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친정엄마는 낼모레 칠순이십니다.
원체 부지런하시고 남퍼주는거 좋아하세요.
저는 일하는 맞벌이주부이고, 아이는 초등학생,유치원생이에요.
친정엄마가 자주오셔서 집안일을 해주시고 반찬도 만들어주시고 가세요.
남들 다 부러워하죠.
저도 늘상 미안하고 고맙고 그랬는데....제가 애들도 크고 하니 살만해진건지,
친정엄마의 살림스타일이 저랑 너무 안 맞아요.
일단 옛날 분이시니깐 청결하진 않으세요. 맨날 김치로 무얼 하시는것 같지도 않은데,
부엌타일이랑 씽크대에 김치국물이 엄청 튀어있어요.
설거지 상태도 당연 안 좋죠. 그리고, 설거지한 그릇을 건조대에 안 놓으시고 대충 행주로 닦고
씽크대에 넣어놓으세요. 퇴근하고 씽크대 열어보면 아직도 물기가 흥건한 그릇들이 많아요.
그럼,전 우선 부엌 싱크대 타일벽, 가스렌지를 벅벅 닦고 그릇들도 다 꺼내서 식기세척기에 다시 돌려요.
반찬 만들어주시는 것도 고맙지만, 워낙이 알뜰히 사셨던 습관이 되셔서 싸면 무조건 사가지고 오셔서
반찬을 만들어 놓으세요. 바지락도 냉동된 중국산 한봉지, 수산물도 출처를 알 수 없는 신선하지 않은것들,
고기도 수입산이 대부분이죠. 그럼,전 아이들 먹일 순 없으니깐 저만 몇번 먹어보고 버려요.
세탁물도 분리 안 하시고 그냥 세탁기에 돌리시니깐 남편 비싼 니트도 다 줄어들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보니 엄마가 다녀가셨다고 그러면 일이 줄어드는게 아니라 죄다 내 손이
다시 거쳐야 되고 스트레스만 받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세세한 부분들은 엄마한테 차마 말 못하겠더라고요. 도우미한테 얘기하는것 같아서.
암만 오시지 말라고 해도 그냥 엄마 힘들까봐 하시는 말씀인줄 아시고 알았다 하시면서
또다시 반복이죠.
그리고, 명절때 친척들 모이면 엄마가 아직도 딸집에 드나들면서 청소해주고 반찬해주고 하신다면서
저를 불효녀로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정말 크게 화를 냈어요. 절대 오시지 말고 오셔봤자 내 마음이 더 좋지 않고 불효하는거
같아서 싫다 , 한번만 더 오시면 정말 크게 화내겠다. 놀러오시는건 언제건 환영이다.
그랬더니 화가 나셨는지 며칠째 연락도 없으시네요. 하루에도 몇통씩 전화하셨었거든요.
제가 스트레스 받더라도 그냥 모른척 있었어야되는건지 헷갈리네요.
엄마가 연세도 있으셔서 몸 힘들게 오시는데,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면 안 오시게 하는게
맞는거 아닐까요?
아님,정말 엄마 살림스타일이랑 내가 너무 안 맞는다고 그래서 스트레스 받고 있었다고 얘기하면
차라리 더 이해하셨을까요? 제가 막무가내로 오시지 말라고 하니깐 내가 너한테 용돈을 달라고 하냐
고 하면서 엄청 서운해 하시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