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687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6844 소변이 잘 안나오면 , 무슨 증상인가요? 5 소변 2013/03/06 2,958
226843 방송3사, ‘식물정부’, 청와대 책임 없다? 1 yjsdm 2013/03/06 582
226842 (질문)대학신입생인데 12 .. 2013/03/06 1,585
226841 혹시 중1교과서 작년이랑 올해 바꼈나요? 3 ...교과서.. 2013/03/06 932
226840 다른아이 귀찮게하는아이 hhh 2013/03/06 584
226839 아랫집 피아노소리 3 소음 2013/03/06 1,248
226838 문옥례 할머니 된장 어떤가요? 17 ... 2013/03/06 7,345
226837 (방사능) 3월7일 내일 서울시청-유쾌한 난장 2시- 6시 1 녹색 2013/03/06 752
226836 집간장 질문 좀 드려요.. 2 ... 2013/03/06 792
226835 네네치킨 치킨쿠폰 10개모아 시킬때 6 쥰세이 2013/03/06 2,080
226834 朴대통령 담화 후폭풍…여당 내부도 '부글부글' 8 세우실 2013/03/06 2,693
226833 고등학교1학년 수학고민 4 ... 2013/03/06 2,213
226832 질 좋은 미네랄 소금 어디서 구입해야 하나요? 4 토토 2013/03/06 1,211
226831 밥따로 물따로 하는데 조언좀 부탁드려요~! 11 궁금 2013/03/06 3,587
226830 진단평가본다는데 꿀맛닷컴 어느메뉴를 들어가야하나요? 1 중1 2013/03/06 1,071
226829 백화점에서 선글라스 싸게 건졌어요 ㅋ 4 대박 2013/03/06 2,717
226828 양파값이 금값이네요 3 어머머 2013/03/06 2,465
226827 하체비만은 무슨브랜드청바지가 어울릴까요! 5 아일럽초코 2013/03/06 4,875
226826 부자노인 최소한4만원받는데 극빈층못받는 이상한기초연금 집배원 2013/03/06 733
226825 된장 날로 먹기 10 된장 2013/03/06 2,173
226824 일본어 알려주세요~~^^ 1 ..... 2013/03/06 694
226823 뇌호흡~ 3 뇌~~ 2013/03/06 970
226822 이 노래 (옛팝송) 혹시 제목 아시는 분요... 2 어서 2013/03/06 1,013
226821 김종훈씨 미국으로 갔으면 다 끝난 거애요? 7 coverg.. 2013/03/06 2,087
226820 진단평가를 내일 보는데요 3 방글방글 2013/03/06 1,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