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제가 20대 중반 때 일이지만
초등학교 동창회에 굉장히 학벌 좋고 인물 좋은 남자동창이 있었어요.
당연히 여자들한테도 인기도 많았겠죠.
그냥 학벌만 좋은 게 아니라
워낙 지식이 풍부한 친구라서, 같이 대화하다 보면 배울 게 많았구요.
그때는 학벌 불문하고 똑똑한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려 애쓸 때라서
그 친구와 자주 채팅도 하고 어울렸어요.
그때 당시엔 제일 친했던 친구라고 볼 수도 있을 만큼.
그러다가 제가 무슨 글 하나를 올렸다가
급히 수정할 일이 생겨서
그 친구한테 제 ID와 비번을 알려주고 수정을 부탁했었는데
그날 오후엔가 번개가 있어서 저는 참석하고, 그 친구는 웬일로 참석을 안한다 싶더라니...
하필이면 제가 화장실 간 사이에 그 친구가 제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저와 같은 대학 동창인 남자동창 앞으로 선전포고를 했더라구요.
저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 뭐 그런 얘기.
저는 마침 남녀공용 화장실에 갔다가 안에 사람이 있어서
계단 쪽으로 가서 기다리는 참이었고
그 사이 그 남자동창 앞으로 선전포고가 올라오는 바람에
그 남자동창이 저한테 반감을 내비치더라구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글 접속해보고 기겁을 했었구요.
모두들 제가 자작극을 벌인다 어쩐다...
저는 하도 억울해서 그 친구한테 진상규명해달라 하였지만
오히려 잠수 1주일........
그러더니 이 친구가 저한테 최후통첩이라며
자신과의 절교 or 데이트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더군요.
긴가민가 했어요.
일단은 데이트에 응했네요.
그런데 그날 영화보고 호프집에서 저한테 하는 소리가
유부녀 동창..실명거론하며 사귀고 싶다는 말이었죠.
얘 제 정신인가 싶었구요.
제 반응은 그냥 어이없음..그래도 호감이 있던 친구라서 꽤 실망스러웠구요.
저하고 대학동창 사이 갈라놓고 자기는 유부녀 동창하고 사귀고 싶다는 말이나 하니...
그러더니 정말로 그 유부녀 동창하고 사귀는 것 같았죠.
번개 때 테이블 밑으로 손을 잡았는지
유부녀 동창이 갑자기 주변 눈치를 보며 왼손으로 샐러드를 집어먹고..
그러다 두 사람이 사라졌는데
그날 동창들이 찾으러다니다가
남자동창 하나가 길에서 손잡고 걸어가는 두사람을 목격하고 격분을 했었어요.
그 와중에 그친구를 좋아하던 여자애가 뒤늦게야 그 소식을 듣고 분개하고.
결국 둘이 불륜이다 어쨌다 소문이 나도는데...
이 불륜커플이 제가 헛소문을 낸 거라 지목을 했었죠.
아무리 제가 아니다 부인해도
상황은 왜 저한테 불리하게 돌아가는지...
결국 저는 동창회 점점 안나가게 되었고
어느날 문득 생각나서 그친구 프리챌 홈피? 뭐 그런 거 건너가보니
OO아 사랑해.
하고 떡하니 그 유부녀 앞으로 실명으로 사랑고백을 적어놓았더라는.
애초에 ID 관리 제대로 못한 제가 실수였지만
그 실수 하나로 도대체 친구를 몇명을 잃었는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