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연과 업에 대한 글 잘 보았습니다. 어리석은 질문 하나 드립니다.

어제 나그네님 조회수 : 1,938
작성일 : 2013-02-19 10:14:01

어제 좋은 글 올려주신 '나그네'님을 비롯한 모든 지혜로운 분들께 답을 구하며 글을 올립니다.

어제 글에서, 나그네님께서는 '나에게 주어진 인연과보를 피하려 하지 말고 녹이라'는 말씀을 주셨는데요
저는 지금 남편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살아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결혼 전과 너무 달라진 제 모습, 우울한 얼굴, 비참한 경제상태에 놀라울 따름이지요.
제 가치관도 비관적으로, 만사 귀찮다로 바뀌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만약 이혼하게되면, 이것은 제게 온 인연을 버리는 것이 될까요?
시궁창에서 구르는 인생더러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빨리 빠져나오라구요.
지옥을 탈출하여 새 삶을 찾는 것은 그럼 인연을 벗어나려 하는 것이 되는 것인지..
지금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나서 '아, 내 갚음이 다 끝났구나'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걸까요?

그냥 집착 없이 이 괴로운 인연을 받아들이자면, 앞으로 저는 평생 부엌데기처럼 식모처럼 구박 당하면서
자존감이고 나발이고 모든 게 다 내잘못인 것으로 되면서, 행복이나 즐거움도 없이 그저 연명하는 길 뿐입니다.

주변을 보면, 좋은 시댁, 부유한 친정, 고학력 고연봉의 부부에 귀여운 자녀들, 건강, 화합, 선량함, ... 이 모든 것들을
다 갖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전생에 좋은 업만 쌓아서 이런 복을 받는 걸까요?

불교든 기독교든 대부분의 종교와 그에 연결된 상류층들은 현재의 불행한 상황을 전생으로 혹은 원죄로 돌리면서
억압받는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현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과의 차이는 뭘까요?

IP : 59.2.xxx.13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그네슘
    '13.2.19 10:52 AM (49.1.xxx.197)

    안녕하셔요. 제가 불교 신자도 아니고 미혼이지만, 지나치지 못하고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원글님이 말씀하신 마지막 문단에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종교가 그렇게 사회 기득권을 유지하고 하층민을 억압하는 기제로 쓰이게 되면
    보통 종교의 타락상들이 많이 보이게 되죠. 칼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이론에서 그걸 비판한 것이고요.

    곧 물러나시긴 하지만 저희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공산주의는 그런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 라구요.

    저는 원글님이 남편분과 헤어지셔도 용기 있는 결정이고
    헤어지지 않고 배우자로 사셔도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많은 배우자나, 가족과 함께 살기...제 3자들은 쉽게들 말합니다.
    빨리 빠져나와라, 아니면 참고 살아라...
    그런데 정작 원글님이 정말로 원하는 건 어떤 것인지 그게 제일 중요해요.

    사랑에는 필연적으로 상처가 따라옵니다. 저희 대모님 말씀으로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십자가에 못박는대요.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원글님은 사실 남편분 이전에 원글님 자신을 가장 사랑하실 겁니다. 그 사랑이 온전하게 이뤄져야 남편분을 제대로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에 대한 완전한 사랑 속에는 그 사랑으로 인한 상처, 불교식으로 말하면 업장을 녹이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에요.

    만약 이혼한 뒤에 남편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정리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분을 연민할 수 있다면,
    전 그 결정도 내 업장을 녹이는 하나의 방편이고 사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있어서 서로에게 끼치는 상처가 너무 커서 자아가 위협을 받는다면, 그 결혼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나 만약 함께 살면서도 남편분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보다는, 사람으로서의 연민, 차마 버리지 못하는 측은지심이 더 크다면, 그것이 또한 업장을 녹이는 방편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끌어안는 방법이 어떻게 한 가지만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업장을 녹인다, 또는 내 십자가를 지고 간다, 이것에만 집중하는데
    그 이면에는 고통받고 굶주리고 슬픈 사람들에 대한 부처님,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과 공감이 있다는 것을 쉽게 놓치고는 합니다. 원글님이 고통받고 슬퍼하는 거...부처님 예수님은 원하시지 않아요. 원글님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고 슬픔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끼고 사는 걸 원하세요. 어떤 결정을 하시든, 상대방을 덜 미워하고 덜 원망할 수 있다면 그게 업장을 녹이는 길일 겁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실 텐데,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 2. 정야
    '13.2.19 11:29 AM (211.234.xxx.161)

    해답은없다
    앞으로도 해답은없을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해답이다
    거투르드 스타인

  • 3. ㅂㅈㄷ
    '13.2.19 11:31 AM (59.2.xxx.134)

    조언 감사합니다. 미혼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어리신 듯한데 정신적 성숙도는 저와 비할 바가 아니시군요.
    깊이 새겨 듣겠습니다.

  • 4. ㅂㅈㄷ
    '13.2.19 11:32 AM (59.2.xxx.134)

    정야님 말씀도 잘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5. 천년세월
    '19.4.4 7:15 AM (110.70.xxx.189) - 삭제된댓글

    똑부러지는 댓글에 하트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21269 건국대를 우습게 아는 친구 34 도토리 2013/02/19 8,322
221268 여진구 목소리 ... 1 추니짱 2013/02/19 903
221267 정윤회라는 사람이 있나요? 8 .. 2013/02/19 3,232
221266 배두나...왠지...그래보였어요.^^ 32 ㅇㅇㅇㅇ 2013/02/19 23,038
221265 차라리 아버지가 돈사고 치는건 감당이 되는데.. 3 ... 2013/02/19 1,986
221264 6인용 식기세척기 매입하는 중고업체가 없네요. 3 커피한잔 2013/02/19 1,170
221263 갤2인데 이번에 젤라빈 업데이트한후에 9 젤라빈 2013/02/19 878
221262 검색어에 조웅목사 8 ㅁㅁ 2013/02/19 2,004
221261 대학등록금환불에 대해서 문의합니다. 14 고민 2013/02/19 1,502
221260 말린 취나물 볶음 안삶아도 되나요? 1 요리 2013/02/19 780
221259 노트북과 티비를 연결해서 보려고 하는데요~ 1 웃자맘 2013/02/19 453
221258 백인남에대한 환상과 동경 11 2013/02/19 4,030
221257 저소득층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이 많다는데,,,, 16 ㅇㅇㅇ 2013/02/19 1,529
221256 급한대요..대학선택 35 지우개 2013/02/19 3,346
221255 더블엑스라는 비타민(암웨이) 가격이 올랐네요 7 2013/02/19 2,904
221254 급질~수제비반죽에 박력분넣으면? 4 ㅂㄹ 2013/02/19 4,709
221253 항상 물어 뜯으려는 남편땜에 견디기 힘들어요. 15 .. 2013/02/19 4,088
221252 롯데월드 주변에 아이들과 갈만한 패밀리레스토랑 좀 가르쳐주세요... 9 도와주셔요... 2013/02/19 1,060
221251 새벽에 우유배달괜찮을까요? 12 알바로 2013/02/19 5,046
221250 부모님이 보실 연극 추천좀 해주세요 1 엄마생일선물.. 2013/02/19 485
221249 2013년 정월대보름 민속 윷놀이에 초대합니다. 나그네 2013/02/19 370
221248 [급질]싱가폴 Orchard 역 근처 식당 추천 부탁드립니다 3 싱가폴 2013/02/19 737
221247 남쪽으로 튀어 보신분..어떤가요? 11 ... 2013/02/19 2,208
221246 7번방의 선물 어제 보고 왔어요. 2 ... 2013/02/19 1,416
221245 바리스타와 머리카락 기부에 대한 궁금증. 1 궁금 2013/02/19 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