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만나서 점심을 먹었네요.
그 친구, 아, 정말 얼마나 맘고생이 심했는지 통통하고 뽀얗던 볼살이 다 빠져 있더라구요.
너무 반가워하며 맞아주길래
손을 꼭 잡고 축하한다고, 너무 잘됐다고 말해 줬지요.
어찌나 부끄러워 하던지.ㅎㅎ
본인이 알아둔 식당이 있다고 데려가더군요.
맛난 파스타 먹고 차도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했네요.
과목이 시수가 제일 많은 주요과목 중 하나인데
다른 과목에 비해 티오가 많이 나긴 하지만 그만큼 보는 인원이 몰려서 쉽지 않거든요.
이번에도 역시.... 서울은 20명 안팎의 인원을 뽑았고, 경쟁률은 엄청났겠죠.
시험문제가 뭐가 나왔었다는 이야기 하는데
아, 정말 아련돋는다는 표현이 딱이더라구요.ㅋ
시험 봤던 기억도 나고, 도서관서 혼자 공부하면서 도시락까먹던 기억도 나고..
열람실서 음악듣다가 혼자 울기도 하고 그랬었죠.
정말 힘들기도 했지만 내 인생에 그런 날들이 다시 올까생각하니 정말 아련해 지더라구요.
일단 서울에 합격할 정도면
열심히 공부한거 뻔히 알거 같은데
본인은 계속 기적인것 같다고, 운이 좋았던 거라고 극구 부인하더군요.ㅋㅋ
제 서브노트 덕에 다른 전공서는 거의 보지 않았고, 개정된 교과서와 해설서 위주로 공부했다는
옛날 옛적 수석 합격생같은 이야기를 하더군요.^^
3차 끝내고 나오면서 집까지 울면서 왔답니다. 합격 소식 듣고 엄마랑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고 해요.
저 한테 이야기 하면서도 눈물이 그렁그렁..ㅠ
전 그 친구한테 책 다 주고
집 정리 싹 하고나서 하려던 일이 잘 되기 시작했어요.
제가 교사를 하려던건 아주 솔직히는 가르치는게 좋아서라기보단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밥벌이? 정년이 보장된 평생직장의 개념이 더 컸거든요.
하고 싶던 일에만 몰두하고 싶었지만, 자신이 없었어요.
-도대체 왜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앞에선, 잘할 수 있을지 의심만 커지는 걸까요.
두번째 시험을 보고, 2차에서 낙방한 것을 확인하자, 이게 아닌거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제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시작한 거거든요.
주변에선 한번 더 해보면 어떻겠냐고 권했지만,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이미 너무 지쳐있었고, 어느순간부턴 시험이 되도 별로 행복하지 않을것 같았구요.
돈이야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지겠지, 이러면서요.
서로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사람에겐 자기 길이라는게 있는거 같다는 이야기를 했죠.
서로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살면서 분기마다 한번씩은 만나기로 결의! 했죠.
- 그도 그럴게 그 친구와 저는 나이 차이는 꽤 있지만;; 공통의 관심사가 참 많더라구요.ㅋ
심지어 둘 다 일본 모 아이돌의 팬..ㅋㅋㅋㅋ
학교에서 쓸 작은 선물을 했는데 -정말 별거아닌 작은 선물;;;;
너무 고마워 하더군요. ㅠ
어쨌거나, 이렇게 또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네요.
예전에 댓글에서 본 선순환이라는 단어,
저와 그 친구의 관계가 선순환이 되고 좋은 기가 되어
서로 하는일에 좋은 영향을 주고, 또 더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렇게 선한 기를 함께 나누게 되면
아주 최소한이라도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게 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어서,
그리고 하필이면 교사!!를 하게 된 사람이어서
전 너무 기쁩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의 좋은 기를 나누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