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724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5834 찰현미, 찰흑미, 찰보리 같은 찰 곡물 많이 먹으면 안좋나요? 1 궁금이 2013/05/23 1,729
255833 보정속옷 첨으로 입어보려는데 추천해주세요 5 ... 2013/05/23 1,919
255832 상추키워보려는데요 흙은 ? 2 s 2013/05/23 836
255831 “조세피난처 미공개 명단,이름만 대면 다아는 재벌기업 있다” 2 세우실 2013/05/23 1,261
255830 울금가루 어떻게 쓰나요? 3 ?? 2013/05/23 1,902
255829 경찰로 변신한 남규리 묘하게 어울리네요 기차니즘 2013/05/23 1,036
255828 미쳤어, 미쳤어... 구두가 뭐라고... 3 ... 2013/05/23 1,720
255827 아직 반팔 못입겠는데 더우세요? 17 뭐입으셨나요.. 2013/05/23 2,979
255826 어제 보니 카페에서도 시범 과외 하나보던데 괜찮을까요? 2 시범과외 받.. 2013/05/23 984
255825 물건 갖다주지도 않았으면서 배송완료시켜놓는 택배기사들 3 플페 2013/05/23 868
255824 강아지 키우시는 분들 질문있어요^^ 7 강아지 2013/05/23 1,134
255823 한겨레 기자들이 조국 교수에게 ‘발끈’한 이유 1 ... 2013/05/23 1,489
255822 교환학생과 어학연수. 2 해리포터 2013/05/23 1,189
255821 한반도의 모~든 것 손전등 2013/05/23 496
255820 요즘 감기 앓으신 분 증세가 어떤가요? 7 40대 중반.. 2013/05/23 1,437
255819 대전 사시는 분들 도움부탁드려요... 14 마이쪼 2013/05/23 1,533
255818 어깨가 넓어 슬픈여자 32 울고싶어라 2013/05/23 9,578
255817 노무현 대통령 4주기 추도식 생방 주소 2 보실분 2013/05/23 1,163
255816 사망진단서까지 변조한 CU의 검은 속내? 2 샬랄라 2013/05/23 892
255815 어떤 원피스가 시원할까요? 궁금 2013/05/23 506
255814 종아리 굵은 여자는 바지 길이를 어느 정도 하는게 좋을까요? 4 ?? 2013/05/23 1,749
255813 청소노동자 상대 거액 손배소 홍익대 2심도 패소 세우실 2013/05/23 521
255812 자궁근종 수술... 대학병원이 나을까요 개인병원이 나을까요? 11 고민 2013/05/23 27,490
255811 유부남 만나는 친구..... 27 뚜비맘 2013/05/23 16,311
255810 구월령...이남자 노래도 잘하네요 3 홍홍홍 2013/05/23 1,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