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에서 성형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
이코노미스트지 지난 1월 마지막 주 호에 한국 관련 기사가 실렸다. 한국이 인구 수 대비 성형수술을 가장 많이 나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국제성형의학회(ISAPS)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은 인구 1000명당 13.5건 정도의 성형수술이 이뤄져, 인구 수 대비 성형수술 비율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에선 2011년 기준 약 65만 건의 성형수술이 시술됐다. 여기엔 한 명이 여러 번 시술을 받은 경우도 포함됐다. 그리스가 인구 1000명당 12.5건, 이탈리아 11.6건, 미국 9.9건으로 각각 2, 3, 4위를 차지했고, 콜롬비아 대만 일본 브라질 프랑스 등이 뒤를 이었다.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미녀를 배출하는 나라로 꼽히는 베네수엘라는 15위를 차지했고, 아랍권에선 사우디아라비아가 18위로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절개 시술 중 가장 인기 있는 시술은 지방흡입(19.9%)이었다. 다음은 가슴확대(18.9%)였고, 한-중-일을 포함해 아시아에선 코를 높이는 수술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한국은 피부-제모 시술이 제일 많았으며 지방흡입, 얼굴 관련 시술이 뒤를 이었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교통사고 사망률, 자살률 등 바람직하지 않은 항목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인구대비 성형수술 비율에서 전 세계 1위를 한 것이다.
하긴 어쩌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닐지 모르겠다. 아이들 고교 졸업 시즌이 되면, 재수생 모집 학원 광고와 더불어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것이 성형 수술 광고이고, 지하철 객차마다 ‘before & after’가 보란 듯이 걸려 있으니 말이다. 노래 실력에 비해 어린 나이에 너무 과분한 관심과 재물을 얻고 있는 아이돌들 중에는 ‘성형돌’을 세일링 포인트로 내세운 사내 아이까지 있는 나라가 아니던가. 토크쇼 고정 멤버로 출연중인 연예인이 잠깐 안 보이다 다시 나온다 싶으면 전부 보톡스, 무슨 무슨 주사로 제대로 웃지도 못하는 지경이다.
성형 부끄러워하지 않는 나라, 한궄여성이 주도
놀라운 것은 그걸 대놓고 이야기하는 데다가, 당사자 아무도 그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날개 잃은 천사’로 한 세대를 풍미한 남녀 혼성 그룹 룰라 출신의 김지현이 얼마 전 한 토크쇼 프로그램에 나온 걸 보니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사람 눈은 다 비슷한 지라 진행자들도 “누구세요?”를 연발했고, 당사자는 한술 더 떠 “아침에 거울 보면 (딴 사람인 줄 알고) 나도 깜짝 놀란다”라고 깔깔거리며 말했다. 김지현의 꼬리표인 ‘백치미’로 커버하기에도 벅차 보이는 장면이었다.
또 다른 토크쇼 프로그램에 나온 기상캐스터 출신의 박지은의 이야기도 황당하다. 성형수술한 사람과 마주하면 상대의 수술 부위를 자신의 통증으로 느낀다는 한 무속인이 케이블 프로그램에 나왔단다. 박지은도 아연 긴장하고 있는데, 아나운서 6명과 마주앉는 그 무속인은 온 전신이 너무 아파 데굴데굴 구르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들에겐 중독에 가까운 잇단 성형수술로 이쁜 얼굴을 망가뜨린 노현희나 당초 풋풋함을 완전히 상실한 ‘TTL’임은경, 걸그룹 동료 성유리를 닮으려다 본래의 얼굴을 잃어버린 이진 등의 케이스가 눈에 밟히지도 않는 듯하다. 일반인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쌍꺼풀은 이미 성형 축에도 못 끼게 된지 오래고, 코를 높이고 눈 양 옆을 찢다 못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양악 수술도 한국여성들은 가리지 않고 감행한다.
신조어 만들어내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작품 중 압권은 아마도 ‘베이글녀’일 것이다. “베이비 페이스(baby face)에 몸매는 글래머(glamour)”라는 이 기막힌 신조어는 대체 5000년 우리 역사의 어느 시대, 어느 부문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겠는가? 인종 체질상 굴곡이 확실한 서양 미인의 기준에, 적어도 포르노그라피에 관한 한 변태 천국인 일본 문화가 기묘하게 결합한 형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멀쩡한 몸을 갈라 인공물을 넣은 주제에 그걸 보란 듯 드러내 보이는 한국여성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걸까.
성형 돌풍은 젊은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갑을 넘긴 이효춘은 얼마나 얼굴을 잡아당겼는지 30대 초반 마냥 피부가 탱탱하고, 50을 넘긴 정애리도 화면상 피부로는 20대가 안 부럽다. 만 51세가 된 최수종은 얼굴에 무슨 짓을 했는지 도저히 사극 주인공으로 봐주기엔 속이 거북할 정도다. 대체 왜들 이러는가.
부작용은 한둘이 아니다. 최근엔 탤런트 박시연, 현영, 이승연이 프로포폴(propofol) 불법 투약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강남 일대 병원을 돌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씩 프로포폴 주사를 맞았다는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내가 카복시(이산화탄소를 복부-허벅지-엉덩이 등 지방층에 주입해 비만을 해소하는 지방 성형 주사) 중독일 수는 있어도 프로포폴 중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일반 젊은 여자들 중에는 성형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몸을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의대에서 벌이가 좋은 성형외과, 피부과가 최고 선호 전공이 된지도 오래다. 젊고 유능한 두뇌가 과학-기술계로 몰려도 나라의 앞날이 불안할 판인데, 멀쩡한 몸에 칼 대고 돈을 긁어모으는 데 혈안이 되어있다니 이 무슨 망조가 든 나라란 말인가.
공자는 ‘효경’에서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 (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몸을 세워 도를 행하고 후세에 이름을 날림으로써 부모를 드러내는 것이 효의 끝이다”라고 말했다.
1950년대 할리우드를 풍미한 캐서린 헵번(Katharine Hepburn - 1907~2003)은 결코 미인이라 부를 수 없는 용모였다. “예쁜 여자보다 안 예쁜 여자가 남자에 대해서는 더 많이 안다”라는 어록도 남겼다. 그러나 영화팬들은 그녀를 역대 가장 아름다운 할리우드 여배우의 하나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거의 남성적인 강인한 독립심, 뉴잉글랜드 상류층 성장기에 받은 훌륭한 교육 등에서 연유한 자신감과 지성이었다.
‘로마의 휴일’ 하나로 은막의 스타가 된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 1929~1993)은 자타가 공인하는 ‘납작 가슴’이었지만, 작은 가슴 사이즈가 그녀의 스타성에 흠집을 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유니세프 친선대사로서 수단 에디오피아 방글라데시 소말리아 등 50여 곳을 돌며 굶주리고 병든 아이들을 돌보던 그녀의 모습은 세계인의 가슴에 영원히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녀가 보톡스에 주름 시술, 입술 지방 흡입의 중년을 보냈다고 상상해 보라.
혹시 미남 배우의 대명사 로버트 레드포드 근황 사진을 보신 적이 있는지. 여전히 선댄스영화제를 위해 동분서주 뛰고 있는 그는 주름과 검버섯 투성의 얼굴이지만, 평생 한 길을 걸어온 77세 남성의 경륜과 노련함은 바로 그 얼굴에서 풍겨나오는 것이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성형은 부끄러운 것임을 알라. 요즘 TV에 나오는 여배우들, 심지어 남자 연예인들조차 다 같은 병원에서 수술을 받는지 그 얼굴이 그 얼굴일 정도로 구분이 가지 않는다. 왜 비싼 돈과 시간과 고통을 감내하며 ‘무(無)개성’의 나락으로 떨어지려 하는가?
달라지고 싶어서 성형을 한다고? 자신의 과거와 단절되고 싶다면 머리 깎고 스님이 되든가, 신학교육을 받아 속세를 떠나라. ‘세속의 끈’을 끊을 수는 없다고? 속간(俗間)을 뜰 처지가 안 된다면, 그러면서도 이전의 인생과 결별하고 싶다면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라. 고아원, 양로원을 찾아 당신의 작은 마음 하나에도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그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보내라. 그러면 당신의 인생이 분명 바뀐다. 이는 내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다. 장담한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 모습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게 될 것이다. 성형 같은 거 하지 말라. 이미 성형을 했다면 제발 한쪽 구석에서 부끄럽게 반성하라.
본디 사람의 얼굴은 가만히 뜯어보면 모두 특유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음을 알라. 찬찬히 거울을 들여다 보시라. 거기 한 인간의 자존(自尊)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