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제 세 돌 되는 아이를 가진 직장인 엄마입니다.
아이는 출근하면서 공립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오후에는 4시-7시까지 육아 도우미 할머니께서 봐주고 계십니다.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서 구인광고를 올렸는데, 우연히도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 윗층에 사는 할머니께서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하셔서, 바로 채용을 했습니다. 이제 1년 2개월 정도 되었고, 아이는 무난하게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하시는 일은, 하원 버스가 없는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데려오시고, 집에 와서 놀다가 밥을 차려주시는 일입니다.
할머니가 운전을 안하시고, 어린이집이 정류장에서도 멀어서, 처음에는 택시를 이용하시라고 하고, 한시간 요금을 추가로 더 드리고 있습니다.
저는 보통 6시 반경에 퇴근을 하는데, 이보다 일이 일찍 끝나서 들어가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때, 할머니가 쇼파에서 아이와 티비를 보고 계시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처음 일을 부탁할 때, 티비는 보여주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 할머니는 "3시간이면 볼 시간도 없겠네"하면서 얼버무리셨습니다.
그래도 저는, 보고 있는 것이 EBS에서 하는 만화였고, 뭐 아이 키우면서 저도 힘들거나 할때 티비를 틀어주는 일이 있으니, 별말 안하고 넘어갔습니다. 할머니가 처음부터 인상이 아주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요령이 좋은, 아이를 잘 다루는 정도의 웬만한 분인 것 같았습니다. 아이한테 가끔 "오늘도 티비 봤어?"하면, "안봤다"고 하는 날이 더 많기도 했구요. 뭐하고 놀았냐고 물어보면 읽은 책 얘기도 해주고, 놀이한 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집에 들어오면 거실에 장난감 늘어놓고 놀고 있는 것으로 봐서, 하원 후 티비를 조금 보고, 저녁을 먹고, 놀이를 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린이집 방학으로 하루 종일 부탁하게 된 날이 하루 있었는데, 그 이후에 아이가 그날 티비 본 얘기를 줄줄이 하는데, 아무래도 하루종일 보여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이가 세돌 치고 말을 좀 정확하게 잘하는 편인데,
"할머니랑 무한도전 봤어" (엄마가 좋아하는 프로라 알아요 ㅠ), "할머니가 뉴스 봤는데, 어떤 아기가 죽었대" 등등 줄줄이 얘기를 하더라구요.
그 다음 대화는...
"할머니 뉴스 보셨어? - "할머니 맨날 뉴스 봐",
"뉴스만 보시고 티비 끄셔, 아니면 계속 틀어놓으셔?" - "계속 켜놔"
이랬습니다. ㅠ
물론, 세 돌 아이의 말을 그대로 다 받아들일 수는 없겠지만, 하루종일 보시면서 티비를 많이 틀어놓으신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화도 나고, 아무래도 다른 분을 구해야할 것 같아서, 다시 지역사이트에 구인광고도 올리고 면접도 봤습니다. 그리고 그 중, 좀더 젊고 괜찮은 분도 있었구요.
그런데, 결정을 하려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좀 있네요.
사실상 지금은 티비 보이는 것만 문제로 보이는데, 보여주지 말라고 정확히 얘기를 다시 하거나, 티비를 없애거나, 하는 방법을 먼저 써야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아이가 성격이 원만해서 새로운 사람에게도 적응은 하겠지만, 그리고 젊은 아줌마가 오니 확실히 좋아하시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바뀌는 것이 좋은 영향은 아닐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또 하나, 제가 면접본 사람 중 확실히 지금 할머니보다는 인상이 좋은 분이 있기는 한데, 중학생 딸 2명을 둔 엄마더라구요. 저는 가끔 갑작스레 야근도 하고 하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한가한, 아이를 다 키워둔 분이 아니면, 중간에 힘들어서 그만두실까봐도 걱정이 되더라구요. 물론 면접때 얘기도 했고, 본인은 관계없다고 하셨지만, 한창 크는 나이 애들 둔 엄마라, 왠지 장기적이 되지 못할까봐 지레 걱정이 됩니다. 즉, 지금 할머니와 안정되어 있는 시스템이 한번 크게 뒤흔들리는 것도 걱정이고, 그 이후에 바뀐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지속되리라는 보장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걱정인 것이죠.
아이 맡겨보신 선배 엄마님들의 조언, 부탁드립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