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684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3109 알로에 발랐더니 좋아요. 에어쿠션 어떤가요? 3 화장 2013/03/23 2,545
233108 커피와 매실액의 부조화 5 꿈꾸는 별 2013/03/23 2,686
233107 소다끓인물 어디 재활용할까요? 13 냄비세척 2013/03/23 1,896
233106 연예인들은 슈퍼맨인가보다 6 우와 2013/03/23 2,290
233105 쑥떡 만들때 쑥과 쌀의 비율 좀 알려주세요. 2 쑥설기 2013/03/23 5,270
233104 시골택시 카드 결제해도 되나요? 2 카드 2013/03/23 922
233103 초등생 아침 뭐 주세요? 16 초등생 2013/03/23 4,662
233102 민주 원세훈 출국 후안무치, 이정희 검찰에 출금신청 19 우리는 2013/03/23 1,717
233101 중3인데 고등학교 수학은 학원 안 다니고 안 될까요? 13 수학 2013/03/23 3,493
233100 꼭 읽으세요~~피싱(스미싱) 신고 후에 조심할 점입니다. 2 2013/03/23 3,219
233099 펌)두산가 4세 박용오 전 회장 차남 사기혐의 피소 3 ,,, 2013/03/23 1,932
233098 머리 스타일에 참견해요.... 7 남편이 자꾸.. 2013/03/23 1,640
233097 아이오페에어쿠션케이스없나요? 1 minrh 2013/03/23 2,088
233096 돼지 등뼈국 들어보셨어요? 6 박씨국밥 2013/03/23 3,796
233095 일본에사는 친구랑... 7 알려주세요 2013/03/23 1,534
233094 연세대 오줌남 보셨어요?-.- 25 이를워째 2013/03/23 13,715
233093 푸들이름.. 13 ... 2013/03/23 1,580
233092 배추 겉절이할때요 식신 2013/03/23 762
233091 눈이 약해 선크림 작열감을 느끼시는 분들께 강추해요 6 선크림 신세.. 2013/03/23 2,673
233090 남편과 아버지 비누 2013/03/23 640
233089 야마하 tsx-130 사용하시는분들....도와주세요 3 딸기파이 2013/03/23 750
233088 보험에 관해 여쭈어요. 10 보험 2013/03/23 714
233087 이 아웃도어의 정체는 뭔가요? 4 초보 2013/03/23 1,837
233086 이 구두 어떻게 할까요? ㅠ.ㅠ 7 고민 2013/03/23 1,442
233085 비트 넣고 하신다는 해독쥬스에서요, 질문이요! 2 굽신 굽신 2013/03/23 1,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