무 궁금해요 ㅠㅠ

  • 15. 이분이
    '13.3.9 11:56 AM (116.34.xxx.6)

    발레로 성공하기에는 몸매가 안습이지요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 또는 이런것도 할수 있었어 라는 자기과시로 보여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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