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중성화 수술 예약이 잡혀 있는 날이었어요.
어젯밤부터 금식 시키고 오늘 아침.
밥 달라고 우는 삐용이를 달래며 병원으로 갔지요.
병원에 도착해서 이동장을 여니 역시나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는 삐용이.
다른 때완 달리 걱정도 되고 안쓰럽고.
의사샘과 진찰대에 마주앉아 삐용이를 꺼내안고
수술하는 거 설명듣고 수술동의서 싸인하고..
삐용이는 자꾸 제 품으로 파고들고요.
진정을 좀 해야 하겠다고 진정제를 주사하니
금새 약효가 퍼졌는지 무기력해진 삐용이를 보는데
막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거에요.
제가 생긴건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오게 생겼는데
정도 많고 좀 여린편이기도 하고
때론 대담하고 한데 늘어져서 아무 반항도 안하는 삐용이를 보니까
막 눈물이 나려는걸 애써 참았어요.
체혈을 위해 앞발 털을 살짝 밀어 피 뽑고
수술하고 마취깨고 그러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저는 잠시 일보러 나갔다가
집에 들러서
삐용이 화장실 모래 다 비우고 화장실 깨끗하게 물청소 해놓고
원래 청소하는 날은 아닌데 그래도 삐용이 수술하고 오면
깨끗한게 좋겠다 싶어서 청소기 돌리고 닦고
그러고 나니 2시 반쯤에 오라던게 생각나서 급히 또 병원으로 갔어요.
수술 잘 끝났다고 하시고 삐용이 데리고 나오시는데
삐용이가 화났다고.. 의사샘한테 으르렁 거리더라고요.
이동장 속에 얌전히 앉아 있는데
수술전에 설명하실때 수술하고 마취 깨는 거 좀 걸릴 수도 있다고 하셔서
전 삐용이가 아직 덜 깨어났을거라 생각했는데
말똥하니 깨서 앉아 있더군요.
의사샘은 이동장에 넣을때랑 만지려고 하니까 으르렁대서 힘들었다고
한번 이동장에서 꺼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화내거나 그럴지 모른다고 하셨는데 삐용이는 얌전하게 제 손에
이끌려 나왔어요.
고생했다고 쓰다듬어 주고
의사샘이 체혈한거 결과 이상없다는 거 보여주시고
오늘 내일은 수술때문에 힘들어 할거라고.
걷는 것도 이상하고 좀 어색할 수 있다는 거랑
약 3일치와
내일 다시 병원에 와서 치료부위 소독인가? 그것도 하고
항생제도 맞고 뭐 그래야 한다고 해서 내일 다시 가는 걸로 예약 잡아놨고요.
수술비랑 후처리비용까지 13만원 결재했어요.
아마 내일 항생제나 진찰비까지 포함된 거 같더라고요.
집으로 돌아오는길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있는 삐용이.
의사샘께서 집에 가면 일단 이동장에서 한시간 정도는 가만이 있게
하는게 좋다고. 밖에 나오면 여기저기 부딪힐 수 있으니까 그게 좋다고 하셔서
일부러 안꺼내려고 했는데요.
집에 오니까 이건 웬걸.
삐용이 집에 왔다고 안심이 되는지 밖에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거에요.
이동장 문 열어주니 나오자 마자 코를 킁킁대면서 자꾸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고
이건 뭐 수술한 고양이라고 생각되지 않게 평소같이 자꾸 장난치려고 하고요.
저는 걱정되어서 죽겠더만요. ㅠ.ㅠ
화장실 청소한거에 새 모래 깔아주고 그랬더니 대뜸 들어가서
볼일 보고.
한참을 코를 킁킁 대면서 뭘 찾길래 뭘 찾나 했더니 아마도 화장실을
그리 찾았던 모양이에요. ㅠ.ㅠ
욘석이 수술하고 아플텐데도 화장실 찾으면서 볼일 보려고...ㅠ.ㅠ
화장실 다녀와서는 평상시처럼 자꾸 여기저기 뛰고
높은 곳 올라가고..
아...정말 저는 걱정되가지고
(이래도 괜찮은 거에요? 수술하고 오면 힘들어 하고 축 늘어져있고
그런다고 하던데 ..)
밥에 약 섞어서 주라고 근데 밥을 잘 안먹을지도 모른다고 의사샘이 그러셨지만
그건 걱정 안해도 될 거 같아요.
욘석 하는 걸 보니.
걱정인데 이렇게 막무가내로 뛰고 다니고 높은데 올라가고 이러는데
덧나는거 아닌가 걱정이고요.
또 삐용이는 목에 뭐 안씌웠거든요?
의사샘이 안씌워도 된다고...
수술한거 핧거나 해서 덧나지 않냐고 했더니
아파서 핧으려고 안하다고 그러셨는데
삐용이 아까 한두번 핧는거 같던데..ㅠ.ㅠ
지금은 제 다리를 배게 삼아 얼굴 올리고 자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