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계 은퇴 후, 유시민 인터뷰 기사

지식소매상 조회수 : 2,784
작성일 : 2013-03-05 11:20:26

http://ch.yes24.com/Article/View/21582?y_contents=%EC%B1%84%EB%84%90%EC%98%88...

 

[어떻게 살 것인가] 책 내용도 간추려 있고, 정계 은퇴에 대한 소회나 근황도 읽을 수 있네요.

한켠 서운하고 염려스럽던 게 안심이 됩니다.

사진의 얼굴도 편안해 보이네요.

유시민 부인도 걱정 없는 소년 같다 했다 하는 것 보면 더욱요.

 

 

창피한 일이지만 쉰다섯이 돼서야 내 삶의 원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물론 이전에도 조금씩 생각은 했지만 차원이 달랐다. 과거에는 항상 그때 그때 이 일을 해야겠다, 해야 한다는 느낌에 의존해서 살았기 때문에 한번도 ‘이렇게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을 깊게 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할 수 없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참을 수 없다’라는 생각으로 움직인 일이 많았다. 교과서에 보면 ‘나답게 살자’라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나는 그런 소망을 가지긴 했지만 이 원칙을 갖고 내 삶을 바꿔 나가야겠다라는 의지가 없었다. 정치가 힘드니까 회의도 있고 했지만, 책임도 있고 여러 가지 문제도 있으니까 ‘해나가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하는 생각이 있었다. 사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고 정권도 내가 원하는 대로 서고 그런 상태에서 그만뒀으면 책임은 훨씬 가벼웠을 거다. 같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 그런 문제들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건 내 인생이지 않나.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건데 ‘내 인생이 중요하니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낸 책에서 정치를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일’이라고 쓴 적이 있다. 정치로 성공해서 성인의 고귀함을 이루는 데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다면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에서였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분이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나 장준하 선생처럼, 정치로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성인의 고귀함을 남긴 분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그래야 한다거나, 한 번 정치에 몸담은 이상 끝까지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p.194)


원래 정치 그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 정치에 뛰어든 것이 아니었던가.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면 정치가 중요하다. 그러나 정치 ‘아래’와 정치 ‘너머’의 변화가 없다면 정치도 더는 바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직업정치를 떠나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눈앞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먹구름이 걷혔다. 해방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은 건, ‘내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다. 모든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남을 위해서 봉사를 하든 공적인 자리에 있든지 ‘이 것이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인가, 의미 있는 일인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삶은 여러 가지고 사람마다 다른 삶이 있고, 어떤 삶이 다른 사람의 삶보다 훌륭하다는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삶의 훌륭함은 ‘그 삶을 대하는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내가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면, 그 일 말고 정말 내가 기쁨을 느끼고 의미를 느끼는 활동을 하는 쪽으로 조금씩 내 삶을 바꿔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다.

세상과 민중에 대한 추상적 사랑보다는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몸으로 껴안는 실체적인 사랑을 더 많이 나누고 싶다. 놀고 싶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배우고 싶다. 북한산 둘레길을 걷고, 추자도에서 감성돔을 낚고, 남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주말 저녁 축구장과 야구장에서 소리를 지르고 싶다. 내면에서 솟아나는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면서 살고 싶다. 사실 누가 그걸 하지 못하게 막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할 수 없도록 내 스스로를 가두어버려서 그렇게 되었다. 나는 또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더 넓게 연대하면서 살고 싶다. 사명감과 의무감에 이끌려서가 아니라 내가 기꺼이 하고 싶고 내가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하고 싶다. (p.63)


IP : 221.140.xxx.1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러나 남은 정치는
    '13.3.5 11:24 AM (203.247.xxx.210)

    인간의 고귀함을 감수하면서 야수의 탐욕과 싸워 짐승의 비천함을 이루...고 있

  • 2. ㅈㅈㅈ
    '13.3.5 11:27 AM (114.201.xxx.75)

    저도 한 반을 읽고 있는데,,,,젊은 시절을 독재정부에 항거하다 자기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뭘할때 제일 즐거워하는지 찾지도 못하고 그런시절을 보내셨더라구요. 그러면서 자기가 잘하고 즐거워하는일을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하는 크라잉넛을 제일 부러워하신다는......참 먹먹하네요.

  • 3. 알맹이는
    '13.3.5 11:33 AM (211.194.xxx.188)

    쫓겨나가고 쓰레기들은 계속 투입되고......

  • 4.
    '13.3.5 11:40 AM (221.140.xxx.12)

    저는 유시민이 인용한 "이론은 모두 회색이다. 저 푸르른 것은 영원한 생명 뿐이다"는 파우스트의 글귀가 새삼 인상적이에요. 복잡한 실뭉탱이같은 심경을 단칼에 잘라내는 듯한. 희망과 허무가 동시에 배어있기도 하고.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면모가 다시 엿보이기도 하고요. 많이 복닥였겠지요. 좀 편안하기를요.

  • 5. 은퇴
    '13.3.5 11:51 AM (218.51.xxx.220)

    유시민씨는 뛰어난작가 인것같아요
    원래 정치가가 되고싶진않았는데
    노무현을 위해 뛰어든걸로 알아요
    본인을위해 잘한결정인듯도합니다

  • 6. 정치인하기엔
    '13.3.5 11:58 AM (14.52.xxx.110)

    너무 바른분이예요. 이 정도 국민에 대해 고민하고 사색하는 분들이 정치한다면 이 나라가 이꼴은
    아닐텐데...저도 정치인 유시민보단 글잘쓰는 지식소매상인 유시민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7. 길을묻다
    '13.3.5 12:17 PM (218.38.xxx.46)

    이번 책 정말 좋더라구요. 그동안 유시민 개인에 대한 얘기들은 많이 없었는데
    살짝 그의 개인사를 엿보는 것같아서 뭔가 새롭고 짠했어요.
    소설책을 쓰셔도 대박 작품 나올 것같은데...
    유시민님 막둥이가 꼭 축구평론가로 이름 떨치길 개인적으로 바래봅니다 ㅎㅎ
    (책을 읽으신 분들만 아시겠죠? ^^)

  • 8. 저도
    '13.3.5 12:18 PM (203.226.xxx.238)

    정치보다는 학자, 지식인 이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한국 더러운 정치보복도 두렵구요
    무슨일을 하시든지 응원할 준비 되어있어요
    좋은 사람들 더이상 잃고싶지 않네요

  • 9. 모서리
    '13.3.5 12:47 PM (112.153.xxx.176)

    지금 읽고 있어요. 정치에 관심없는 분이라도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제 삶에 대해 다시 하게 되네요.

  • 10. aa
    '13.3.5 1:08 PM (116.34.xxx.26)

    저두 아껴아껴 읽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분들이 더 많이 국회에 들어가셔야 하는데 윗님 말씀처럼 알맹이는 자꾸 빠지고 쓰레기들로만 가득차고 있네요.
    그러나 어쩌겠어요? 국민들이 쓰레기를 원하는것을요ㅠㅠ
    제발 국민들 정치인들 욕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자기들이 뽑아놓은 쓰레기들 보고 욕하는건 넘 우습습니다.

  • 11. 독일 같으면 아마
    '13.3.5 1:14 PM (49.176.xxx.13)

    저런 분이 수상이 됐을 겁니다.

    수상이 못돼도
    여러 부처 장관을 하면서
    욕망보다는 더 옳은 일을 위해 일하고
    사람은 그렇게 살고 그런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모범을 오래 보여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재수없게도 한국인으로 태어나신지라
    하야해서 백수가 되셨군요.

    그게 한국의 수준입니다.

  • 12. ...
    '13.3.5 4:35 PM (58.234.xxx.69)

    박그네를 대통으로 만들어준건 2004년 아리조나주 선거에서 쓰였던 개표조작 컴퓨터프로그램입니다.
    이 나라 국민이 아니예요.

  • 13. 수성좌파
    '13.3.5 5:12 PM (121.151.xxx.240)

    썩은내나는 정치판에서 너무 견디기 힘들었을거 같아요
    정치라는 게 간 쓸개 빼놓고 해야되는 장사치하고 뭐가 다른가요?
    더러운 정치꾼이 아니라서 더 자괴감에 빠졌을거 같아서 그게 마음이 아프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46785 세탁기와 식기세척기 4 게으른주부 2013/04/28 1,152
246784 진짜사나이라는 프로 보시나요? 17 mbc 2013/04/28 3,886
246783 ‘안철수 신당’ 창당하면 지지율 1위 21 블루 2013/04/28 1,531
246782 탈모 치료법 좀 알려주세요. 6 치료 2013/04/28 1,986
246781 1박 2일 바뀌고 더 알차고 재밌어졌네요 5 ㅇㅇ 2013/04/28 2,662
246780 일관계로 싫은 사람들과 모임을 해야 할 때. 8 레기나 2013/04/28 1,553
246779 써보신분 3 부자인나 2013/04/28 675
246778 제주여해 혼자 가는거 괜찮을까요? 7 띵가민서 2013/04/28 1,595
246777 많이 타시는분 5학년 여아에게 이 자전거 괜찮을까요 6 자전거 2013/04/28 874
246776 일산 코스트코 가입 을밀 2013/04/28 797
246775 라면 이렇게 먹으면... 9 2013/04/28 2,364
246774 분당 용인 출퇴근 어떤가요? 5 용인 2013/04/28 1,668
246773 광주 라마다호텔에서 2박이면.... 4 광주.. 2013/04/28 1,320
246772 보이스 코리아 2 보시는 분 10 누구 응원하.. 2013/04/28 1,367
246771 선물은 무조건 캐쉬로 달라는 시어머니 24 2013/04/28 4,117
246770 양재 코스트코에 스텝2 주방놀이 파나요? 4 유리랑 2013/04/28 1,690
246769 참을 인자 100번 새겨보네요 ㅠㅠ 1 커텐만들다가.. 2013/04/28 883
246768 로이킴 노래제목좀 알려주세요 3 궁금해요 2013/04/28 966
246767 제주여행..모닝으로 가능하나요? 5 제주 2013/04/28 1,836
246766 동아리에서 만난 남자를 짝사랑 했습니다. 8 짝사랑 2013/04/28 3,453
246765 EM 샴푸 이름이요. 2 루루 2013/04/28 1,381
246764 노트북에 뜨거운 커피를 쏟았어요ㅠㅠ 10 컴고수님 계.. 2013/04/28 2,798
246763 아웅 생일 선물 받은거 자랑자랑...... 3 happy 2013/04/28 965
246762 남편없이 애둘과 주말보내기 11 힘들다 2013/04/28 3,334
246761 보일러 모델중. 가스 2013/04/28 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