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인연과 업에 대한 글 잘 보았습니다. 어리석은 질문 하나 드립니다.

어제 나그네님 조회수 : 1,910
작성일 : 2013-02-19 10:14:01

어제 좋은 글 올려주신 '나그네'님을 비롯한 모든 지혜로운 분들께 답을 구하며 글을 올립니다.

어제 글에서, 나그네님께서는 '나에게 주어진 인연과보를 피하려 하지 말고 녹이라'는 말씀을 주셨는데요
저는 지금 남편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살아온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결혼 전과 너무 달라진 제 모습, 우울한 얼굴, 비참한 경제상태에 놀라울 따름이지요.
제 가치관도 비관적으로, 만사 귀찮다로 바뀌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만약 이혼하게되면, 이것은 제게 온 인연을 버리는 것이 될까요?
시궁창에서 구르는 인생더러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빨리 빠져나오라구요.
지옥을 탈출하여 새 삶을 찾는 것은 그럼 인연을 벗어나려 하는 것이 되는 것인지..
지금 남편에게서 벗어나고 나서 '아, 내 갚음이 다 끝났구나'라고 해석할 수는 없는 걸까요?

그냥 집착 없이 이 괴로운 인연을 받아들이자면, 앞으로 저는 평생 부엌데기처럼 식모처럼 구박 당하면서
자존감이고 나발이고 모든 게 다 내잘못인 것으로 되면서, 행복이나 즐거움도 없이 그저 연명하는 길 뿐입니다.

주변을 보면, 좋은 시댁, 부유한 친정, 고학력 고연봉의 부부에 귀여운 자녀들, 건강, 화합, 선량함, ... 이 모든 것들을
다 갖춘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전생에 좋은 업만 쌓아서 이런 복을 받는 걸까요?

불교든 기독교든 대부분의 종교와 그에 연결된 상류층들은 현재의 불행한 상황을 전생으로 혹은 원죄로 돌리면서
억압받는 민중의 불만을 잠재우고 현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것과의 차이는 뭘까요?

IP : 59.2.xxx.13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마그네슘
    '13.2.19 10:52 AM (49.1.xxx.197)

    안녕하셔요. 제가 불교 신자도 아니고 미혼이지만, 지나치지 못하고 한 말씀 드립니다.
    저는 천주교 신자이지만 원글님이 말씀하신 마지막 문단에 일정 부분 공감합니다.
    종교가 그렇게 사회 기득권을 유지하고 하층민을 억압하는 기제로 쓰이게 되면
    보통 종교의 타락상들이 많이 보이게 되죠. 칼 마르크스가 공산주의 이론에서 그걸 비판한 것이고요.

    곧 물러나시긴 하지만 저희 교황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 공산주의는 그런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 라구요.

    저는 원글님이 남편분과 헤어지셔도 용기 있는 결정이고
    헤어지지 않고 배우자로 사셔도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많은 배우자나, 가족과 함께 살기...제 3자들은 쉽게들 말합니다.
    빨리 빠져나와라, 아니면 참고 살아라...
    그런데 정작 원글님이 정말로 원하는 건 어떤 것인지 그게 제일 중요해요.

    사랑에는 필연적으로 상처가 따라옵니다. 저희 대모님 말씀으로는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십자가에 못박는대요.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원글님은 사실 남편분 이전에 원글님 자신을 가장 사랑하실 겁니다. 그 사랑이 온전하게 이뤄져야 남편분을 제대로 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에 대한 완전한 사랑 속에는 그 사랑으로 인한 상처, 불교식으로 말하면 업장을 녹이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순전히 제 생각이에요.

    만약 이혼한 뒤에 남편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정리하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그분을 연민할 수 있다면,
    전 그 결정도 내 업장을 녹이는 하나의 방편이고 사랑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있어서 서로에게 끼치는 상처가 너무 커서 자아가 위협을 받는다면, 그 결혼생활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나 만약 함께 살면서도 남편분에 대한 미움이나 원망보다는, 사람으로서의 연민, 차마 버리지 못하는 측은지심이 더 크다면, 그것이 또한 업장을 녹이는 방편이고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삶을 끌어안는 방법이 어떻게 한 가지만 있겠습니까?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게...업장을 녹인다, 또는 내 십자가를 지고 간다, 이것에만 집중하는데
    그 이면에는 고통받고 굶주리고 슬픈 사람들에 대한 부처님,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과 공감이 있다는 것을 쉽게 놓치고는 합니다. 원글님이 고통받고 슬퍼하는 거...부처님 예수님은 원하시지 않아요. 원글님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고 슬픔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느끼고 사는 걸 원하세요. 어떤 결정을 하시든, 상대방을 덜 미워하고 덜 원망할 수 있다면 그게 업장을 녹이는 길일 겁니다.

    마음이 많이 아프실 텐데, 힘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

  • 2. 정야
    '13.2.19 11:29 AM (211.234.xxx.161)

    해답은없다
    앞으로도 해답은없을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해답이다
    거투르드 스타인

  • 3. ㅂㅈㄷ
    '13.2.19 11:31 AM (59.2.xxx.134)

    조언 감사합니다. 미혼이시고 저보다 나이도 어리신 듯한데 정신적 성숙도는 저와 비할 바가 아니시군요.
    깊이 새겨 듣겠습니다.

  • 4. ㅂㅈㄷ
    '13.2.19 11:32 AM (59.2.xxx.134)

    정야님 말씀도 잘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5. 천년세월
    '19.4.4 7:15 AM (110.70.xxx.189) - 삭제된댓글

    똑부러지는 댓글에 하트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4853 일루미나티들이 인구감축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7가지 전술들 2 무서워 2013/03/31 5,969
234852 노르웨이인지 수입산으로 3 고등어.연어.. 2013/03/31 937
234851 전 작은 강아지는 사랑스럽지만 조금만 큰개도 무서워서 죽겠더라구.. 2 2013/03/31 623
234850 의료실비보험 변경 전에 드는게 좋은가요? 8 .. 2013/03/31 1,419
234849 itx열차 이용법 문의합니다. 2 모아 2013/03/31 2,032
234848 오늘 이이제이팀 보러가시는분 없으신가요? 2 이이제이 2013/03/31 567
234847 갑자기 펜글씨가 쓰고 싶어졌어요. 7 펜글씨 2013/03/31 945
234846 아이폰 sk 요금제 아이폰 2013/03/31 661
234845 부산생활 도와주세요. 해운대vs광안역 20 부산 2013/03/31 3,317
234844 나이 들면 많이 드는 돈의 비용은 어느 부분일까요? 9 노후 2013/03/31 2,687
234843 나비부인 넘 웃겨요 3 안티나비 2013/03/31 2,170
234842 아이가 진로선택할 때 돈 많이 버는 거라고 하는데.. 5 중고엄마 2013/03/31 1,237
234841 전주-인문학, 철학 책모임입니다. 13 봄날 2013/03/31 1,442
234840 혹시 안국동 사과나무라는 까페 아시나요? 18 보나마나 2013/03/31 3,035
234839 자습서와 문제집 ᆢ 초4 2013/03/31 489
234838 공부는 머리로 하는게 아닙니다 6 동기부여 2013/03/31 3,694
234837 코스코 식당?에 스프 드셔보신 분? 9 스프 2013/03/31 1,798
234836 대기!! 전복죽 끓이고 있는데 마늘 넣을까요? 8 2013/03/31 2,932
234835 코스트코는 왜 세일한다하는 걸까요? 7 헐~ 2013/03/31 3,867
234834 꽁치캔, 햄, 달걀이 있는데 고양이 밥 뭘 줄까요? 2 ,,, 2013/03/31 735
234833 제가 배부른 고민을 하고 있나요?? 1 속풀이 2013/03/31 977
234832 Ktx에서 진상가족들만났어요 5 ........ 2013/03/31 3,065
234831 아ㅡ놔!점심 먹다가 ~ 2 0__0 2013/03/31 1,361
234830 컨벡스오븐 괜찮은가요? 2 컨벡스오븐 2013/03/31 1,627
234829 개빠가 들려드리고픈 이야기 18 noname.. 2013/03/31 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