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시, 하나 읽어 보세요.

신둥이 조회수 : 1,208
작성일 : 2013-03-01 00:31:17

봄인가요?

일년중 이맘때는 꼭 밤눈 오는 상상을 해요.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IP : 14.54.xxx.127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행복한요즘
    '13.3.1 12:36 AM (180.229.xxx.165)

    아~ 너무좋네요 감사해요~

  • 2. 비가 오는데
    '13.3.1 12:40 AM (121.142.xxx.199)

    마음이 따스해져와요.
    모든 걸 버리면서도
    희망이 생기게 하는군요.

    고맙습니다.

  • 3. 나들이
    '13.3.1 12:44 AM (115.143.xxx.88)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고맙습니다.

  • 4.
    '13.3.1 12:49 AM (125.181.xxx.42)

    좋습니다*^^*

  • 5.
    '13.3.1 12:58 AM (116.123.xxx.30)

    너무 좋아요
    알퐁스도데의 별만큼이나 마음에 그림 한폭이 그려지네요

  • 6. 신둥이
    '13.3.1 1:12 AM (14.54.xxx.127)

    말 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꼭 나쁜거는 아니죠?!!

    이 시인은 역사에 지평을 여는 역 이라고...

  • 7. 아~
    '13.3.1 3:29 AM (112.187.xxx.122)

    82가 없었다면 --
    너무 외로웠을겁니다.

  • 8. ㅎㅎ
    '13.3.1 6:43 AM (128.134.xxx.90)

    학교다닐때 선배오빠들의 로망이었던 시네요.
    국어를 전공하던 선배들이라..
    오랜만에 정독하고 갑니다.

  • 9. 우체부
    '13.3.1 9:34 AM (124.52.xxx.37)

    제가 넘 좋아하는 시라 로그인 했어요

    사평역에서라는 소설도 읽어보세요

    눈오는밤의 역의 풍경을 저리 서정적으로 표현할수가

  • 10. 미소
    '13.3.1 10:58 AM (58.122.xxx.158)

    한창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

    예뻐해주셨던 국어샘이 들려주신 사평역에서***

    그 시절로 잠시 회귀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4684 부페에서 생새우초밥을 가져와 새우만 걷어먹는 사람 어떤가요? 76 부페 2013/03/01 12,780
224683 어린이집 OT 후 맘에 안들떄 어떡하시나요? 20 어린이집 2013/03/01 5,144
224682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와요. 3 --- 2013/03/01 1,522
224681 오늘 내가 먹은것(쐬주 땡겨요) 2 쐬주반병 2013/03/01 894
224680 그 여자 너무 구려요 2 2013/03/01 2,199
224679 대학생 딸애가 처음으로 남자들과 콘도에서 합숙을 합니다. 11 신둥이 2013/03/01 4,881
224678 선물로 살 와인 5 와인 2013/03/01 746
224677 고1딸의 화장,,, 이해하시나요? 30 .. 2013/03/01 4,495
224676 냉장고에 있는 닭강정 맛있게 먹는 법이요? 1 2013/03/01 1,681
224675 남편들 술마시면 항상 혀꼬부라지고 술취한 표시나나요? 4 sss 2013/03/01 802
224674 130 월급에서 적금은 얼마나 해야 할까요 1 2013/03/01 2,666
224673 남편이 매사 뭐든지 잘 빠져드는 성격이라면? 4 도르르르 2013/03/01 743
224672 이대에서 머리 하면 더 이쁠 까요 10 -- 2013/03/01 2,937
224671 오늘 시립도서관 일 안하나요? 3 ... 2013/03/01 651
224670 중학생 딸이랑 자꾸 엇나가요 5 속터져 2013/03/01 1,562
224669 2월달에 생리를 3번이나 했어요.. 6 .. 2013/03/01 1,737
224668 임용고시 올해 티오를 보려는데요. 1 임용고시티오.. 2013/03/01 1,415
224667 여기에도 이렇게 개념없는 딸두고 있는 엄마들 많죠?(펌) 6 ... 2013/03/01 1,940
224666 식스모션vs버블샷2 선택 도움주세요 3 세탁기고민 2013/03/01 1,908
224665 숯껌댕이 눈썹 진짜 싫어요. 9 --- 2013/03/01 2,329
224664 박시후 고소 A양, 친구와도 ‘합의금 받아낼수 있겠다’ 문자 주.. 12 사건의비밀 2013/03/01 15,576
224663 손석희의 시선집중 오늘 방송 꼭 들어보세요 ^^ 5 ... 2013/03/01 1,544
224662 이별때문에 미칠것만같아요.... 4 .... 2013/03/01 2,424
224661 인터넷쇼핑한 니트 석유냄새 땜에 우웩 ㅠㅠ어찌빼나여 10 냄새녀 2013/03/01 10,512
224660 우울할 때는 어떻게 7 우울 2013/03/01 1,6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