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넘게 만난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길이 달라 끝이 정해진 관계인데 어찌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전 돌싱에 애들이 있는 사람이고 그는 미혼이죠.
저는 애초에 재혼생각 자체가 없다보니 편한 사람이 좋았고, 그는 결혼은 해야하지만 만나는 사람이 없으니 지금 같이 있으면 즐겁고 잘맞고 부담없는 상대인 내가 좋았겠죠.
어제 보자고 해서 만났더니 다른 사람을 소개받았다고, 일단 만나볼거라네요.
결혼은 해야지 않겠냐고..
만나볼려고 하면서 날 보자고 한거냐고 했더니 자기가 그사람을 지금 사귀는것도 아니고 당장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만나면 안되냐고 반문하더군요.
그만 보겠다고 할때마다 언제 그런말 들었냐는듯이 잡더니, 그럴때마다 못이기는척 다시 만나고만나고..
네, 그는 싫어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엔조이였던거 맞아요.
다만 같은 직장에 몸담았던 사이라 공통화제거리가 있었고, 대화코드도 맞는편이라 같이 있는 시간이 즐겁고..
2년 넘게 일주일에 두어번씩, 애들 방학이 되서 전남편에게 가면 한달 내도록 만나다보니 정이 들었나봐요.
다른 사람 생기면 안잡을 자신 있었는데, 기분이 휑하네요.
이사람때문에 이혼한건 아니에요.
이혼사유는 남편외도였죠.
이혼하던 무렵의 너무나 암흑같은 시간을 같이 보내준 사람이긴 하네요.
남편 외도때문에 피폐해져가면서도 이혼할 용기가 안나 억지로 버티던 날들속에서 혼자 설 용기를 주긴 했죠.
편한 동료로 어울리던 무렵, 남편을 떠나 동료그룹속의 나는 이렇게나 괜찮은데 외도하는 남편과 끝내지 못하는 내가 참 못났다 싶은 생각이 들었고.. 내가 나로 다시 서기위해 이제 그만 남편과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줬죠.
어쩌면 남편과의 이혼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았던건 결혼생활에 너무 지쳐서일지도 모르지만 또 어쩌면 그가 있어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제 그만해야지, 혹여 나중에 내가 상처받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서도 과감히 끊어내질 못하고 여기까지..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맘이 간것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휑한건 역시나 맘이 갔었던걸까요?
어떤 마음으로 관계를 매듭지어얄지 정리가 안되네요.
그간 잘 놀았다, 그래, 너도 니인생 찾아가야지.. 애들이 오면 이제는 정말 딱 엄마만 하자, 이렇게 정리하면 될까요?
주저리주저리 말이 참 길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