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 열심히 쓴글이 키를 잘못눌러 다 날라가버렸어요-_-오늘은 뭔가 안되는 날인가 봅니다...
휴..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요. 일단 남편의 장점부터 써 볼게요. 그 후에 그 모든 장점을 다 뒤집는 반전이 있거든요.. 저만 아는. 같이 사는 사람에게만 보일수 있는.
장점, 남이 보기에 두드러지는 장점은 술. 담배를 안합니다. 직업이 나쁘지 않습니다 . 취미나 친구가 없어서 헛돈을 쓰지 않습니다. 일찍 들어옵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려줍니다. 시집에 너무 잘하기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처가에도 아주 최소한만 합니다. 뭐 술, 도박, 여자문제, 폭력의 기준으로 본다면 양호할 수 있겠습니다.
단점.. 성질이 정말 x랄 같습니다. 절더러 자길 건드리지 말라는데 그놈의 지뢰밭은 어디서 언제 터질지 본인만 압니다. 오늘도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로 서로 소리지르며 싸웠어요. 발단은 제가 남편 말투중 .. 해라체를 너무 싫어하는데.. 정말 명령조 짜증나거든요. 몇번이나 그렇게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여전히 또 ~~해라.. 해야 된다.. 이러는 거에요. 직장상사가 하대하듯이. 그러지 말라고 했더만은(절대 화나 짜증 없이) 갑자기 데시벨 100만으로 소리를 높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는 겁니다. 말투가지고 트집을 잡냐면서 지가 나가든 내가 나가든 그만 두잡니다. -_- . 아니 말투좀 바꿔달라는 게 결혼을 끝내자는 결론으로 이어질 꺼리가 될까요?
문제는 이런게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거에요. 본인은 물건 던지는 거서부터 욱하는 걸핏하면 언성 높이는 것까지 사람 힘들게 만드는 건 고루 갖고 있지만 정작 제가 말투좀 바꿔달라는 말에는 자길 건드리지 말라는 겁니다. ..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지만 애들이 보고 있고 어린 애들 앞에서 언성 높힌것도 미안해서 일단은 입을 다물었어요.
추후 애들 없는 자리에서 제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더럽고 치사해서 너랑 안산다. 언제 할까 이혼 ?" 했더니 "85세랍니다" 씩 웃더니 죽어가면서 이혼하겠다네요. 그말을 듣고 전 등골이 서늘해졌어요. 그전까지는 싸움하고나서 대화할때(그것도 항상 제가 먼저 시작해야지 맨날 유야무야 그냥 넘어갑니다) "진심 아니었어, 화가 나서 그랬어. 해본소리야.. " 이러더니 오늘은 구체적인 숫자로 말을 합니다.
결국 이 사람은 이혼을 원하는게 맞는 거겠죠? 참 허무하네요. 연애때 그렇게 절 쫓아다니고 사람 좋은 척 그렇게 연기를 해대고 결국 남들이 제가 너무 아깝다는 결혼을 했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어버리다니요.. 그냥 지금 정리하자니 애들이 걸리고 저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애들 키우고 예정된 이혼을 준비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아무리 사람이 경박하고 인격이 얄팍하고 성마른 사람이어도 맘에 없는 얘기를 화난다고 내뱉진 않을 거 같은데 ... 제가 무슨 잘못을 한걸까요?
저 시집올때 남편 이상으로 가지고 왔고 결혼전~초반까지 남편보다 더 벌었고 아이때문에 쉴때조차 틈틈히 살림하면서 일해서 한달에 200이상씩 벌었고 심지어 아이낳기 전날까지, 백일전에도 계속 일하면서 , 살림 챙기면서, 애들 건사하면서 열심히 살아왔는데.. 제 모든 노력과 제 삶 자체가 다 물거품이 된 느낌이 들어요. 외모, 집안 ,성격, 됨됨이.. 다 제가 남편보다 우위에 있는데 그걸 감사해 하기 보단 그로 인한 열등감을 교묘히 저에게 풀고 있는 느낌마저 듭니다. 비틀리고 꼬였거든요, 성격 자체가. 이런 경우 해결책이 과연 있긴 할까요? 아이들이 가장 걱정됩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들이 사랑으로 충만까진 아니더라도 원만하고 편안한 가정에서 자라길 바랬는데.. 자꾸만 저의 노력으로는 숨이 차고.. 힘이 달리고 .. 이젠 저도 지쳐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