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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나 읽어 보세요.

신둥이 조회수 : 1,259
작성일 : 2013-03-01 00:31:17

봄인가요?

일년중 이맘때는 꼭 밤눈 오는 상상을 해요.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IP : 14.54.xxx.12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한요즘
    '13.3.1 12:36 AM (180.229.xxx.165)

    아~ 너무좋네요 감사해요~

  • 2. 비가 오는데
    '13.3.1 12:40 AM (121.142.xxx.199)

    마음이 따스해져와요.
    모든 걸 버리면서도
    희망이 생기게 하는군요.

    고맙습니다.

  • 3. 나들이
    '13.3.1 12:44 AM (115.143.xxx.88)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고맙습니다.

  • 4.
    '13.3.1 12:49 AM (125.181.xxx.42)

    좋습니다*^^*

  • 5.
    '13.3.1 12:58 AM (116.123.xxx.30)

    너무 좋아요
    알퐁스도데의 별만큼이나 마음에 그림 한폭이 그려지네요

  • 6. 신둥이
    '13.3.1 1:12 AM (14.54.xxx.127)

    말 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꼭 나쁜거는 아니죠?!!

    이 시인은 역사에 지평을 여는 역 이라고...

  • 7. 아~
    '13.3.1 3:29 AM (112.187.xxx.122)

    82가 없었다면 --
    너무 외로웠을겁니다.

  • 8. ㅎㅎ
    '13.3.1 6:43 AM (128.134.xxx.90)

    학교다닐때 선배오빠들의 로망이었던 시네요.
    국어를 전공하던 선배들이라..
    오랜만에 정독하고 갑니다.

  • 9. 우체부
    '13.3.1 9:34 AM (124.52.xxx.37)

    제가 넘 좋아하는 시라 로그인 했어요

    사평역에서라는 소설도 읽어보세요

    눈오는밤의 역의 풍경을 저리 서정적으로 표현할수가

  • 10. 미소
    '13.3.1 10:58 AM (58.122.xxx.158)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예뻐해주셨던 국어샘이 들려주신 사평역에서***

    그 시절로 잠시 회귀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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