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2편 올려봐요. 너무 우울할래나요?

우울한 삶 조회수 : 649
작성일 : 2013-03-06 11:08:11

마종기 시  - 익숙지 않다 -

 

그렇다.  나는 아직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익숙지 않다.

강물은 여전히 우리를 위해

눈빛을 열고 매일 밝힌다지만

시들어가는 날은 고개 숙인 채

길 잃고 헤매기만 하느니,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쌂인지,

따뜻한 삶이란 무슨 뜻인지,

나는 모두 익숙지 않다.

죽어가는 친구의 울음도

전혀 익숙지 않다

친구의 재 가루를 뿌리는 침몰하는 내 육신의 아픔도,

눈물도, 외진 곳의 이명도

익숙지 않다.

어느 빈 땅에 벗고 나서야

세상의 만사가 환히 보이고

웃고 포기하는 일이 편안해질까.

 

 

다음은 다들 잘 아시는 문태준 님의 유명한 시 "가재미"예요.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복사해왔더니 글씨체가 달라졌네요.

 

나이가 들어가니 사는 일이 왜 이리 캄캄해지는 걸까요?

한치 앞을 알지 못하고 헤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들을 읽고 있으면 가만히 눈물이 나요.

 

IP : 211.51.xxx.9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3.3.6 11:11 AM (211.51.xxx.98)

    오타가 있네요.

    '가난한 마음이란 어떤 '삶'인지' (쌂이 아니고 '삶'이예요.)

  • 2. 세상사
    '13.3.6 11:25 AM (203.226.xxx.158)

    익숙하지않아 살아야될 이유도있고
    내일을 알수없기에 막연한 꿈도
    꿀수있는것같아요
    사는것 별거 아니라며 훌훌 털어버리고
    그릇에 가득 채워진 욕심도 비워내며
    사는것이 그립네요

  • 3. ..
    '13.3.6 11:39 AM (210.180.xxx.2)

    감사합니다.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53148 찐양배추쌈과 멸치 고추장에 찍어 먹는 메뉴를 자주 먹는데... 3 자취생 식단.. 2013/05/19 1,701
253147 보험 좀 봐주세요 3 바다짱 2013/05/19 451
253146 통신비, 전기요금 카드결제 가능한가요? 1 혻시 2013/05/19 1,356
253145 23일에 봉하마을 가는 기차 아직 가능한가요? 5 아줌마 2013/05/19 844
253144 김한길이 그럴줄 모르고 왔겠습니까 12 ... 2013/05/19 3,266
253143 암웨이레몬가루 3 암웨이 2013/05/19 5,124
253142 피부과 여드름 관리 회복 속도요..넘 스트레스에요 ㅠㅠ 5 우울 2013/05/19 3,075
253141 식탐남편 미워요 21 식탐 2013/05/19 5,712
253140 한식이 건강식이다 아니다?? 37 ........ 2013/05/19 4,311
253139 백년의 유산 아기 둘이던데? 4 2013/05/19 4,649
253138 생리날짜 앞당길수 있는방법? 4 외국여행 2013/05/19 2,038
253137 러버메이드 청소걸래 써보신분 만족하세요? 7 청소걸래 2013/05/19 2,709
253136 홈플러스 좀 이상해요. 6 이상해요 2013/05/19 2,104
253135 한달에 한번 꼴로 폭식하는 습관...왜 이러는 걸까요? 6 게자니 2013/05/19 2,533
253134 3일 연휴인데,, 집에만 있었어요^^ 2 아기엄마 2013/05/19 1,560
253133 오늘 추모콘서트 사회보신 여자분 누구신가요? 7 오월 2013/05/19 2,374
253132 김장때 속남은것으로 김치 담았는데.... 4 ~~ 2013/05/19 2,650
253131 지금 닥터후 보는데 여주인공들이 ㅠㅠ 11 주연급미모?.. 2013/05/19 2,276
253130 면죄부인가요 개콘.. 티아라에 이어 닉쿤.. 6 ... 2013/05/19 2,392
253129 이런경우 시댁에 눈치봐야 할까요? 8 오이 2013/05/19 2,612
253128 순천 국제 정원 박람회 아기랑 갈만한가요? 5 2013/05/19 1,433
253127 치과as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1 치과 2013/05/19 1,595
253126 오늘 서울광장 인파폭발!!! 8 참맛 2013/05/19 3,042
253125 퍼들점퍼 or 암링 or 투브.. 뭐가 실용적인가요? 1 흠.. 2013/05/19 1,941
253124 이 사람 저를 좋아하는 걸까요? 13 헷갈려 2013/05/19 3,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