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같은 질문을.... 아는 사람들한테 물어볼 수도 없고... 이렇게 익명게시판에 도움 청합니다.
제 감정대로 풀어쓰는 것은 스스로 너무 힘들고, 또 읽으시는 분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정황만을 적으려고 하겠습니다.
저에게는 대학때 만나 십여년을 베프로 지내온 친구가 있습니다.
친한 친구 그룹중에서도 유달리 붙어 다니는 단짝입니다.
그 단짝의 아버님을 4학년 때 한번 뵌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친구 아버지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제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딸 진로문제로 상담할 것이 있어서, 딸 모르게 한번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학교근처에 지인이 운영하는 호프집에 있으니, 나오라고 했습니다.
친구는 수도자가 될 것을 고민중이었고, 저도 같은 종교인에 같은 꿈을 가진 사람,
잘 모르시는 분이시지만 베프의 아버님. 게다가 바로 학교 후문 근처에 계시다고 해서
좀 망설여졌지만 갔습니다.
하지만 혹여나 하는 마음에, 학교 남자동기에게 그곳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죠.
그리고 안에 다른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확인 한 후, 들어갔습니다.
여튼, 그렇게 그 곳에서, 친구아버님과, 아버님이 아시는 다른 분들과 좀 이야기를 했습니다.
친구 아버지가 다른 지인들에게 딸자랑(친구)을 엄청 하시더군요.
여튼,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자고 하셨고, 저도 같이 옮기게 되었습니다.
뭔가 아직 친구에 대한 진지한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내키지는 않았으나, 저도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다른 분들도 있고, 다 그냥 동네 어른들 같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때, 믿으면 안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순수했던 그때는 몰랐습니다)
여튼, 자리를 옮기는 택시에서, 친구 아버지의 지인이 중간에 가버리시고;;
저랑 그 아저씨만 남게되었습니다. 여튼 그렇게 둘이서 호프집을 들어갔습니다.
(학교 근처라 뵈러 나갔는데, 갑자기 완전 먼 동네;; )
그때 부터 이상한 말씀을 시작하시더군요.
저는 멘붕상태였지만, 그곳을 탈출하기 위해 나름 전공을 살려 마음을 가다듬고 대처했습니다.
아 이 사람은 환자다. 나는 환자처럼 이 사람을 다루면 된다.
본인이 얼마나 외로운지, 힘든지 말씀하시더니, 저를 안고 있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왜요? 라고 묻자, 위로 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럼 저한테 그러시면 안돼죠. 라고 하자 모텔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절대 안된다고 하니, 모텔에서 아무짓도 안하겠다. 그냥 안고만 있겠다라고 하시더군요.
그 순간 피해자로 겁에 질리면 큰일을 당할까, 엄청 침착하게 행동을 하려고 했습니다.
모텔을 완강히 거부하자 근처 으슥한 공원에 가자고 하셨습니다.
그냥 안아만 주면 된다고 계속 안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친구 어머님 이야기도 하시더군요. 자궁이 안좋아서 척출수술을 하셨는데
그 뒤로 완전 맛.이.달.라.졌.다고.(쓰면서도 토할 것 같네요..)
그리고 집에서도 원치 않는다고.
대학 4학년, 제가 다 컸다고 생각했을 당시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모르던 아기 같던 그 나이에 온갖 더러운 말들을 들었습니다.
저는 화장실 가는 척 하면서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동기에게 첫 약속 장소에 데려다 달라고 했던 것 처럼, 뭔가 흔적을 계속 남겨야
나중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솟아날 구멍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나가서, 택시를 불러서 간다고 일어났습니다.
쫒아나오셔서 저를 막 끌고 가려고 하시더군요. 아무짓 안한다고, 그냥 안고만 있을꺼라고.
저는, 콜택시 불렀고, 저 건너편 택시가 바로 내가 부른 택시라고 하고, 뛰어가서 탔습니다.
다음날, 아저씨가 계속 전화를 하시더군요. 받지 않았습니다.
문자가 오더군요. 자기 오늘 50만원 있다고, 줄테니 얼굴 보자고.
답장도 하지 않고, 그냥 무시했습니다.
다음날, 친구를 보고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야. 세상에 믿을 남자는 아무도 없다."라고만 말했습니다.
그 뒤로 수많은 내적갈등이 있고, 힘든 밤을 보냈지만,
자기 아빠가 그랬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을 친구를 생각하면 차마 말을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우정을 10년을 더 쌓았습니다.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는 시즌도 있었고,
좀 소원한 시즌도 있었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번 그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그 떄 그 일이 떠 올라 더 힘들더군요.
(제가 그 친구와 우정을 유지했던 이유는 정말, 너무 친한 친구였고.
주변에 말하지 못했던 이유는 한집 건너면 서로 아는 집안이었기 때문에 동네가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차마 말못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저는 또 잊고 있었는 줄 알았는데, 술먹고 힘들면, 그때 그 억울한 상황이 계속 생각이 났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난일인데, 얼마전에는 술먹고, 친구에게 아버님 전화번호를 물었더군요.
따지려고, 사과 받고싶었습니다.
술이 깨서는.. 친구네 동네에서 뭐 물어볼게 있다고 지인이 요청해서 아버님 번호를 물어봤는데, 괜찮다고 하고..
그냥 번호 지웠습니다.
하지만, 이제 정말 성인이 된 지금, 한번 그때 생각이 나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의 분노감과 상실감이 들었습니다.
내가 바보인가 하는 자책감도 들고,
요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단어만 봐도, 그 아저씨가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최근에 친구와 작은 다툼이 있었고, 그것때문에 소원해진 찰라. 그때 기억들이 또 저를 괴롭혔습니다.
왜 나만 10년간 이런 고통에 시달려야 하나.. 오랜 고민끝에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전부를 말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개요만 말했습니다.
저런 말, 텍스트, 자기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차마 할 수 없었습니다.)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자기 아빠 인격이 그것밖에 안된다고 하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친구는 아버님이 알콜문제가 있다는 말을 여러번 한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때는 친구의 여동생(대학생)을 때려 친구동생이 집을 나가고
아빠를 신고하겠다고 증거를 만들기도 했던 내력이 있습니다.)
친구가 저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처음에는 친구 아버지 사과를 원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냐 싶다. 그리고 다시 보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냥.. 우리가 사소한 일로 잠시 소원했는데
내가 왜 이렇게 안풀고 있나, 네가 궁금해했고, 나도 혼자 앓고 있는게 너무 힘들어서
말했다. 니가 알면 됐다. 라고 통화를 끊었습니다.
그 뒤로, 2주째 연락이 없습니다.
저라면.... 다음날도 연락을 하고, 그 다음날은 바로 찾아가겠습니다.
미안하다고. 그날 하루 말한게 다가 아니라, 다음날도 다음날도 연락을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과를 받고 싶다는 것이 아닙니다.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저도, 그 친구도 피해자인데..
다시 한번 더 이야기 해보자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할수도 없고....
저한테 왜 이런일이 일어났을까요? 전, 그 친구의 베프라는 죄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연락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그 친구 아기의 돌잔치가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2주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그 친구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2. 그 친구의 돌잔치에 가야 하나요? (누가봐도 제가 베프라서요.. 친한 친구 그룹들이 다 올테구요...)
3. 결국 저는, 사건의 개요만 말한 것이 되었는데... 제가 들었던 말들을 다 해주는 것이 나을까요?
이제 와서, 왜 그러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10년을 참다가 말했는데, 개요만 딱 말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으니... 풀린것도 덜하고, 기분이 정말 우울하네요.. .
그냥.. 제가 다 안고 가야하는걸까요?
(댓글을 보면서, 추가로 설명드립니다...
친구와 다시 우정을 이어갔던 것은, 그 친구 아버지 잘못이지 친구 잘못은 아니라고 그 당시에는 생각했습니다.
제가 랩 생활을 했는데, 저랑 옆책상을 쓰고 있었고, 동아리, 기도모임, 그 무엇하나 같이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 죄를 묻지 않고, 아버지만 미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10년이 지나도록 상처가 안아물고 억울한 맘이 들지 몰랐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