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길을 걷다가 타인과 눈이 마주쳤을때.

수요장터 조회수 : 1,421
작성일 : 2013-03-06 20:38:07

 

수요일에는, 장터가 서는게 기억나서 좀 멀지만, 정갈한 봄볕햇살을 맞으며 걸어보고 싶어서 오후한시쯤에 집을 나섰어요.

긴그림자가 호젓하게 담벼락가에 길게 늘어진채로 저를 따라오는 모습을 보면서 나의 이십대에도 이렇게 아무도 없는 길가를 걸어온 적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참을 걸어갔어요.

그리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또 반대편으로 가로지른 또 하나의 횡단보도를 건너 마침내 그 장터에 다다랐어요.

이미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그 좁은 보도블럭은 가득했어요.

딸기,고구마, 피망, 호떡, 그리고 아이옷들. 턱없이 넓은 아주아주 큰 팬티들..

 

그렇게 좌판위에 놓인 여러 물건들을 보면서 지나가다가 갑자기 저만치서 오고있던 동네아줌마를 봤어요.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을 드리면,

우리아이와 옆자리에 앉은 짝꿍의 엄마였어요.

안면은 몇번 있는데, 친해질 기회도 없었고,, 그 엄마가 먼저 저를 발견하고 걸어오는데 아무 감정도 섞여있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과 눈빛이 너무 무섭기조차해서 제가 헉!했네요.

그분이나 저나, 40대로 접어들었는데 무표정한 아줌마들표정은 이리도 무서운거구나 하고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리고 어떤 친한 감정의 교류가 없는, 타인들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때는, 마지못해 하는 인사와 함께 서로 어깨도 부딪치지않고 스쳐지나가는 그 순간은 빛의 속도와도 같은 찰나라는 것도.

 

그런데 그날이 장터가 서는 날이라 그런건지,그렇게 안면만 아는 동네아줌마를 얼떨결에 보내고 얼마못가서 이번에는 다른 엄마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성당미사에서 자주 봤었어요.

엄마가 오래전에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셨을때에도 다른분들과 함께 문병도 오시기도 하셨어요.

그런데 이분은, 제가 성당에 나가기전의 일이니까 제가 이분에게 그리 맘을 많이 쓰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저도 성당을 나가면서부터 길에서 만나거나 마트에서 보면 그전과는 다르게 제 맘에 먼저 이분이 다가오는게 반가움이 물밀듯이 와서 제가 밝게 인사하면 제 미소가 마저 사그라지기도 전에 인사만 하고 외면하면서 가시더라구요.

 

그러니까 오늘은, 두타입의 타인을 만난거에요.

공통점은

1. 평소에 전화연락이나, 따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없다.

2. 평소에 생활하면서 굳이 마주치지않는한 생각나는 얼굴이 아니다.

다른점은

1. 한명은 길에서 만나도 반가운 맘이 들지않고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

2. 한명은 길에서 만나면 반가운 맘이 든다.

오늘의 두타입의 타인들은 또 공통점이 있는게 40대이고 둘다 똑같은 무표정으로 제가 알아보기전까지는 먼저 절 알아보고 멀리서부터 절 뚫어지게 바라보며 걸어오다가, 저와 눈이 마주칠때 억지로 웃어주고 급히 일별을 하는점.

 

그런데 전, 타인들의 시선들이 참 부담스러워요.

길을 걸어가다가도 절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들이 부담스럽고 심지어는 적개심도 들고.

점점 더 타인에게 말걸기가 부담스러워지기도 하네요.

특히 학창시절이나 20대와는 달리, 사십을 바라보는 서른아홉앞에서 맘을 나눈 친구도 한명도 없이 갑자기 밖에 나와 길을 걸을때 타인의 시선에 적개심섞인 궁금증을 품는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건가,싶기도 해요.

 

IP : 124.195.xxx.15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
    '13.3.6 8:58 PM (121.190.xxx.242)

    시선을 보면 저는 제 표정을 점검해요,
    저도 나이드니 저절로 살이 쳐지고 표정이 굳어져서
    일부러 표정을 관리하기전엔 뚱한 표정이예요.
    마음의 준비없이 아는 사람을 만나면 급 표정전환하기 어려워요.
    상대가 그런 표정을 짓는건 나에 대한 감정때문이 아니고
    그사람의 사정이나 성격인거죠.

  • 2. 다들
    '13.3.6 10:43 PM (221.139.xxx.10)

    세상살이가 편치 않은가봐요.
    생각이 얼굴에 다 드러나잖아요.
    저도 점점 표정이 어두워져가네요.
    그래도 아가들만 보면 활짝 웃게 된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5785 예전가요 제목 알수있을까요? 3 오래된가요 2013/03/30 928
235784 연애의 온도..볼만 했어요 6 ... 2013/03/30 2,572
235783 오래서있으면 허리가 넘아파요 5 ....ㅠ 2013/03/30 4,516
235782 시끄러워 죽겠어요 8 스트레스 .. 2013/03/30 2,584
235781 아이패드 업데이트 방법 아시는분 도와주세요~ 8 복잡해-_-.. 2013/03/30 2,273
235780 재래시장에 안 가시나요? 39 2013/03/30 4,323
235779 우리나라 성형이 유명하긴 2 ㄱ나 2013/03/30 1,131
235778 가수 조동진씨 아시는 분? 28 라디오 듣다.. 2013/03/30 2,669
235777 고 3 과외 수학 선생님 3 happy 2013/03/30 1,657
235776 부모는 나를 버렸는데 왜 나는 3 글쎄요 2013/03/30 1,928
235775 의외로 실속있는 직업 좀 알려주세요. 7 추천부탁드려.. 2013/03/30 4,817
235774 늙어보이는 남자인데 결혼할수 있을가요? 7 루카스 2013/03/30 2,624
235773 입 짧고 소화가 금방 되는 남편 정말 힘드네요. 37 ... 2013/03/30 4,468
235772 제가 마음을 뺏겼어요.. 3 휴우... 2013/03/30 1,973
235771 요쿠르트 먹고 속이 안 좋으신분도 있나요 5 가을 2013/03/30 983
235770 백화점에서 산 화장품 선물 받은거 영수증 없이 교환되나요? 7 ... 2013/03/30 8,289
235769 선을 봤는데..남자분이 냄새가 심하게 났어요... 31 ... 2013/03/30 15,936
235768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어느덧 7년이 되었어요 9 아버지 2013/03/30 2,205
235767 빨래 보통 몇분 정도 삶아요? 11 ... 2013/03/30 3,716
235766 소지섭씨 뭡니까? 17 .. 2013/03/30 17,811
235765 요즘 산에 갈때 등산복 기모 입나요? 6 .. 2013/03/30 1,450
235764 영작 쉽게 하는 방법 구글 2013/03/30 784
235763 오늘 날씨 너무 추워요 ㅠㅠ 3 ... 2013/03/30 1,852
235762 네이비 아우터에 어울리는 바지...? 2 ... 2013/03/30 1,403
235761 임플란트 시작했는데 맥주가 ᆢ 9 2013/03/30 2,4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