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709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9161 했네요 / 싸웠네요 / 먹었네요.. 이상한 표현 아닌가요? 알려.. 20 제가 이상한.. 2013/04/08 2,281
239160 화장지우는 화장품 좋은것 소개해 주세요 화장 2013/04/08 486
239159 더덕요리법 부탁드려요 3 감사해요 2013/04/08 1,333
239158 풀무원 오징어짜장 맛있어요 7 맛나요 2013/04/08 2,231
239157 낮시간 동안 뭐하시나요? 2 감사합니당 2013/04/08 1,188
239156 해커들의 모습이 이렇군요,,,,정말 흥미롭네요, 1 베뢰카 2013/04/08 1,476
239155 vja)개성공단 사실상 '사형선고'…피해액 6조원 이상 1 ,,, 2013/04/08 985
239154 헤나 염색 첨해보려합니다. 헤나구매처 2013/04/08 476
239153 여기 방독면 사용할줄 아는분 거의 없죠? 6 ... 2013/04/08 915
239152 뉴스보기가 너무 겁나요. 2 ㅜㅜㅜ 2013/04/08 1,120
239151 친정엄마 생신에 각각 음식 해가기로 했는데 저는 전종류 담당.... 12 알려주세요... 2013/04/08 2,461
239150 하체가 통통하면... 3 하비족 2013/04/08 1,404
239149 스마트폰 어플중에 놈다이어트 써보신분 어떠세요? 다이어트 2013/04/08 441
239148 혹시 브루노말리 가방 쓰시는분 계실까요 5 ㅇㅇ 2013/04/08 2,892
239147 ebs 남편 숨막히네요 3 2013/04/08 2,677
239146 다이어트 하시는분들...포기하지마세요! 10 힘내세요! 2013/04/08 3,914
239145 자유 시간이 있다면 멀 하고 싶으세요?? 3 아메아메리카.. 2013/04/08 687
239144 돈 좀 있으면 분당에 리모델링 아파트 하나 매입 하세요!! 18 ... 2013/04/08 5,119
239143 기차여행지 추천해 주세요 1 서울출발 2013/04/08 783
239142 늙었네 늙었어 ㅠㅠ 8 삼십대후반 2013/04/08 2,829
239141 집안에 말기암환자있는데 6 문상 2013/04/08 4,032
239140 아이가 수학여행을 안갈려해요 17 고딩엄마 2013/04/08 3,622
239139 요즘 아침 저녁으로 춥지 않나요? 7 ... 2013/04/08 1,446
239138 그래서 개성공단이 문닫았나요? 2 2013/04/08 1,135
239137 초5 맹장수술 했네요 11 도움이될까 2013/04/08 4,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