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674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6499 공부할때 책내용이 사진 찍은듯이 기억된적.. 13 암기법? 2013/03/06 3,294
226498 학부모회 사업 2 도움 2013/03/06 783
226497 고등학생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동아리가 뭐가 있을까요. 2 .. 2013/03/06 904
226496 나에게 시댁이란... 3 한마디로 정.. 2013/03/06 2,326
226495 평창 무이밸리 가보신분, 주변 먹거리 볼거리 좀 알려주세요. 1 갤러 2013/03/06 554
226494 (인테리어 고민)비용을 덜들이면서 다 맡기지않고 하는방법이 뭐있.. d 2013/03/06 492
226493 용인에 사시는분 ~~ 8 며느리 2013/03/06 1,426
226492 글 삭제할께요 46 속좁아도 좋.. 2013/03/06 9,456
226491 돈 관련해서 남편이 갑자기 치사스럽고 개념없는 제안(?)을 했어.. 14 이뭐꼬 2013/03/06 4,730
226490 상품권 2 상품권 2013/03/06 427
226489 혈관 전문 병원 잘 하는 곳 아시는 분 1 웃자 2013/03/06 1,678
226488 연두를 선물 받았는데.. 4 맛난 요리 2013/03/06 2,088
226487 '삼각 파도' 맞은 박근혜 정부 6 세우실 2013/03/06 1,557
226486 아들 교복 안주머니에서 콘돔 발견한 엄마.swf 가키가키 2013/03/06 2,271
226485 초등 1학년, 하교시간과 방과후 사이 공백시간이 있어요 6 이런 2013/03/06 3,755
226484 지도표 재래식 성경김 파는곳. 6 성경김 2013/03/06 1,684
226483 출산 때 남편 동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16 사람마다달라.. 2013/03/06 2,613
226482 영국 왕세자빈 미들턴 꽤나 예쁘네요 14 2013/03/06 5,522
226481 카드바보 같아요. 작년에 1500정도 썼는데.. 혜택본게 거의 .. 2 바보 2013/03/06 2,312
226480 뒤늦게 찬란한 유산 보고있는데 환이 정말 맘에 안드네요 3 정원사 2013/03/06 1,032
226479 기러기 강요하는 아내는 진짜 개념이 없는거 같아요 69 .. 2013/03/06 15,342
226478 아기가 너무 귀여워요 9 그냥 2013/03/06 2,503
226477 진단평가는 전학년것으로 보나요?? 5 진단평가 2013/03/06 1,235
226476 비싼 스키니진은 정말 다른거요? 18 남다른 2013/03/06 4,815
226475 로얄알버트 찻잔 금박테두리마감 원래 엉성한가요? 13 ... 2013/03/06 4,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