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호전 국철에서 본 장면인데... 정말 어이없으면서 씁쓸한 광경이었습니다.
오후 4시 언저리라 전철에 사람이 많지 않았고, 모두 앉은 통로에 서 있는 사람 한 두 사람 정도? 한산했습니다.
어떤 젊은(으로 보이는) 남자가 엎드려 기어오고 있었습니다. 구걸하는 사람이었던 ...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저렇지 않을 텐데, 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그 사람의 움직임을 유심히 보았습니다.
너무나 멀쩡해 보이면서도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걸 알기에 섣불리 생각하진 말자 했지만,
그 사람의 온몸 움직임이 너무 보통 사람으로 보였고,
특히나 손이 너무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로 보였어요.
엎드려 기어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장애면 있을 수 없을 손이다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가 몹쓸 생각을 하는 것이겠거니 스스로 질책했었어요.
근데 엎드려 기어다닐 수 밖에 없는 사람의 운동화 바닥이 걸어다닌 사람의 운동화 바닥처럼 보였어요.
그래도, 누가 준 신발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스스로 몹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아... 부평역에서 열차가 섰습니다.
문이 열리자 문앞에 엎드려 기고 있던 그 사람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걸...어...서.... 내렸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굴도 빨개지지 않더군요) 그냥 걸어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서 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듯 서 있었습니다.
같은 열차에 타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황당해 했고,
청년 중 일부는 폭소를 터뜨리면서 그 남자를 흘깃거리더군요.
세상에... 어떻게 멀쩡한 젊은이가 바닥을 엎드려 기어 구걸할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라웠습니다.
(보기엔 멀쩡히 걸어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지병이 있을 거라는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그럼 엎드려 기는 시늉으로 정말 아파 구걸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까지 오인받게 하는 거니까요)
저 사람은 장애 가진 거 아닌 거 같은데...싶었을 때,
엎드려 기는 그 청년을 보며 젊은 나이에 저렇게 구걸하는 것도 용기일 수도 있겠다, 보통의 경우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일 테니...싶었었는데,
벌떡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걸어나가는 그 사람을 보니,
... 솔직한 표현을 차마 못 하겠네요...
그 광경을 목도한 순간을 잊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